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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태 규합 쉽지 않았다…통상·러시아 놓고 불협화음-WSJ

바이든 닷새간 韓·日 순방에도…실질적인 성과는 안 보여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5-25 16:35 송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24일(현지시간) 한국 및 일본 순방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돌아온 직후 백악관에서 텍사스주 유밸디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해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달 20일부터 25일까지 5일간의 일정으로 한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돌아갔지만, 그 성과를 두고 미국 언론들은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 듯하다.

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의 아시아 순방은 그가 지역(인도 태평양) 규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혹평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대만 침공 시 대응'이란 '논란의 발언'으로 '전략적 모호성'까지 깼지만, 인태 국가들은 이에 호응하기보단 통상이슈와 러시아 문제를 두고 '동상이몽'이었다는 해석이다.

WSJ는 전문가 견해를 인용, "미국 민주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패할 경우, 바이든의 인태 규합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짚었다. 동맹 규합 실패는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 정부 외교안보통상 정책의 '총체적 난국'을 의미해 주목된다.

◇'러 우크라 침공'을 '러 침공'이라고도 못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한국 시간으로 24일 오후 발표된 쿼드(Quad) 공동 성명에 '우크라이나(Ukraine)'라는 단어는 2번 등장하지만, 러시아는 끝내 '러' 자도 담기지 않았다. 올해 2월24일 새벽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분쟁(conflict)'으로 묘사됐을 뿐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인도의 동조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호주도 함께한 쿼드 정상회의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콕 집어 "모디 총리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에 감사하고 싶다. 우리 회합은 전제주의에 대항해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해나갈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하고, "TV를 켜고 러시아가 하는 짓을 보면 푸틴은 한 문화를 아예 없애버리려는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디 총리와의 양자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전부터도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인도에 보다 강경한 대러 입장을 보이도록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끝내 인도는 중립을 유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해를 규탄하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긴 했지만, 기본 입장은 중립을 유지해왔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취한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유엔의 규탄 성명 채택에도 번번이 찬성표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수출길 막힌 러시아 원유를 값싸게 사주기로 하며 우방을 자처했다. 인도는 러시아의 최대 무기 공급원으로, 인도의 군사용 하드웨어 대러 의존도는 60%에 달한다.

◇개도국에 실익 없는 IPEF…일본까지 미온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아세안 10개국 정상들이 12일 백악관에서 미-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 아세안 정상들이 백악관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22. 5. 12.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중인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서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선언했다. IPEF는 바이든 정부가 중국 주도의 자유무역 블록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맞서 추진해온 경제협력모델이다. 쿼드 같은 안보동맹에 그쳤던 인태 지역 대중국 포위망을 경제 분야까지 확대한 구상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인태 지역 국가들의 IPEF 출범 관련 호응은 그리 높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쿼드 4개국과 한국 외에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8개국 등 총 13개국이 출범 멤버로 참여했는데, 이 중엔 출범식에 화상으로조차 정상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도 있었다고 WSJ는 짚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 직전인 지난 12~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동까지 한 바 있다. 

실제로 아세안 개발도상국 사이에선 IPEF에 관세 인하 같은 실익이 없다는 불만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인태 지역 수입품을 더 사줄 의향이 없어 보이면서, 괜시리 중국만 자극하는 게 대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개도국으로선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동맹국 일본마저도 미온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통상 이슈 관련 다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상기시킨 데 WSJ는 주목했다. 일본은 트럼프 정부 시기 탈퇴한 일본 주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후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미국이 복귀하길 촉구해왔다. 

호주 역시 2013년부터 지속돼온 보수 성향의 자유국민연합 정부에선 미국의 '중국 때리기'에 적극 동참하는 행보를 보여왔지만, 지난 21일 치러진 총선 결과 중도좌파 노동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외교안보통상 노선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만' 발언…성과보단 우려만 키워

차이잉원 대만 총통. © AFP=뉴스1

쿼드 공동선언에도, IPEF 출범 선언 그 어디에도 '중국'이란 단어는 들어가지 않지만, 각각 안보와 경제 동맹 형태의 두 모델은 물론 이번 순방의 근본적 성격까지 모두 인태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23일 미·일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시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이 우리가 한 약속"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 발언은 그간의 기조인 전략적 모호성을 깼다는 평가를 받으며 국내외 언론을 장식, 이번 순방 기간 최대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극우 성향의 일본 집권 자민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반겼다. 사토 마사히사 외통위원장은 바이든 총리의 발언을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일본의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 강화를 자극할 훌륭한 실수'라고 치켜세웠다. 자민당은 도쿄보다 대만과 더 가까운 오키나와 미군기지 미사일 배치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발언은 오히려 중국을 자극할까 우려하거나 중국과의 무역 관계가 지정학적 분쟁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겐 우려를 불러일으켰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최근 몇 년간 미국은 종종 반중국 입장을 고수하는 국가들을 결집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그 예로 "필리핀의 퇴임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와의 영토·해양 분쟁에도 중국과 관계를 좁혔다"고 짚었다.

사토 마나부 오키나와국제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긴장 수위가 이렇게 높아지면 폭발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했다.    

◇태연한 중국…바이든 보란 듯 러와 군사훈련

<자료 사진> 러시아의 그롬 2022 훈련 중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Tu-95MS 전략 폭격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 기간 중국의 반응은 비교적 특별할 것이 없었다고 WSJ는 평가했다.

중국은 대외 채널 성격의 관영지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보도와 외교부 대변인 발언 등을 통해 우려를 표하는 정도에 그쳤다. WSJ는 "중국 관리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비난하긴 했지만 관영 언론은 이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중국이 바이든의 발언을 너무 많이 언급하진 않으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도쿄에 머물고 있던 지난 24일 러시아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 도쿄 인근에 전략폭격기를 띄웠다고 일본 방위성이 밝혔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공동성명을 통해서도 공언한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시도 반대'에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돌아간 25일에도 대만 인근 해공 구역에서 최근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중국 인민해방군 발표가 전해졌다.

조 바이든(왼)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순방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동안인 이날 오전 북한은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여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3발이나 발사하는 강력한 수위의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조금 앞선 시간쯤에는 텍사스 주(州)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대참사도 벌어졌다.  

와타나베 요리즈미 게이오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순방 전반에 대해 "아름다운 말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인태) 지역 통합 능력은 더욱 약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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