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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人 없는 아이돌"…'가상인간' 대중화 시대[미래on]

코로나19 이후 부상한 버추얼 엔터 산업…아이돌도 가상인간
버추얼 유튜버 인기에 국내 지자체도 뛰어든 '버튜버'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3-04-06 05:30 송고 | 2023-04-06 08:32 최종수정
편집자주 기술·사회·산업·문화 전반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문화 혁신과 사회·인구 구조 변화 등 여러 요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린 현상이다. 다가오는 시대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뉴스1은 세상 곳곳에서 감지되는 변화를 살펴보고 어떤 식으로 바뀌는지 '미래on'을 통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가상) 걸그룹 '메이브'(MAVE:) (카카오엔터 제공)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버추얼(가상) 걸그룹 '메이브'(MAVE:) (카카오엔터 제공)

연예'인' 없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열리고 있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역사는 꽤 오래됐다. 90년대 후반 사이버 가수 아담을 시작으로 가상 인간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불쾌한 골짜기(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이론)를 넘지 못하고 세간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판이 바뀌기 시작한 건 코로나19 시기다. 비대면이 활성화되고,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등 환경이 바뀌었다. 20여년이 지나 기술력이 발전하면서 가상인간(버추얼휴먼)이 전면에 나서도 거부감이 없을 정도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실제와 가상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진화했다.

올해 1월24일 데뷔한 신인 걸그룹 메이브(MAVE:) 역시 '버추얼(가상) 걸그룹'이다. 리더 시우, 보컬 제나, 래퍼 타이라, 막내 마티 등 4인조 가상인간으로 구성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엔터 사업 역량과 넷마블에프앤씨의 메타버스 기술력이 합쳐져 탄생했다. 이들은 '메타 아이돌'을 표방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버추얼 아이돌을 활용한 다양한 지식재산권(IP)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실제 아이돌 그룹처럼 무대 활동을 비롯해 가상인간이라는 이점을 이용해 게임, 웹툰 등 다양한 방식으로 IP를 키워나갈 예정이다.
연예인 없는 엔터테인먼트가 단순 실험 수준을 뛰어넘어 이제는 다양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다.

외신도 '메타버스의 미래'라며 호평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메이브의 데뷔곡 '판도라'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유튜브에서 약 2000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성공의 발판을 다졌다"며 "메이브 사례는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새로운 기술이 손잡고 메타버스의 진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를 통해 선발된 '피버스'(FE:VERSE) (카카오엔터 제공)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를 통해 선발된 '피버스'(FE:VERSE) (카카오엔터 제공)

카카오엔터의 또 다른 가상인간 프로젝트는 현실과 가상을 뒤섞은 형태다.

올해 초 진행된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는 실제 걸그룹 멤버 30명이 가상 세계에서 아이돌 데뷔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구도로 진행됐다. 이들은 2D 애니메이션 형태 캐릭터로 구현됐다.

최종 선정된 5인의 멤버는 '피버스'(FE:VERSE)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게 된다.

최근 국내 가상인간 열풍을 이끈 건 싸이더스스튜디오엑스의 '로지'다. 2021년 금융사 TV 광고 모델로 활동하며 얼굴을 알린 로지는 한국 최초의 가상 인플루언서를 자처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현재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5만5000여명이다.

이 밖에도 LG전자, 엔씨소프트, 스마일게이트 등 여러 IT·게임 업계에서 가상인간 엔터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SK텔레콤으로부터 인적분할한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도 가상인간 전문 제작사 온마인드에 투자하며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신한라이프의 광고에서 춤을 추고 있는 한국의 가상인간 '로지' (신한라이프 유튜브 갈무리)

다양한 기업들이 연예인 없는 엔터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관련 산업의 급성장이 기대되고 있어서다.

실제 로지는 2021년 한 해에만 광고비로 10억원 이상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성공한 가상 인플루언서로 꼽히는 미국의 '릴 미켈라'는 2016년 등장해 샤넬, 프라다,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의 모델을 맡으며 2020년에만 1170만달러(약 141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엔터 사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유튜브에서도 버추얼 유튜버(버튜버)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업체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유튜브 라이브 슈퍼챗 상위 10위권 중 8명이 버추얼 유튜버로 나타났다.

버추얼 유튜버는 가상의 캐릭터를 주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가상인간 개념과 혼용되기도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다른 장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정교함이 강조되는 가상인간과 달리 일본 애니메이션, 게임 등 서브 컬처에서 파생된 캐릭터 산업에 가깝다. 처음 버추얼 유튜버라는 정체성을 내세운 것도 2016년 일본의 '키즈나 아이' 채널이다.

서울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 갈무리.
서울 강서구청 공식 유튜브 채널 'i강서TV' 갈무리.
전라북도 익산시 버튜버 '서동' (유튜브 서동 SEODONG 채널 갈무리)
전라북도 익산시 버튜버 '서동' (유튜브 서동 SEODONG 채널 갈무리)

국내에서도 버추얼 유튜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는 '세아'가 있다. 2018년 등장한 세아는 먹방, 일상 브이로그 등 실제 유튜버 활동을 이어가며 현재 7만명대 구독자를 갖췄다.

최근에는 서울 강서구청, 전북 익산시 등 지자체에서도 MZ세대와 소통하기 위한 버추얼 유튜버를 선보이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버추얼 유튜버의 부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애니메이션 같은 일본 미디어와 문화에 관심 있는 거대한 청중"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음 세대들은 아바타와의 소통에 더욱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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