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한 남성이 백 텀블링 입수를 하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
5초 간격으로 '풍덩'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23일 오후 2시께 찾은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 어림잡아 7m 정도로 가파른 절벽 위에는 20~30여명이 순서를 기다리다 연신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이들은 '[안전부주의] 사망사고 발생지역'이라는 현수막은 아랑곳 않고 계곡물에 몸을 맡겼다.아찔한 순간도 서너 번 보였다. 입수를 준비하던 한 남성은 발을 헛디뎌 그대로 고꾸라질 뻔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도 "잘못해서 바위에 머리 부딪히면 큰일 났겟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위 우려에 이 남성은 외려 자극을 받았는지 백 텀블링 입수를 선보였고 사람들의 심장은 한 번 더 '덜컹' 내려앉았다.
이곳은 가평 계곡살인 피의자 이은해씨(31)의 남편 윤모씨(사망 당시 39세)가 물에 빠져 숨진 장소다. 다이빙 장소의 수심은 약 5m로 수영을 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깊이다. 실제 지난해 7월에도 30대 남성이 이 계곡에서 숨지는 등 매년 익사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3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 절벽 위에서 사람들이 다이빙을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
하지만 물놀이객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이은해 계곡살인 사건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이후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물놀이객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온 A씨(20대)는 "이은해 사건 이후 용소계곡을 알게 됐는데 실제로 와보니 더 좋다"며 "구명조끼도 대여해주고, 안전요원들도 있으니 무서운 건 없다"고 말했다.옆에 있던 B씨는 "다이빙하기 괜찮은 높이여서 재밌게 놀고 있다. 수영을 잘 못하는 경우면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빠진다고 해도 사람이 많아서 사고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거들었다.
용소계곡 인근 사설 주차장 안내원 C씨는 "이은해 계곡 살인사건 이후 더 알려진 것 같다. 원래 이러지 않았는데 지금 보시면 알겠지만 차가 미어 터진다"며 "사람들이 궁금해서 오히려 더 찾아오는 것 같다. 일부 방문객들은 '여기가 (이은해) 사건이 발생한 곳 맞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C씨의 말처럼 시간과 관계없이 1만원을 내야 하는 비싼 주차요금에도 불구하고 계곡 주차장은 거의 만차 상태였다.
23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 '물놀이 사망사고 발생지역'을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뉴스1 양희문 기자 |
문제는 해가 지면 물놀이객들은 스스로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현장 직원들에 따르면 용소계곡의 안전요원은 6명이다. 이들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오후 6시가 넘어가면 물놀이객들 입장을 제한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안전요원은 "물놀이 하는 사람 마음이어서 우리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언제든 안전사고가 발생 가능성이 높아 입장 및 수영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편 계곡 살인사건 피의자 이은해씨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씨(30)는 2019년 6월30일 오후 8시24분께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씨의 남편 윤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앞서 2019년 2월 강원 양양군 펜션에서 윤씨에게 복어 정소와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윤씨를 낚시터에 빠트려 살해하려한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인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오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안전관리요원이 다이빙하는 물놀이객들을 지켜보고 있다. © 뉴스1 양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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