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단독] "이상 외화 송금 거절 근거 달라" 은행권, 기재부에 유권해석 요청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에 부여된 입증 서류 확인 범위 불명확…"외환당국 판단 필요"
후속조치 앞서 유권해석 통해 '법적 불확실성' 해소 취지

(서울=뉴스1) 서상혁 기자 | 2022-09-25 06:00 송고 | 2022-09-25 11:26 최종수정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10조원 규모의 수상한 외화 송금 거래로 홍역을 앓고 있는 은행권이 외환 당국인 기획재정부에 외국환거래법상 증빙 서류 확인 등 외화 송금 시 은행의 의무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의 지적처럼 은행에 부여된 '증빙서류 확인 의무'가 단순히 서류상 흠결을 확인하는 것을 넘어 실사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 여부를 파악하는 등 구체적인 심사를 의미하는 것인지, 또 이상 거래를 거절할 근거는 무엇인지에 대해 주무 부처의 확인을 받을 계획이다. 
현행법상 은행의 의무를 두고 은행권과 금융감독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유권해석으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고 법적 근거를 탄탄히 해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이상 외화 송금 거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TF는 유권해석과 관련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기획재정부에 정식으로 요청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확인된 은행권 이상 외화거래 규모는 72억2000만 달러, 24일 환율 기준으로 10조2300억원이다. 이상 거래 대부분이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이체된 자금이 국내 법인 또는 개인의 계좌를 거쳐 국내 신생 무역법인 계좌로 입금된 후 해외 법인으로 송금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검사가 전 은행권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은행들은 지난달부터 자체적으로 TF를 꾸려 후속 조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유권해석을 통해 외국환거래법상 은행에 부여된 '입증서류 확인 의무'의 범위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은행들은 외화 지급 거래 취급 시 송금인으로부터 입증 서류를 제출받고 확인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여기서 '확인'의 의미가 서류상의 완결성만 파악하면 되는지, 아니면 업체의 규모나 실제 거래가 성사됐는지 등 전반적인 부분까지 들여다봐야 하는 것인지 명확히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현재 외국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를 두고 금융감독원과 은행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외국환거래법상 입증 서류를 확인하라는 건 단순히 대조만 해보라는 게 아니라 무슨 목적의 거래인지 확인하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신설 법인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송금했다면 수상쩍게 여기고 대응했어야 하는 게 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은행들은 송금 법인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는 만큼, 형식에 문제가 없으면 거래를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외국환거래법상 이상 거래 거절 근거가 무엇인지도 유권해석을 통해 알아볼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환거래법상 입증서류의 형식이 갖춰졌다면, '수상하다'는 이유로 거래를 거절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다.

은행들은 보다 실효성있는 후속 조치에 나서기 위해선 이번 유권해석이 특히나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법적 근거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송금하려는 고객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하거나, 또는 송금 거래를 거절했다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이상 외화거래 후속조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난색을 보여왔다. 금융당국도 외환당국이 아닌 만큼, 은행들의 우려를 확실하게 해소해주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래에 앞서 여러 가지 정보를 요구하면 고객 입장에선 자신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긴다고 보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며 "후속 조치에 앞서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 놓으면 추후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권해석이 이뤄지게 되면 금융감독원 입장에서도 수고로움을 덜게 된다. 추후 은행들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 불복할 경우, 금융감독원도 외환 당국에 은행들의 위반 행위에 대해 유권해석을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이같은 행보를 통해 '법적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이 내려지면, 추후 제재심에서 은행들이 자사 입장을 설명하는 근거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제재를 받는 피감기관 입장에선 최대한 다각도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유권해석 의뢰도 이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hyuk@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