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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평초 등하굣길 매일 수백대 대형트럭 '위협' 여전…'학교 신설' 언제

2년 만에 다시 찾은 통학길…통학버스 추가 외 바뀐 점 거의 없어
신설 학교 부지 마련됐는데도 '꽃밭'으로 방치…대책 마련 필요해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2-10-29 07:00 송고
28일 오전 8시쯤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철제로 된 골목 통학로를 건너고 있다.2022.10.28/뉴스1 노경민 기자
28일 오전 8시쯤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학생들이 철제로 된 골목 통학로를 건너고 있다.2022.10.28/뉴스1 노경민 기자

28일 부산 사하구 구평초등학교 앞. 초등학생 2명이 학교에 가기 위해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건너편에서 달려오던 트럭에 부딪힐 뻔한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인근에 있던 도로안전 지킴이는 화들짝 놀라며 트럭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며 아이들을 안심시켰다.

구평초는 부산을 넘어 전국에서 통학환경이 가장 위험한 학교에 꼽힌다. 감천항과 맞닿은 공업단지를 드나드는 대형트럭 등 수백대의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은 구평초 학생들과 통학버스를 타고 함께 등굣길에 올랐던 날(뉴스1 2020년 10월29일 보도)로부터 2년 후 다시 현장을 찾았지만, 그 사이 통학버스가 2대 더 추가됐을 뿐 눈에 띄는 변화는 찾기 어려웠다.

◇학생 10명 중 7명은 버스 타야…등굣길 옆 '쌩쌩' 달리는 대형트럭 수두룩  

전교생 654명인 구평초에는 학생 440여명이 사는 e편한세상 아파트와 100여명이 사는 한신휴플러스 일대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이 있다.
전교생의 약 70%를 차지하는 e편한세상 학생들의 경우 매일 오전 7시45분 시작되는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한다. 통학길에는 급커브 구간도 있어 컨테이너 화물차가 쓰러지는 대형사고도 가끔 일어난다.

통학버스이지만 학교 안까지 들어가지는 못한다. 복잡한 도로 사정 때문에 아이들은 교문에서 약 200m 떨어진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횡단보도를 건너야 학교에 갈 수 있다. 이 횡단보도는 앞서 언급한 학생들이 트럭에 부딪힐 뻔한 바로 그곳이다.

휴플러스 일대에 사는 학생들에겐 여전히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 학생들은 거주지 위치상 통학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약 400m 거리의 학교까지 직접 걸어가야 하는데, 등굣길 곳곳마다 공사장이 있는데다 공장에 오가는 대형 트럭들이 수두룩해 사고 위험이 상존해 있다.

을숙도대교~장림고개 간 지하차도 막바지 공사로 학생들은 철제 골목을 뚫고 이동해야만 했다. 대형트럭이 하나둘씩 지나갈 때면 철제 바닥이 휘청일 정도로 아찔한 등굣길을 실감할 수 있었다.

구평초 통학로는 여느 초등학교와 같이 '스쿨존'에 해당하지만, 간선도로인 이유로 시속 50km로 상향해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이에 학부모들은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스쿨존 규정대로 속도를 시속 30km로 하향하면 원활한 교통 흐름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에서 반려됐다.

2020년 6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구평초 어린이보호구역과 약 70m 떨어진 급커브 도로에서 컨테이너 화물차가 쓰러져 도로가 통제된 모습.(구평초 학부모회 제공)
2020년 6월 부산 사하구 장림동에서 구평초 어린이보호구역과 약 70m 떨어진 급커브 도로에서 컨테이너 화물차가 쓰러져 도로가 통제된 모습.(구평초 학부모회 제공)

◇학교 신설만이 답…부지 마련에도 화단으로 방치

통학환경을 문제 삼는 학부모들이나 정치권에서는 안전한 곳에 학교를 신설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학교 신설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앞서 시교육청은 새학교 '서평초(가칭)' 건립에 필요한 교육부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2015년, 2016년 두 차례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했으나 모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심사 평가기준 중 하나인 '통학구역 내 4000세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평초의 경우 통학구역 내 27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중앙투자심사 없이 학교를 신설할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관할 교육청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해 어려움이 뒤따른다. 

시교육청은 두 차례 심사에서 탈락된 후 다시 심사를 의뢰한 적은 없다. 최근에도 시교육청은 구평초에 통학버스 지원 등 안전대책을 위주로 지원책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학교 신설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산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2018년 구평초에 학급을 증설한 적이 있어 신설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교육부에서 중앙투자심사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나마 완화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신설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e편한세상 단지 앞에는 서평초 부지가 마련돼 있지만, 신설 계획이 흐트러지면서 '화단'으로 방치돼 있다. 사하구청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무상임대를 받고 부지를 관리하고 있고 공터에 꽃을 심고 있다.

◇"4000세대 미만이라도 신설 가능해"...커지는 대책 마련 목소리

구평초 학생들은 늦어도 오전 7시쯤에 일어나야 통학버스를 탈 수 있다. 초등학생에겐 다소 이른 기상시간에 아침밥도 챙겨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가는 학생들도 더러 있다. 버스를 타지 못하는 학생들은 매일 아침마다 쌩쌩 달리는 화물차로 인해 사고가 날까 걱정이 태산이다.

정진희 구평초 학부모회장은 "지난 몇년간 학교 신설을 여러 곳에 건의했지만 '불가능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통학로 중간에 신호등과 횡단보도를 설치해야 하고, 교육청은 서평초 건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과 구평초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버스가 학교 정문까지 진입할 수 있도록 신호등 설치를 추진 중이다. 다만 지하차도 공사와 학교 내 주차장 공사가 끝나야 신호등을 신설할 수 있어 내년 상반기쯤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부산 사하을)은 최근 부산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하윤수 부산교육감에게 "수년째 국정감사에 와서 구평초 통학 안전문제에 대해 지적했는데, 말로만 '개선하겠다'고 할 뿐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지난 7년간 4000세대 미만인 곳에서도 63개의 신설 학교가 만들어졌다"며 "교육감이 강력한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교육부에 중앙투자심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8시 부산 사하구 구평초 인근 도로의 모습.2022.10.28/뉴스1 노경민 기자
28일 오전 8시 부산 사하구 구평초 인근 도로의 모습.2022.10.28/뉴스1 노경민 기자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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