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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딸 A+ 준 답안지 폐기한 교수 "정직 1개월 부당" 소송…1·2심 패소

교육부 감사 결과, 윤리기본규정·성적 기록물 보관 의무 위반
법원, 1·2심 모두 기각…"성적 평가에 대한 공정성 유지 못해"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2023-07-30 08:00 송고 | 2023-09-04 12:48 최종수정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연세대학교 모 교수가 본인 강의 과목에 자기 딸을 앉히고 A+ 학점을 줬다가 학교 당국으로부터 징계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교수 딸이 해당 학기에서 최고학점을 받은 것은 아버지 과목을 포함 2개뿐이었다.

이른바 '아빠 찬스(기회)' 논란에 대해 대학 당국이 '정직 1개월' 징계를 내렸는데, 해당 교수는 "다른 교원들도 자녀의 강의 수강을 회피하지 않았다"면서 '다른 교원에 대한 징계 형평성'을 문제 삼고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윤강열 정현경 송영복)는 지난 14일 A교수가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정직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1심 판결을 인용해 원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특히 A교수가 딸이 수강한 학기부터 3연속 수강생들 답안지를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폐기했다는 점에서 검증할 수 없도록 한 점을 주목했다.

앞서 교육부가 2019년 7월경 해당 대학 종합감사를 실시한 결과, A교수는 2017년 2학기 같은 대학에 재학 중인 딸에게 자기 강의 수강을 권유, 딸과 함께 사는 자택에서 시험문제 출제 및 정답지를 작성했으며 딸에게 A+ 성적을 부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소속 대학의 윤리기본규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당 규정상 교직원은 자신이 수행하는 직무가 본인·배우자·직계존비속 및 4촌 이내 친족에 해당하는 자의 이해와 관련된 경우 해당 업무에 대한 참여 및 의사결정을 회피해야 한다.

교육부는 또 A교수가 '10년간 성적 관련 기록물 보존 지침'(2015)을 어기고 2017년 2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딸이 수강한 과목을 포함해 3개 교과목의 중간·기말 답안지 등 성적 산출 자료를 미보관하고 있는 점을 징계 사유로 들었다.

교육부는 2020년 3월경 대학 측에 A교수에 대한 징계를 포함해 87건의 신분·행정상 조치를 요구하는 종합감사 결과 처분을 통보했다. 같은 해 12월께 대학은 A교수에 대한 징계 위원회를 열어 '정직 1개월'에 처할 것을 의결했다.

A교수는 자신이 딸의 수강 과목을 강의할 무렵에 자녀 수강 관련 대학 내부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윤리기본규정에 '자녀의 수강이 예정돼있을 시 강의를 회피할 의무까지 포함됐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답안지 미보관 관련해 2018년 여름쯤 자신의 연구실에 있는 프린트 폐토너통이 엎어지면서 과거 학기 답안지들이 오염돼 폐기했을 뿐이지 고의로 폐기하거나 보관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녀 수강에 있어서 어떤 특혜를 부여하지 않았고 답안지 이외 성적 산출자료는 보관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규정 위반에 고의가 없었으며 동일 사유로 징계받은 다른 교원과 형평성과도 어긋난다며 2021년 1월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A교수가 교직원으로서 직무 수행을 하는 데 있어서 공정성을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을 핵심적인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1심은 "성적 평가가 학생들의 매우 주요한 관심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학생이 부여받은 학점이 장래 진로나 취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적 평가에 관한 공정성을 유지할 의무를 다하지 못한 A교수(원고) 징계 사유는 그 비위 정도가 상당히 중하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도 자녀가 부모인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고 성적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학점 부여의 공정성에 상당한 의심이 들게 할 수 있는 사유임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이 같은 원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봤다. 다른 교원 징계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추가했다.

2심은 "원고가 원고의 자녀가 제출한 답안지를 폐기함으로써 원고 자녀가 실제로 제출한 답안지에 기초해 그에 걸맞은 점수가 부여됐는지, 그 답안지에 어떤 의문스러운 기재나 정황은 없는지, 원고 자녀가 제출한 답안지와 다른 학생이 제출한 답안지에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을 검증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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