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욘더' 이준익 감독 "첫 OTT 드라마, 망신만 당하지 말자 싶어" [N인터뷰]①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2022-10-25 16:38 송고 | 2022-10-25 17:19 최종수정
이준익/티빙 제공
이준익/티빙 제공
최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극본 김정훈 오승현, 연출 이준익)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이준익 감독은 '욘더'를 통해 처음으로 OTT 드라마 연출을 맡았다. '욘더'는 그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휴먼 멜로 장르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2032년의 근미래를 배경으로 펼쳐진 세계관에 감성과 깊이를 더한 연출로 웰메이드 작품을 만들어냈다.
25일 오후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감독은 '욘더'를 하면서 러닝타임과 영화적 기승전결에 구애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며, 차분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냈다고 귀띔했다. 또한 SF 설정을 차용하면서도 이야기에 어울리도록 그 경계를 세심하게 고민했다며, '욘더'가 담은 메시지를 통해 많은 것들을 채우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준익/티빙 제공
이준익/티빙 제공
-'욘더'가 티빙을 통해 국내에 오픈됐고,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통해 전 세계 공개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팬들을 만나게 된 소감이 궁금한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파라마운트와 함께한 건 아니고 오픈하는 과정에서 결정이 됐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응원받지 못해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에서도 샐까 봐 살짝 걱정이 됐는데, 다행히 국내 평은 나쁘지 않다. 망신만 당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욘더'로 드라마 연출에 처음 도전했는데 영화를 연출할 때와 어떻게 달랐나.
▶그동안 영화만 14개를 했고, '욘더'가 첫 OTT 드라마이자 열다섯 번째 작품이다. 사실 스태프들이 나와 함께 영화를 찍던 사람들이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인풋은 같고 아웃풋만 달라졌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미 12년 전에 시나리오 작업을 시도했다고 말했는데, 최종본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 11년 전에 원작을 봤던 거고, 다른 작품을 찍다가 7~8년 전에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를 썼다. 그때는 생각이 미숙해서 SF 판타지 장르로 막 썼는데 '망하겠다' 싶어서 들인 수고와 시간을 덮고 다른 영화를 했다. 그러다 '자산어보'까지 찍고 나니 사극에서 멀어지고 싶었는데 그때 '욘더' 생각이 났다. 예전엔 맥시마이저였다면 이젠 미니마이저로 콤팩트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하니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나리오가 나왔다. 가장 작은 것에서 깊은 것을 바라볼 수 있었다.
이준익/티빙 제공
이준익/티빙 제공
-'욘더'는 매 회 러닝타임이 25~30분 내외로 짧은데, 이런 미드 형식의 드라마를 연출하게 된 계기가 있나.

▶주변 사람들이 요즘은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게 추세라고 하더라. 기존 시리즈를 따라가기보다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 싶었고, 러닝타임과 회차에 구애받지 말자고 했다. 영화를 하다 보면 러닝타임을 맞춰야 해 미치겠다 싶을 때가 있다. 가령 '자산어보'로 세 시간으로 풀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시간으로 맞춰야 하는 거다. 또 초반부터 이야기를 몰아붙여 아무 생각 못하게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압축하지 않고, 침착하게 이야기를 밀고 갈 수 있었다. '욘더'는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다뤄서 많은 사연을 안고 간다. 그렇기에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이렇게 해서 안 좋았다는 사람도 있으니까. 다양한 걸 해본 거다.

-욘더라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SF라는 설정을 서양에서 개발한 것이어서 (어설프게) 흉내 내면 조롱당할 것 같고, 그들의 근거성을 배제하면 황당할 듯한 '애매한 경계선'이 있었다. 그 세계관 안에서 우리가 그려낸 것을 보고 누군가는 '거짓말이야' 할 거고, 또 누군가는 '저게 무슨 SF?'라고 할 수 있지 않나. 그 경계선을 스태프들과 고민했다. 또 버츄얼 리얼리티나 메타버스는 디지털화돼 있는데, '욘더'에서는 리얼리티가 복제돼 있어서 '이걸 관객들이 동의해줄까' 싶었다. 그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하기 위해 현실의 공간을 그대로 (욘더로) 옮겼다. 그래서 인물이 다른 공간에 갔음에도 기억의 연장선이 멀어지지 않고, 감정의 전개가 밀도 있게 들어갈 수 있도록 연출에 중점을 뒀다. 그래서 로케이션을 하고 세트를 지을 때도 똑같이 지었다. 이런 설정은 어떤 영화에도 없었을 거다.

-CG 작업이 많은 촬영이라는 점 때문에 어려움은 없었을까.

▶까다로웠다. 'CG야, 아니야?'라고 할 정도로 정교하게 했다. 잠수교 장면을 정말 잠수교에서 찍은 줄 아는데 CG다. 그렇게 장시간 찍을 수가 없다.(웃음) 호수도, 잔나무숲도, 바이엔바이의 까만 방도 그렇게 촬영을 했다. SF라고 하면 엄청난 세트와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볼거리 등을 기대하는데, ('욘더'는) 그런 걸 스펙터클 하게 보여줄 주제는 아니다. CG에 눈이 팔려서 인물의 감정 몰입은 방해하면 안 되기에, 그런 걸 고려해서 CG를 사용했다. 그래서 잘한 거지, 티가 나면 못한 거다.
이준익/티빙 제공
이준익/티빙 제공
-드라마를 통해 '추억이 아름다운 건 다시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욘더에 가면 세상을 떠난 사람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설정으로 시작해, 결국 시간의 유한성과 삶의 유한성을 보여준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는데, 기획의도를 구체적으로 말해주자면.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건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수천 년 전부터 불멸을 꿈꿔왔고 종교도 영생을 꿈꾼다. 하지만 불멸이 과연 행복할까. 오히려 누군가의 소멸이 있어 내가 존재하고, 누군가의 탄생을 위해 내가 소멸하는 것이 올바른 세상이 아닌가 했다. 인간이 이기성이 불멸을 꿈꿨고, 그 이기성 때문에 불행해지고, 그 불행을 끝내는 방법은 유한성에 기인한다. 그런 어법이 영화를 통해 펼쳐진 것이다.

-현실 속 부서진 삶을 버린 인물들이 안락사를 통해 욘더로 간다. 이를 통해 '영원은 과연 아름다운가', '소멸의 소중함' 등에 이야기를 하는데, 이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공명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나.

▶자극이 주는 흥미가 있는 영화가 있는 반면, 영화를 보고 나서 내용이 남는 '세이빙 타임' 무비도 있다고 본다. 스펙터클한 설정의 블록버스터가 시원한 배설감을 준다면, '욘더'는 '영원한 것은 아름다운가'를 고찰하며 본인의 삶을 값지고 소중하게 생각하자는 메시지를 채워줘 포만감이 드는 작품이다. 아마 세대별로도 이 작품은 다르게 다가올 거다. 중년 세대는 남아 있는 삶이 얼마 안 된다는 걸 알아서 '욘더'를 보면 유사 감정을 많이 느낄 거다. 반면 2030 세대는 그런 것들이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스릴러나 멜로 장르로 영화적 재미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자의 입장 차, 경험 차로 즐겨주면 되지 않을까.

-작품 후반부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것이 재현의 이상주의적, 낭만주의적 성향을 나타낸 것인지도 궁금하다.

▶재현의 이상주의적, 낭만주의적 성향을 표현한 게 맞다. 그가 갖고 있는 내면의 모습엔 결국 욘더를 선택하는 이상주의적 자세가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결정적 순간을 맞이하면서, 진정으로 이후의 아픔을 함께 하려는 그의 낭만주의적 표현을 외람되게도 백석의 시를 빌려 하게 됐다. 죄송하고 감사하다.

<【N인터뷰】②에 계속>


breeze52@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