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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섬' 영도는 트램·순환버스 추진…'랜드마크'로 소멸 대응[지방소멸은 없다]

고령인구 비중 상위권 '싹쓸이' 원도심…출산지원금 확대
'산복도로 벨트' 추진 기대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3-03-09 06:10 송고
편집자주 영영 사라져 없어지는 것. '소멸'이라는 말의 의미가 이토록 무섭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 옆의 이웃이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숙제를 힘 모아 풀어나가야할 때입니다. 그 현실과 고민을 함께 생각합니다.
부산 영도구 산복도로 내 골목 모습.2023.2.27/뉴스1 노경민 기자
부산 영도구 산복도로 내 골목 모습.2023.2.27/뉴스1 노경민 기자

"예전에 비해 젊은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네예. 강산이 네번이나 변하는 동안 뭐가 바뀌었는지 잘 모르겠습니더."

부산 영도구에서 만난 장모씨(80)는 영도에 온 지 약 4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그때의 시간이 그대로 멈춘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소멸 위기의 불씨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부산 중구 인구가 전국 광역시 기초지자체 최초로 4만명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원도심의 지방소멸 현황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이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K지방소멸지수'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역 소멸위기지역 2곳(영도구, 서구) 모두 원도심이다.
이중 영도구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인구 증가율이 -2.79%로 나타나 소멸위기 지역(수도권 및 광역시 구·군)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구 역시 -0.56%로 전국 평균(0.013%)을 밑돌았다.

고령인구 비중도 2021년 기준으로 중구(28.2%), 영도구(27.7%), 동구(27.5%), 서구(26.4%) 순으로 원도심 4개구가 부산지역 상위 1~4위를 차지했다.

고령화에 인구 유출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원도심 지자체들은 관광객 유치와 교통 인프라 확충으로 떠나는 인구를 붙잡고 있다.

◇랜드마크 관광객 모시기 총력…출산지원금도 확대

원도심 대표 랜드마크인 용두산공원에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용두산빌리지'를 운영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원도심 관광이 기지개를 켰다.

귀신의집, 핼러윈&크리스마스 이벤트 등 2030세대의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해 약 4만1000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던 2020~2021년과 비교하면 크게 늘었다는 게 부산관광공사 측의 설명이다.

공사는 오는 5월부터 내년 1월까지 관광객 5만명을 목표로 용두산빌리지를 재개장할 예정이다.

영화로 약 1400만 관객을 모은 중구 국제시장은 8억원을 들여 아리랑 거리에 쉼터 등 편의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부평깡통시장도 20억원을 투입해 아케이드 천장 설치를 추진 중이다.

출산지원금도 확대 지원하고 있다. 영도구는 올해부터 출생아 1인당 5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중구는 둘째 자녀에게 60만원, 셋째 자녀에게 300만원을 주고 있다.

동구도 둘째부터 20만원을 지급하고, 서구는 2019년부터 첫째 자녀에게도 장려금 20만원을 부여하고 있다.

부산 영도선 노선도.(영도구 제공)
부산 영도선 노선도.(영도구 제공)

◇관광·문화 뒷받침할 교통 인프라 확충

영도구는 부산의 첫 짚와이어, 커피 관광지 등으로 관광·문화 도시 조성을 통한 관계인구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섬이라는 한계가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 부산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도시철도가 없는 구인데다 '산복도로'로 이뤄진 도로 지형으로 버스가 다닐 수 있는 구간이 한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부산에 관광 온 경기도민 이모씨(29)는 "재작년에 영도에 처음 왔을 때 흰여울문화마을에 좋은 기억이 있어 다시 영도를 방문하려 했다"면서도 "자가용이 없고 버스 배차 간격도 커 결국 포기했다"고 말했다.

구는 태종대 연결 해안 관광도로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리산으로 단절된 부산남고 인근 절영로와 감지해변을 연결해 영도구 해안가를 이어주는 이 도로는 오는 5월 개통을 앞두고 있다.

'영도선' 트램 신설에도 박차를 가한다. 예산 2374억원이 투입되는 영도선은 도시철도 1호선 중앙역에서 태종대 입구까지 교통망을 연결해 많은 관광객 유치가 기대된다.

또 2006년 폐지됐던 순환버스 도입도 검토 중이다. 태종대를 종점과 기점으로 영도구를 한바퀴 도는 버스가 도입되면 자가용이 없는 관광객들의 편의가 증진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원도심 협의체 구성 속도 내야

국가적 관심 사안인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 여부도 원도심 소멸 위기 방지의 열쇠를 쥘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 개최지인 북항이 있는 동구는 행정 조직에 '2030기획단'까지 구성했다.

원도심 지자체들은 유치에 힘을 모으고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 재정비를 위해 '산복도로 벨트' 추진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산복도로를 연결해 15분 생활도시권 구축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다만 원래 지난해 구성될 예정이었으나, 그 시기를 넘겨 추진이 늦어지고 있는 점은 개선할 점으로 꼽힌다.

또 영도구는 지방소멸대응기금 3억원을 들여 '영도 생활권 계획' 수립을 추진해 인구 감소 대응에 대한 중장기 계획 및 전략을 발굴할 예정이다.

허문구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영도구, 서구 등 지방소멸에 직면한 기초지자체가 부산에서 상당 부분 나타나고 있다"며 "정주 여건 개선보다는 원도심에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유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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