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정치 > 국방ㆍ외교

[김화진 칼럼] 바이든 대통령의 삼성전자 방문

(서울=뉴스1)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22-05-23 07:01 송고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 임기 첫 아시아 순방을 한국에서 시작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가 첫 일정이었다. 다소 이례적인 이번 일정은 삼성전자가 작년 5월 미국 텍사스에 20조원을 들여 반도체 생산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것과도 관련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설에서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데서 알 수 있듯이 향후 아시아의 국제질서와 경제협력 틀을 시사한다.

미국의 대외정책은 그 전 역사를 통해 국내외에서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는 미국뿐 아니라 역사상 모든 나라의 대외정책에 적용된다. 국제무대에서 경제적 이익은 국가안보에 직결되므로 민간기업의 상업적 활동에 정치가 관여할 명분은 항상 존재한다. 대영제국의 함대는 청나라에서 영국 상인들이 떼인 아편판매 대금을 받아내 주었다. 이른바 ‘포함외교’다. 과거 동인도회사도 사실상 영국 외교부의 일부였다. 물론 일방적으로 이기적인 정책을 시현하는 경우 반작용과 불이익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국내법과 통상에 관한 국제법의 범주 내에서 자국 기업의 이익을 최대한 보호하게 된다.

미국은 1988년에 외국기업의 미국기업 인수가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경우 대통령이 그를 금지할 수 있게 하는 엑슨·플로리오법을 제정했다. 이 법에 따라 2016년 12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투자자가 독일 반도체 제조회사 아익스트론의 미국 내 영업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했다. 국가안보가 이유다. 미국 밖에서 이루어질 거래였지만 미국 내에 사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미국이 차단해버렸다. 군사용으로도 쓰이는 반도체 분야다.

또, 2017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계 사모펀드의 미국 반도체 제조회사 라티스 인수를 금지했다. 마찬가지로 국가안보상의 이유다. 2018년 3월에는 싱가포르의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을 인수하려는 계획을 접었다. 브로드컴은 중국 화웨이와 오랜 협력관계에 있는데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미국 국가안보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았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5G 무선기술에 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에 영향을 미쳐 화웨이의 시장지배가 우려된다고 보았다. 무려 127조원 규모의 거대 딜을 폐기시켰다.

사실 민간기업이 마음만 먹으면 전쟁에도 적극 개입할 수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드러났다. 페도로프 장관의 트위터를 통한 요청을 받고 일론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지원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통신회사는 정치, 외교, 그리고 전쟁과 밀접하다. 정보가 승패를 좌우한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도 제한된다.

물론, 글로벌 민간기업들은 정치에 지나치게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며 각국 정부도 외국기업을 대함에 있어서 정치적 고려를 일단 배제한다. 전시에도 교전국 쌍방간에 교역이 이루어진 것이 인류의 역사다. 독립전쟁 첫 두 해 동안 미국은 캐나다에 주둔한 영국군 전투식량의 2/3를 공급했다. 무기를 제외하면 재화 자체는 정치를 모르며 거래 조건만 맞으면 수요와 공급 법칙에 따라 이동한다. 현대에는 이 이치를 시리아 내전에서 잘 볼 수 있다.

그러나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비경제적 이유로 긴장이 조성될 때는 기업활동이 그 영향을 받게 된다. 경제제재나 금융제재는 직접적인 제약이다. 여기서 민간기업은 국제정치의 틀 내로 편입된다. 기업도 지정학을 연구하고 자체 외교정책을 필요로 한다는 말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첫 일정은 양국 정부와 삼성이 공조해서 짜여졌을 것이다. 이번 행사로 우리 기업들이 경제외교와 안보에 막대한 비중으로 기여한다는 것이 잘 드러났다. 이어지는 방일에서는 특정 기업을 방문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삼성전자는 이제 소니의 3배 기업이다. 격세지감이다. 잘 알지 못하는 나라를 생각할 때 그 나라 대표기업을 먼저 떠올린다. 지금은 기업이 국가 이미지와 신용을 큰 비중으로 보강하고 안보의 큰 축이기도 한 시대다. 

※이 글은 뉴스1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