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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논란에만 기댄 싱거운 공포물 [시네마 프리뷰]

13일 개봉 '치악산' 리뷰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2023-09-13 11:25 송고
'치악산' 스틸컷
'치악산' 스틸컷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절단면이 깔끔하게 잘린 토막 시체가 치악산에서 발견됐다는 일명 '치악산 괴담'이 영화화됐다. 실제 발생한 사건은 아닌 이 괴담이 미스터리한 소재임에는 충분하나, 영화는 낮은 완성도와 함께 이미지 훼손 논란에도 휘말리며 좋지 못한 이미지만 남게 됐다.
13일 개봉한 '치악산'(감독 김선웅)은 40년 전, 의문의 토막 시체가 발견된 치악산에 방문한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 멤버들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들을 그린 리얼리티 호러 영화다.

개봉 전 '치악산'은 실제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치악산의 지명을 제목에 그대로 사용하면서 이미지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원주시 등은 도호엔터테인먼트 외 1명을 상대로 영화 상영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원주시 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영화가 명백히 허구내용을 담는 공포영화에 불과할 뿐"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치악산'은 일정 변경 없이 일정대로 극장에 걸렸다.

영화는 자전거를 이용해 언덕길을 거침없이 내려오는 산악바이크 동아리 산가자의 리더 민준(윤균상 분)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산가자 멤버들은 사람들이 거의 오르지 않는 외딴 산길에서 라이딩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치악산으로 가게 된다. 이들은 민준의 사촌 동생인 현지(김예원 분)의 별장에서 지내기로 했는데, 현지의 아버지는 40년 전 치악산에서 실종된 바 있다. 별장으로 가던 도중 현지는 치악산 근처의 한 건물에서 이상한 할머니를 만나 의문스러운 말을 듣는다. 산가자 멤버들은 치악산 괴담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하지만 별장에 온 뒤, 현지가 기이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이어 팀원들에게도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치악산'은 실제 온라인상에서 떠도는 일명 '치악산 괴담'에 허구적 상상력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 때문에 논란이 촉발됐으나 영화의 완성도를 감안하면 이는 오히려 득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여러모로 부족한 영화에 화제성을 더해주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내용은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다. 수메르 문명을 공포의 소재로 채택했으나, 고대 문명, 비행 물체 등의 등장이 치악산이라는 공간에 잘 녹아들지 못했고 결국 이 소재를 왜 가져왔는지 의문만을 남게 만드는데 그쳤다. 강렬한 비주얼과 사운드로 나름의 공포 분위기를 살리려 했으나 개연성이 떨어지면서 공포마저 싱거워져 아쉬움을 남긴다.
캐릭터들이 산악바이크를 즐기는 설정도 의문이다. 영화 초반 화려한 라이딩 장면을 보여주는데, 단지 치악산으로 가기 위한 설정일 뿐, 이러한 특징이 위기를 해결하는 능력과는 연결되지 않아 의문이다. 또한 여러 캐릭터들도 괴담의 희생양이 되기 위한 도구로만 그려져 납작하다. 주인공 민성 역시 별다른 특징이 없는 밋밋한 캐릭터라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첨예한 논란 속에서도 영화는 '왜 배경이 치악산이어야만 했는지'는 보여주지 않은 채 막이 내린다. 러닝타임 85분.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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