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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재구성] "변사자 정보 넘겨라"…장의사와 경찰의 룸살롱 '비리'

평소 친분 있던 장의업자에게 변사자 위치 알려줘 '일감 몰아주기'
범행 발각돼 결국 해임…"경찰 조직 신뢰 저해" 집행유예 선고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2022-09-18 06:00 송고 | 2022-09-20 09:46 최종수정
© News1 DB

"앞으로 변사 사건이 생기면 우리 장례식장에 먼저 연락해줘요."

경력 27년차 고참 경찰관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변사 사건을 담당했다.

A씨는 변사 사건을 맡던 중 부산진구 한 병원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장의업자 B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쌓았다.

어느 날 이 업자는 관할 지역에서 변사 사건이 일어나면 본인에게 먼저 연락해달라며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경찰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경쟁 장례식장보다 먼저 유족과 접촉한 뒤 시신을 장례식장으로 옮겨와 돈을 벌기 위해서다.

경찰이 특정 장의업자에게 변사 사건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A씨는 이를 어기며 2018년 5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총 28차례에 걸쳐 B씨에게 정보를 무더기로 넘겼다.

부산지역 또다른 장의업자도 변사사건 담당 경찰에게 비슷한 로비를 하다 적발됐다. 

A씨의 같은 팀 동료 경찰 C씨에게 다가가 정보를 요구한 장의업자 D씨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D씨는 초등학교 동창을 통해 C씨를 알게 됐다. 이들은 가끔 술자리를 함께하며 D씨에게 변사 사건 정보를 전달하기로 약속했다.

정보 전달 과정이 깨끗하지만은 않았다. 경찰들은 장의업자 D씨로부터 고액의 룸살롱 접대를 받았다. D씨는 이들에게 접대할 땐 "정보 좀 신경 써라. 일거리 더 없느냐"며 "술값 160만원 값은 해야 하지 않겠냐"고 눈치를 주기도 했다.

또 D씨는 경찰 정보를 전달받고 변사 장소에 가던 중 차가 막히면 C씨에게 전화해 "다른 경쟁 장례업체가 먼저 (변사) 장소에 도착하면 큰일 난다"며 "지금 다른 업체들이 경찰서 앞에서 대기 중이다. 좀 늦게 출발해달라"고 경찰 출동을 지연시키기도 했다.

결국 이들의 범행은 들통나 A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C씨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모두 이 사건으로 경찰직에서 해임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기간 벌여온 범행은 경찰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으로 A씨가 이득을 취한 정황은 보이지 않는다"며 "C씨는 범행 대다수를 부인하고 있고 여러 차례 접대를 받은 정황이 확인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이따금 경찰과 장례식장 간의 유착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경찰청은 2011년 '변사사건 처리 종합대책'을 마련해 유족이 원하는 장례업소로 시신을 먼저 운구하고, 무연고 변사자는 지정된 장례식장으로 운구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했다.


blackstam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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