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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오기만"…'눈 폭탄'에 갇힌 산간지역 노인들

혈압 등 질환 가진 노인 대부분…마실버스도 대부분 끊겨
"괜히 나섰다가 더 민폐"…안반데기 주민들도 사흘간 '고립'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2024-02-22 17:19 송고
강원 전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2일 폭설로 고립된 강릉시 강동면의 한 마을.2024.2.22/뉴스1 윤왕근 기자
강원 전 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2일 폭설로 고립된 강릉시 강동면의 한 마을.2024.2.22/뉴스1 윤왕근 기자

"혈압약 받으러 나가야 하는데 어쩌나…"

강원도 사흘간 70㎝에 가까운 '눈 폭탄'이 이어지면서 산간지역에 사는 노인들은 통제된 마을길에 교통편이 끊기면서 꼼짝없이 갇힌 모습이다.
이들은 대부분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독거노인들로 혈압, 당뇨 등 질환을 안고 있어 폭설이 장기화될 시 건강 악화가 우려된다.

강릉 강동면에 거주하는 80대 A 씨는 쏟아지는 폭설에 사흘 동안 현관문 밖에 나가보지 못하고 있다.

A 씨는 "강릉 산간은 눈이 많이 내려 익숙한 풍경이지만 올해는 유독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집 앞 진입로에 무릎까지 쌓여가는 눈은 동네 사람들이 도와 치워주고 있지만, 무서울 만큼 금새 다시 쌓인다.
그는 "허리가 굽어 눈을 치울 수도 없어 장정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라며 "괜히 나갔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이 눈길에 병원차(구급차) 와야지, 민폐일 뿐이라 조용히 있는게 도와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폭설 내린 강릉 왕산면 대기리.(자료사진)
폭설 내린 강릉 왕산면 대기리.(자료사진)

할 수 있는 것은 요양보호사를 기다리는 것 뿐이다.

A 씨는 "이 눈길에 (요양보호사가) 잘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늙은이 봐주러 눈길 헤치고 온다고 생각하니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떨어지는 혈압약이다.

그는 "아직 여분 약이 있어 다행이지만 눈이 그친다 해도 길이 안좋으면 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걱정"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번 폭설에 앞서 강릉 시내로 나온 마을 주민 이모씨도 "시내 볼일 보러 왔다가 폭설에 길이 막혀서 올라가지 못하고 있어 눈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힐링 쉼터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는 하늘 아래 첫 동네 안반데기는 23일 눈이 그치고 본격적인 제설이 이뤄져야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강릉에는 폭설로 교통이 통제된 안반데기 외에 마실버스 10개 노선이 단축 운행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A 씨 뿐만 아니다.

이날 강릉 산간지역인 성산지역 누적 최심신적설량은 무려 67.9㎝. 삽당령 61.1㎝, 왕산 53.9㎝ 등 산간을 중심으로 눈 폭탄이 쏟아지면서 산간마을 어르신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마실 버스도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해발 1100m에 위치해 '구름 위의 땅'이라고 불리는 왕산면 안반데기 마을 주민들은 진입로 4.6㎞ 구간이 통제돼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이에 강릉시는 덤프트럭 등 장비 50대, 인력 183명을 투입해 '제설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산간지역 제설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 전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2일 강릉시 관계자들이 제설취약지에서 제설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강릉시 제공) 2024.2.22/뉴스1
강원 전지역에 대설특보가 발효된 22일 강릉시 관계자들이 제설취약지에서 제설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강릉시 제공) 2024.2.22/뉴스1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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