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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복수 위한 거세·마약…문제작 떠오른 '돼지의 왕' [N초점]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2022-04-02 08:00 송고
'돼지의 왕' 메인 포스터 © 뉴스1
'돼지의 왕' 메인 포스터 © 뉴스1
과거 학교폭력에 괴로워하던 피해자가 어른이 돼 가해자들을 향해 복수를 시작한다. 이를 담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돼지의 왕'(극본 탁재영/ 연출 김대진, 김상우)은 이러한 설정 속에서 잔혹한 표현 수위로 극을 이끌어간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단하며 또다른 가해자가 되가는 과정을 담은 '돼지의 왕'. 시청자들 사이에서 '돼지의 왕'은 뜨거운 문제작으로 떠오르고 있다.

'돼지의 왕'은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로,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2회씩 공개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20년 전 당한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황경민(김동욱 분)이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에 복수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돼지의 왕'의 시작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부터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를 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이 피해자들의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담론이 오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드라마화가 된 '돼지의 왕'은 달랐다. 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과 달리 성인이 된 가해자들의 모습도 등장했고, 이들에 복수를 가하는 복수극의 형태로 변화됐다. 또한 실패한 소설가가 된 정종석(김성규 분)와 부도가 난 회사를 운영하다 충동적으로 자기 아내를 죽인 황경민의 이야기로 시작됐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 정종석은 형사가 됐으며, 황경민의 아내는 황경민과 극단적 선택을 하다 자신만 희생 당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사회고발 드라마의 성질을 띄던 애니메이션과 달리 드라마 '돼지의 왕'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황경민을 막기 위해 형사가 된 정종석이 이를 뒤쫒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덕분에 '돼지의 왕' 속 표현 수위도 더 높아졌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황경민에게 저질렀던 폭력도 더욱 세세하게 표현됐다.
티빙 '돼지의 왕' 스틸컷 © 뉴스1
티빙 '돼지의 왕' 스틸컷 © 뉴스1
또한 성인이 된 황경민이 학교 폭력 가해자들을 직접 찾아가 살인 과정에서 거세를 하는가 하면, 한 학교 폭력 가해자는 마약 중독자로 만들어가면서 복수를 하는 모습도 잔혹하게 그려졌다.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시청 등급에 걸맞게 이러한 과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됐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황경민의 복수가 사이다처럼 느껴졌다는 의견과 복수에서 사용되는 폭력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의견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폭력이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되면서 불편함을 느꼈다는 시선도 일부에서 등장했다.
이러한 시선에 대해 극본을 쓴 탁재영 작가는 최근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초반에는 학폭 피해자가 자신을 괴롭혔던 가해자에게 복수하면서, 시청자들들이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만들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고 싶었다"라면서도 "하지만 5부부터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만들었던 경민의 사적 복수가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도덕적 딜레마를 시청자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초반에 다소 폭력이 적나라하더라도 의미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돼지의 왕'은 황경민의 사적 복수가 중심이 되지만,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폭력의 순환 속 딜레마를 다룬다는 것. 적나라한 표현 수위 역시 이를 더욱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앞으로의 전개에서 이러한 딜레마가 적절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단순히 선정성 강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돼지의 왕'은 초반에 벌어진 참혹한 복수를 어떻게 수습해가는가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왜 세상은 강자 약자로 나뉘어 폭력을 휘두르고 폭력의 근원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사유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의도로 (각본을) 썼다"라고 밝힌 탁재영 작가. 과연 '돼지의 왕'은 이런 폭력의 근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으로 나아갈까, 혹은 폭력의 과정만 담아낸 선정적인 문제작으로만 남게 될까. 총 12부작으로 제작돼 앞으로 6부의 분량만 남게 된 '돼지의 왕'이 시청자들에게어떤 인상을 줄게 될지 궁금증이 커진다.


taehy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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