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일(©Young Chul Kim 제공) |
정재일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데뷔 앨범 '리슨'(LISTEN) 발매 기념 간담회를 개최하고 "항상 무대 뒤에만 있다가 저 혼자서 이렇게 할 줄 몰랐다"며 수줍게 인사했다.정재일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다. 1999년 밴드 긱스 베이시스트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패닉,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특히 영화 '기생충'(2019),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021)의 음악 감독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정재일은 2021년 영상 매체에 쓰인 독창적인 음악에 상을 수여하는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The Hollywood Music In Media Awards, HMMA)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정재일은 데뷔 앨범을 발매하게 된 것에 대해 "제가 2004년 즈음에 싱어송라이터의 꿈을 안고 '눈물 꽃'을 발표했는데 당시 '나는 아직 역량이 안 되나 보다' 생각하고 꿈을 접고, 무대 뒤에서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작년에 데카라는 레코드 회사에서 당신만의 것을 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며 "싱어송라이터 중에서 싱어송은 아직도 못하겠고 라이터를 해보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팝송을 만들라는 건 아니어서 제가 그럼 할 수 있는 게 있겠다 싶더라, 제가 20년간 해온 걸 바탕으로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재일(©Young Chul Kim 제공) |
'리슨'에 대해선 "처음 (앨범)이라 저한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고르고자 했다. 제가 가장 편한 언어로 시작을 해보자고 해서 피아노를 선택했다"라며 "사실 피아노는 저의 모국어나 다름없다, 말하는 것보다 피아노로 하는 게 더 편한데 나의 첫 음반이고, 음악이고 더 깊은 얘길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면 큰 편성보다는 제가 오롯이 혼자서 얘기할 수 있는 편성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일(©Young Chul Kim 제공) |
밴드 긱스로 시작해 영화 음악과 대중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음악을 시작했던 계기를 생각하며 "중학생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는데 음악이 있었고, 제가 음악을 사랑하지만 시작은 노동이었다"라며 "지금도 사실 예술이라는 것, 모든 예술이 수많은 노동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들에게 결여될 수 있는 근면함, 책임감도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에 앨범 내기도 했지만, 지난 수십년간 무대 뒤에서 서포트를 해온 역할이라 그게 익숙하고 그게 제 삶이다"라며 "정재일은 몰라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음악은 전세계인이 알게 되지 않았나, 그래서 사실 명예를 얻었는데 무대 뒤에서 일하는 제 삶의 큰 변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래도 약간 '성덕'(성공한 팬)이 될 수 있었던 건, 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팬인데 그 분과 '브로커'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 거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노르웨이 오슬로의 레인보우 스튜디오에서 이번 앨범 녹음을 할 수 있었다는 그는 "너무 감사하게도 치프 엔지니어가 의아 하게도 저를 위해 시간을 확 빼주셔서 열흘 간 매일 7시간 정도 연주하고 왔다"며 "물론 저도 어필하려고 '기생충' '오징어 게임' 등을 작업했다고 소개 메일을 보냈는데, 진짜 저를 몰랐고 그냥 그날 비어있었던 것 같더라"며 웃었다.
끝으로 그는 "피아노는 나무로 만들어진 악기들 중에 가장 큰 울림을 가지고 있고, 가장 긴 울림을 가지고 있는 악기가 피아노이고, 낮은 음부터 높 음까지, 약한 음부터 강한 음까지 그리고 완성도에 가장 가까운 게 피아노"라며 "그래서 가장 내밀하고 어떨 땐 겸손하고 막 솔로로 나서는 게 아니라 아주 진중하고 무거운 악기란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건 제가 편하게 말할 수 있고, 제 마음과 닮아 있는 목소리라 생각한다"고 피아노로 완성한 자신의 음악에 대한 진심을 드러냈다.
seung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