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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기업의 대규모 '중국 엑소더스'…제로 코로나에 불확실성 가중

롯데·아모레퍼시픽·삼디플·LG전자 등 대규모 이탈 예고
韓기업 86% "중국에서 경영 악화"…정치적 이유 가장 커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2022-06-09 15:52 송고
2017년 3월3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서울 명동거리의 화장품 전문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2017년 3월3일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당국의 보복 움직임이 현실화되자 서울 명동거리의 화장품 전문 매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s1 이재명 기자

'제로 코로나'로 대변되는 중국의 강력한 방역 정책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중국 시장 이탈을 예고했다.

예전만큼의 경제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 데다 무역 전쟁의 위험성까지 잠재돼있어 사실상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엑소더스(탈출)를 부추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롯데·아모레퍼시픽·삼성디스플레이·LG전자 등 한국 대기업들이 대규모로 중국 시장 탈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형 소매업체 롯데그룹이 중국 본사를 폐쇄하는 마지막 단계에 있고,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초점을 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제조업체 아모레퍼시픽그룹도 1000개 이상의 중국 매장을 폐쇄했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당시 중국이 한국 기업에 보복성 조치를 하기 직전까지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약 2080억 원을 벌어들였지만, 지금은 설화수 등 프리미엄 브랜드에 집중하며 온라인 판매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전자 등 제조기업 역시 중국 일부 공장을 폐쇄했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지속적이고 집중적인 락다운(봉쇄)으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공장 폐쇄의 이유로 꼽았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은 △'제2의 사드 보복'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최근 한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하면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제로 코로나 정책은 중국 시장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믿음을 흔들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바로 봉쇄하는 바람에 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수 없고, 예측 가능성이 결여됐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만이 아니라 정치적 상황도 불확실해졌다. 길어진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질린 중국인들마저 중국을 떠나고 싶어하자, 당국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자국민 출국을 금지하고 나섰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 결과 131개 한국 기업 중 약 86%가 지난 10년 중국에서의 경영 상태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정치적 리스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고,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미·중 무역 갈등, 강화된 환경 규제, 높아진 생산 원가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서 상하이와 베이징지부장을 역임했던 스콧 킴은 "중국은 더 이상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 아니다"라며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너무 심하고,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따라잡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돈을 번다는 '환상'을 버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동남아 등지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모양새지만 중국에 대한 의존을 완전히 버리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한국이 주도하는 산업인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흑연을 포함해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수입품 228개 중 약 80%가 중국산"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기업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기업이 핵심 원자재, 특히 반도체·배터리·석유화학·자동차 등의 원자재를 다양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뿐만 아니라 엘지 에너지솔루션은 칠레 기업 SQM과 대체 리튬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 기업들도 스스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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