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왕' 메인 포스터 © 뉴스1 |
'돼지의 왕'은 연쇄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로, 지난달 18일부터 매주 금요일 2회씩 공개되고 있다. 지난 방송에서는 20년 전 당한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던 황경민(김동욱 분)이 아내의 죽음 이후 자신을 괴롭혔던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에 복수를 시작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돼지의 왕'의 시작은 지난 2011년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에서부터다. 원작 애니메이션에서는 학교 폭력 피해를 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중점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면서 학교 폭력이 피해자들의 삶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담론이 오가게 만들었다.
하지만 드라마화가 된 '돼지의 왕'은 달랐다. 드라마 '돼지의 왕'은 원작과 달리 성인이 된 가해자들의 모습도 등장했고, 이들에 복수를 가하는 복수극의 형태로 변화됐다. 또한 실패한 소설가가 된 정종석(김성규 분)와 부도가 난 회사를 운영하다 충동적으로 자기 아내를 죽인 황경민의 이야기로 시작됐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에서 정종석은 형사가 됐으며, 황경민의 아내는 황경민과 극단적 선택을 하다 자신만 희생 당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사회고발 드라마의 성질을 띄던 애니메이션과 달리 드라마 '돼지의 왕'은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황경민을 막기 위해 형사가 된 정종석이 이를 뒤쫒는 스릴러 장르로서의 모습에 가까워졌다. 덕분에 '돼지의 왕' 속 표현 수위도 더 높아졌다.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황경민에게 저질렀던 폭력도 더욱 세세하게 표현됐다.
티빙 '돼지의 왕' 스틸컷 © 뉴스1 |
결국 '돼지의 왕'은 황경민의 사적 복수가 중심이 되지만, 이를 정당화하는 것이 아닌 이러한 폭력의 순환 속 딜레마를 다룬다는 것. 적나라한 표현 수위 역시 이를 더욱 극명하게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앞으로의 전개에서 이러한 딜레마가 적절하게 표현되지 않으면 단순히 선정성 강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돼지의 왕'은 초반에 벌어진 참혹한 복수를 어떻게 수습해가는가라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왜 세상은 강자 약자로 나뉘어 폭력을 휘두르고 폭력의 근원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왔는지 함께 사유해봤으면 좋겠다 하는 의도로 (각본을) 썼다"라고 밝힌 탁재영 작가. 과연 '돼지의 왕'은 이런 폭력의 근원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수작으로 나아갈까, 혹은 폭력의 과정만 담아낸 선정적인 문제작으로만 남게 될까. 총 12부작으로 제작돼 앞으로 6부의 분량만 남게 된 '돼지의 왕'이 시청자들에게어떤 인상을 줄게 될지 궁금증이 커진다.
taehy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