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21일 정상회담 앞두고 韓美전문가 보고서…"핵우산 명문화 고려"

한미 전문가 20명 집필한 정책 제언 보고서, 최근 美백악관 등에 제출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2022-05-16 15:17 송고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북한, 중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3불(不) 정책'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적용 범위 확대나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한미 양국 전문가들의 정책 제언 보고서가 나왔다.

양국 20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한 이 보고서는 '두 대통령, 하나의 길'이라는 제목으로, 약 80쪽 분량이다. 해당 보고서는 오는 21일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에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보고서는 미 의회가 설립한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아시아국장 주도로 작성됐으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브루킹스연구소, 애틀랜틱카운슬, 미국외교협회(CFR) 등 미 주요 싱크탱크 전문가와 윤석열정부의 초대 주중대사 후보로 거론되는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와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참여했다.

테리 국장은 서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도 진보이며, 윤 대통령이 중도 보수라는 점에서 두 대통령은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같이 한다"며 "과거 한국의 진보성향 대통령들과 미국의 보수 성향 대통령들은 북한, 중국, 그리고 일본과의 3각 공조 등에 있어 가끔씩 이견을 보였으나, 드디어 양국은 더욱 일치된 의견을 보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고 평가했다.

테리 국장은 해당 보고서가 "두 동맹국이 향후 직면할 가장 중요한 안보 및 경제적 과제와 기회들에 대해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며 "양국 정부 모두에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中 견제 위해 군사적 옵션 고려해야…보복 대비 사전 준비 필요"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이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군사적 옵션까지도 고려해야 하며, 기존 안보 동맹을 넘어 모든 영역으로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놨다. 특히 중국의 한국에 대한 제재나 보복에 대비해 면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이브러햄 덴마크 우드로윌슨센터 부회장은 한미가 "더욱 강력하고 공세적인 중국에 대항해 2가지 전략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2가지는 중국의 부상으로 인해 지정학적 도전에 대응하는 것과 양국이 이러한 대응에 최적화되도록 동맹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부회장은 한국은 중국의 공세적 태도가 국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의 위협이 전혀 완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과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미동맹의 지평을 크게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향후 한미동맹의 계획과 협의에 중국이라는 요인을 개입시키지 않고 오로지 두 동맹국의 이익을 고려해 실시하면서,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회피하기보단 완화해 나가야 한다는 공통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한미동맹은 우선 중국을 직접 겨냥하진 않더라도 중국과 지나친 논쟁의 소지가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군사적 옵션들을 고려해 나가야 한다"며 "여기에는 문재인 정부의 소위 '3불 정책' 탈피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불 정책은 박근혜정부 당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악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풀기 위해 문재인정부가 제시한 대중 정책 기조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참여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덴마크 부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이 정책에 얽매여선 안 된다. 오히려 동맹의 미사일 방어 역량과 데이터 통합을 제고하고, 한미일 3각 동맹을 개선하는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한 한미동맹은 방위태세 향상을 위해 보다 발전된 한미 타격역량 개발 및 배치, 미국 해군 함대의 한국 해군기지 순환배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중국에 지나치게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문재인정부는 소위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많은 경우 무행동으로 드러나 적잖은 혼란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윤석열정부는 여론과 외교정책간 건강한 균형의 유지를 위해 힘써야 하고,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에 대한 중국의) 비군사적 위협과 강압에 맞서기 위해 한미동맹의 유용성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양국 정부 공히 역내 안정과 번영을 위해 존재감과 함께 상관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오미연 애틀랜틱카운슬 아시아국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EPF)' 내에 중국의 경제 보복에 집단 대응하는 보호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셰일라 스미스 미국외교협회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연구원은 "공급망을 교란할 수 있는 중국의 선동 행위와 사건"에 맞서 "일본과 한국은 더 큰 경제적 회복력(resilience)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미국 측 대표였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중국을 겨냥, 비시장경제 관행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 가동시켰던 '삼각' 프로세스에 한국도 동참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뉴스1
© 뉴스1

◇"北비핵화 목표 확고히 해야…한미 상호방위조약 '확장 억제' 명문화도 고려"

양국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하면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한국 방위에 대한 공약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한미는 "한반도의 목표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임을 북한과 중국측에 분명히 해야 한다"며 "북한 핵 프로그램이 고도화됐다고 해서 장기적 목표로서의 비핵화를 포기한다는 것은 국제적 비핵화 체제를 훼손하고 역내 국가의 자체 핵무기 개발을 장려함으로써 역내 안정성을 저해할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한미 양국은 동맹 중심의 전략을 통해 지역 방어 및 억제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한미일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며,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그룹 회의(TCOG) 재개를 출발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한미일 3국은 대북 협상의 각 단계마다 공조를 유지하되, 연합 군사 훈련 등 동맹의 자산을 대북 협상 카드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 석좌는 한미 양국이 북한에 "영변 및 인근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핵활동 우선 동결, 핵실험 모라토리엄, 핵분열 물질 생산 중단 등을 출발점으로 삼는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며 "이 단계가 완료되면 정치적 관계변화에 집중하는 두 번째 대화 트랙을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압박과 제재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한미 양국은 북한의 가역적 조치에 대해선 대북 압박 완화를 위한 레버리지를 최대한 인색하게 행사하되,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선 주요 제재들을 관대하게 해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한미 양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임을 재천명해야 한다"며 "한국과 미국은 모호성을 걷어내고 북한이 보유한 과거와 현재, 미래의 핵 모두를 제거하는 CVID를 다시금 명확한 목표로 상정해야 한다. 다만 북한이 CVID라는 표현을 극도로 혐오하므로 트럼프 행정부 때 사용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사용해야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핵 군축'과 '군비 제한' 논의를 지양해야 하며 상위의 비핵화 목표하에서 다뤄야 한다면서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이미 한국을 상대로 핵미사일 공격 능력을 확보한 북한에 한국은 완전히 노출되는 만큼 핵 사용 작전계획을 한미가 공유하는 수준 등이 없다면 한국 내에서 핵무장론이 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미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해 '확장 억제(미국의 핵우산 제공)'를 명문화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양국 입법부에서 비준받는 조약이라면 가장 높은 수준의 제도화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애덤 시걸 미국외교협회 신흥기술·국가안보석좌는 북·중·러의 사이버 공격 증가를 우려하며 "한미 양국은 사이버 공격이 특정 상황에서는 상호방위조약의 범위에 해당한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박 교수는 또 "한미는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하는 능력을 우선 확장해야 하다"면서 "한국은 미국, 일본과 함께 미사일 방어망을 연동하는 작업을 더는 미룰 수 없다. 문재인정부가 중국에 약속했다는 '3불'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는 "한미일 3국 모두에게 가장 도전이 되는 안보문제는 북한의 핵 및 ICBM 능력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라며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보 공유를 위해 3국은 기존의 양자 군사정보 보호협정을 3자 간 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미국이 자국 핵우산의 확장 억지력에 관한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미스 연구원 역시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통합적으로 대응한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한미일은 탄도 미사일 방어를 위한 정기적 3국 군사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3국은 더욱 강화된 통합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3국 군사훈련을 통해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인도주의적 훈련과 재난구호 훈련도 신뢰 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역·기술 분야 새 질서 형성·확립 주도해 나가야"

한미 전문가들은 무역·기술 분야에서 양국이 새로운 질서의 형성과 확립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매슈 굿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경제 담당 선임부소장은 디지털 규범 등 기술 분야의 글로벌 표준과 규칙 정립을 위한 협력을 강조했고,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도 "한미 양국이 기술 혁신의 주도권을 추구하는 보다 적극적인 경제 안보를 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과 미국, EU, 일본이 참여하는 '무역기술협의체(TTC)' 구성을 제안했고, 정형곤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국은 미국에 비해 반도체 설계 기술 및 전문인력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반면, 미국은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 있어서 대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며 한미 간 상호 보완적 협력을 주장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장 겸 한국핵정책학회장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초래한 정책적 혼선을 시급히 제거해야 한다"며 한미간 원전 수출뿐만 아니라 소형 모듈형 원전(SMR) 개발과 건설, 차세대 원전 개발 등을 위한 협력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