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강은성의 뉴스1픽]하늘엔 불꽃, 땅에는 '공매도 금지' 절규의 촛불

여의도 불꽃축제 날, 개미들은 대통령 관저서 촛불시위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2022-10-10 05:58 송고 | 2022-12-11 15:31 최종수정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08/뉴스1 © News1 강은성 기자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08/뉴스1 © News1 강은성 기자
8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2022.10.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8일 밤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화려한 불꽃들이 밤 하늘을 수놓고 있다. 2022.10.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희망과 환희를 담은 화려한 불꽃이 여의도 밤하늘을 수놓던 지난 8일 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는 50여개 가량의 촛불이 조촐하게 불을 밝혔습니다.  

"공매도 국민피해, 계속 방치? 대통령님! 지금 뭐하십니까?"
촛불 뒤에 걸린 현수막에는 마이크조차 들지 않은 동학개미들의 절규가 담겼습니다. 주식시장이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손실이 막대해지자 "제발 공매도라도 한시적으로 금지해 달라"는 촛불시위였습니다.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소속 회원들이 시위를 주도했습니다.

공교롭게도 이날 '증권가의 중심' 여의도에서는 3년만의 세계불꽃축제가 화려하게 밤 하늘을 수놓았습니다. 이번 불꽃축제의 주제는 ‘위 호프 어게인(We Hope Again)’입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일상을 위로하고 다시금 꿈과 희망의 불꽃을 쏘아 올린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지만 동학개미들은 여의도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올해 투자 성적표가 너무나 안좋기 때문이죠. 
올 들어(1월3일부터 10월7일까지) 동학개미가 순매수한 코스피, 코스닥, 코넥스 등 국내 주식은 총 31조4515억원 규모에 달합니다.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삼성전자입니다. 17조5868억원 어치를 담았습니다. 뒤이어 네이버 3조1484억원, 카카오 2조343억원 순으로 순매수했습니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이들 3종목은 국내에서 소액주주(지분율 1% 이하)가 가장 많은 '국민주 3대장'이기도 합니다. 지난 6월30일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소액주주는 592만2693명, 카카오는 204만1324명, 네이버는 97만3445명에 달합니다. 

문제는 동학개미가 끊임없이 주워담은 이들 3종목의 주가 하락률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겁니다.

삼성전자는 1월3일 7만9800원에서 10월7일 5만620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하락률은 29.57%에 달합니다. 네이버는 더 심각합니다. 38만1000원이던 주가는 정확히 반토막난 16만원, 58.01%나 곤두박칠쳤습니다. 11만7000원이던 카카오 주가는 7일 종가 기준 5만900원으로 56.5% 추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989포인트에서 2233포인트로 25.29% 감소했는데 이들 3대장의 주가 하락률은 코스피보다 더 큽니다.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08/뉴스1 © News1 강은성 기자
8일 저녁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며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2022.10.08/뉴스1 © News1 강은성 기자

전세계 중앙은행이 고강도 긴축정책을 펴면서 급격한 금리인상이 이뤄진 것이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날 촛불을 든 개미들은 국내 주식시장이 특히 '공매도' 때문에 하락폭이 더 크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2020년3월 코로나19 폭락장 때 정부는 코스피 지수가 1400대까지 밀리자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한 적이 있습니다. 이후 2021년5월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등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를 재개했고 중소형주에 대한 공매도는 아직도 금지상태입니다. 

공매도 금지기간동안 코스피는 3305포인트까지 치솟았고 공매도를 재개한 이후 하락을 시작해 현재 2230선까지 밀린 상태입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개미들이 '이 모든게 공매도 때문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일만도 합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주요 국가 중 지수 하락률 1위를 기록 중인 우리나라 증시는 대외 악재에 취약한 구조인만큼 다른 나라 눈치를 보지 말고 즉각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지난 6일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 모두 공매도 금지를 촉구한만큼 금융위원회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다음주 중 공매도 금지 포함 증시 안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좀 있습니다. 미국 뉴욕시장에서 나스닥은 연초 대비 32.72%, S&P500은 25.92%, 다우는 19.92%가 각각 하락했습니다. 홍콩 항셍지수는 -23.78%, 중국 상해종합은 -16.74%,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7.5% 입니다. 

일본은 글로벌 긴축에 대항해 꿋꿋하게 완화정책을 고수하면서 '역대급 엔저현상'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중국은 강달러 현상에 대항해 긴축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와 유사한 환경인 홍콩 항셍지수 하락률 정도가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부도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전세계가 동일하게 긴축에 따른 주식시장 빙하기를 맞은 상황에서 우리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취할 경우 현재 달러 강세로 이탈하고 있는 외국인 자본 유출이 더 심각해 질까 우려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국회에서 여야없이 공매도 금지하라는 압박을 강하게 하고 있음에도 장관이 끝내 '언급조차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낀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 금지를 외치는 개미들의 심정은 어떤 것일까요. '녹아내린' 계좌를 보며 절망하는 그 마음을 좀 알아달라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자본시장의 공정과 자유를 외친 윤석열 정부가 정말 '뭐라도' 좀 해 줬으면 하는 애타는 목소리입니다. 

금융당국은 새 정부 들어 물적분할 기업에 대해 모회사 주주에게 지분을 일정수준 이상 나눠주도록 하고, 경영진의 스톡옵션 이행 등 내부자의 주식거래를 사전에 공시하도록 하는 등 자본시장의 공정과 신뢰회복을 위한 의미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정 대응과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속 수사도 추진중입니다. 

이런 자본시장 제도 개선과 더불어 주요 투자주체인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소통의 장'을 좀 더 확대하는 것도 필요해보입니다. 

© News1 DB
© News1 DB



esther@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