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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회계감사원 자격 까다로워진다…조합비 집행내역도 투명 관리

회계감사원 자격규정 담는 법 개정 추진 "전문·독립성 강화"
목적 외 부정 사용 시에는 '제재'도…양대노총 '반발'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2022-12-26 17:19 송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조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2.26/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조 재정 투명성'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12.26/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가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목적으로,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전문성 확보를 담보하기 위한 관련 법 개정 추진 의사를 26일 밝혔다. 노조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 등이 목적에 맞게 쓰이고 있는지 회계 운용을 직접 감독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종합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정부정책 추진 방향을 밝혔다.
그동안 노조본부나 개별노조 단위에서 각종 사업·연구·행사 명목으로 지원받은 중앙정부나 지자체 예산이 적지 않음에도 그 용처를 제대로 확인할 길이 없었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른바 노조의 '깜깜이 회계'를 문제 삼으며 노조에서 발생한 횡령·배임 사례도 언급했는데, 지난 21일 모 노동조합의 전 위원장 A씨는 10억원대 노조 조합비를 횡령한 혐의로 징역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0월에는 노조 조합비 일부를 개인 생활비 등에 쓴 혐의로 B노조 간부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선고가 내렸다. C노조 한 지부장은 3억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을, 또 다른 노조 한 지회장도 투표함 바꿔치기와 조합비 횡령 혐의로 징역1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같이 불투명한 노조 조합비 운용 현실을 지적하면서 노조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내놨다.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노조가 현행 법률에 따라 자율적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점검하고, 보완할 수 있게 유도한다.

규모가 큰 조합원 1000명 이상 단위노동조합과 연합단체 253개소를 대상으로, 노동조합법 14조에 따른 '서류비치 및 보존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내년 1월말까지 자율점검을 안내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9일 대상 노조에는 이를 알리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조치결과도 보고하도록 함으로써 조합원이 재정 운용 상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결과 보고를 하지 않거나, 서류비치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시정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은 노조 탄압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2022.12.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노동개악·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조합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관련 법 개정을 추진은 노조 탄압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2022.12.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노동조합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현행법상 회계감사원을 통한 회계감사가 의무화 돼 있지만, 자격제한이 없어 전문성·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에 정부는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상황 공표 방법시기를 명시한 법령 개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전문가 의견수렴 절차와 관계부처 협의도 즉각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노조에 대한 재정지원이 적절히 쓰이고 있는지 행정관청이 직접 노조 회계를 들여다보고, 문제가 있는 경우 법·규정에 따라 제재를 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장관은 현행 노조법 시행령에도 규정하고 있는 '회계 결산 조합원 공개 의무'를 굳이 모법까지 개정해 바꿀 필요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법 개정은 현재 노조 회계상 운영비 공개 외 투명성 확보를 위해 추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라면서 "시행령으로 담지 못한 부분이 있고, 특히 회계원 자격 등 시행령에서 못 담은 내용을 추려서 법에 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대노총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노총 28대 임원선거에 나선 김만재-박해철 위원장 후보는 이날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윤 정부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강도 높게 이번 정책을 비판했다.

김만재 위원장 후보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조 재정 운영 투명성을 운운하니, 여당이 회계감사법안을 발의하고, 이젠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노조부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면서 "윤 대통령은 대화와 협상은 고사하고, 노동조합을 3대 부패 세력 중 하나로 규정하고 노조 탄압을 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 후보는 "노동조합 회계투명성은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노조가 알아서 투명하게 잘해나갈 것"이라며 "조합비는 온전히 노조 조합원의 것이고, 회계감사 또한 조합원의 권한"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 20일 한상진 대변인 명의 입장문에서 "국무총리의 노동조합 회계와 관련한 주말 발언 이후 급기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이 금일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한 처사"라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주도하고 수구 언론이 벌이는 책동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국제기준에 반하는 반노동 책동"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로부터 수십억원의 지원을 받는다는 지적에도 "민주노총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은 현재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의 임대보증금(약 30억원)밖에 없다"며 "정부로부터 보조금 수령을 거부해왔다"고 반박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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