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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 학생에게 '이것도 먹어봐' 하면 아동학대" 현장교사들 고충 호소

(서울=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 2023-07-25 07:02 송고 | 2023-07-25 07:19 최종수정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극단 선택으로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이날부터 교사 사망 사인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합동조사단을 운영,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  © News1 안은나 기자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극단 선택으로 숨진 교사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읽고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은 이날부터 교사 사망 사인의 진상 규명을 위해 합동조사단을 운영, 집중 조사를 실시한다.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여교사가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며 하소연 끝에 세상을 등진 가운데 교육현장에서 선생님들이 부딪히는 현실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8일 자신이 근무하던 서이초등학교에서 숨진 채 발견된 A교사(23)는 숨지기 전 작성한 일기장 일부가 유족의 동의 아래 24일 서울교사노동조합이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A씨가 숨지기 2주 전쯤인 지난 3일 작성한 일기에는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 (학생 이름)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숨이 막혔다",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했다" 등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A교사가 맡고 있던 학급의 한 학생이 큰소리를 지르는 등 문제행동을 보여 A교사가 힘들어했다는 주위의 제보와 관련성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22년차 초등학교 교사이자 7년 연속 1학년을 맡고 있다는 '오늘학교 어땠어' 저자인 Z교사는 24일 밤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겪었던 일, 동료 교사의 사례 등을 소개했다.
Z교사는 "예전에 제가 임신, 만삭일 때 배를 막 발로 차고 침을 뱉는 아이들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Z교사는 "당시 학부모도 좀 예민하신 분인데다 그 아이가 특수학급 학생이다 보니 주변에서 '선생님이 이해하고 넘어가'고 해 사과를 못 받고 그냥 덮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또 "어떤 선생님은 아이가 뾰족한 가위로 친구를 위협해서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르며 '그만하라'고 막았더니 보호자가 '아이가 교사가 소리질러 놀라 밤에 경기를 일으킨다'며 교사를 정서학대로 신고했고, 수업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를 한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제지를 했더니 학부모가 '다른 친구들 앞에서 내 아이를 공개적으로 지적, 망신을 줬다'며 아동학대로 신고당한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Z교사는 "이런 종류의 악성 민원에 교사들은 맨몸으로 노출돼 있다. 학교 측은 무조건 교사한테 사과를 시키고 일을 덮으려는 일도 많이 일어났다"면서 "선생님들은 '교사니까 아이들에게 그래서는 되겠냐'라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동안 폭력을 각자 견뎌온 게 사실이다"고 선생님은 참아야 하는 존재일 뿐이라고 허탈해했다.

역시 초등학교 교사인 박지웅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청년위 부위원장도 YTN라디오에서 선생님들이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걸 가장 많이 신경쓰고 있다며 "'교권'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교사 또는 학교에는 '의무밖에 없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며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지 않으려 몸을 움츠리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이 아동학대로 신고받을 수 있는 이 구조에서 저희가 급식지도 등 교육 활동들을 할 때마다 '내가 이걸 해도 될까? 안 해도 될까'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만약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이것도 먹어야 한다'고 급식지도할 경우 "아동학대가 성립된다"며 "(편식 등에 대한) 급식 지도를 학교에서 대체 왜 안 해주나요? 이런 요구도 분명히 있기에 선생님이 과연 어떤 판단을 해야 하냐"고 반문했다.


buckba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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