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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팹리스 시장 150조 50% '껑충'…한국은 "이제 걸음마"

작년 전세계 10대 팹리스 기업 매출액 1274억달러
미국·대만 독식…"韓, 정부·업계 힘 합쳐 따라잡아야"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2022-03-28 06:15 송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에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1 대한민국 산업기술 R&D대전에서 관람객이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2021.11.17/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해 전세계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분야 상위 10대 기업의 매출이 48% 증가해 전체 반도체 시장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를 주도하는 미국·대만이 수혜를 본 반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 위주인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2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상위 10개 팹리스 기업의 매출액은 총 1274억달러(약 156조원)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지난해 반도체 부족으로 칩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매출액 기준 1위인 퀄컴의 지난해 반도체 설계 매출은 293억3300만달러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다. 스마트폰 시스템온칩(SoC) 매출이 51%, 사물인터넷(IoT) 칩 매출이 63% 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2위인 엔비디아(248억8500만달러)는 게임용 그래픽 카드와 데이터 센터 부문 매출이 각각 64%, 59% 성장하면서 전체 매출이 전년보다 61% 증가했다. 3위인 브로드컴(210억2600만달러)의 매출도 18% 늘었으며 6위인 노바텍(48억3600만달러)의 매출은 79%나 뛰어 10대 기업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트렌드포스 측은 "고성능 컴퓨팅과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고속전송, 서버, 자동차, 산업용 애플리케이션 등 높은 스펙의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이들 회사에게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돼 전반적으로 수익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의 한국 퀄컴 코리아 본사. 2019.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국 퀄컴 코리아 본사. 2019.1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팹리스의 48%라는 매출 성장률은 다른 반도체 시장보다 크게 높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의 전년 대비 매출 성장률은 21.1%로 높은 편이었지만 팹리스 시장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1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린 17개 반도체 기업 중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증가한 4곳은 모두 팹리스(퀄컴·엔비디아·미디어텍·AMD)다.

10대 팹리스 기업 중 퀄컴·엔비디아·브로드컴·AMD·마벨·자일링스 등 6곳은 미국 기업이며 미디어텍·노바텍·리얼텍·하이맥스 등 4곳은 대만 기업이다.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낮은 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미국(56.8%)·대만(20.7%)에 크게 못 미치며 중국(16.7%)과도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을 통해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팹리스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LX세미콘 홈페이지 캡처) © 뉴스1

국내 팹리스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기업은 지난해 1조8988억원의 매출을 올린 LX세미콘으로 세계 13위다. 2014년 31위에서 급성장했지만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중심의 사업 구조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반면 고가이면서도 향후 유망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칩의 설계는 퀄컴 등 미국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SK그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공개하며 팹리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팹리스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는 전반적인 역량이 떨어진다"며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반도체 인재를 적극 유입하고 투자를 지원해 글로벌 기업과 수주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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