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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 비웃는 구글]③구글 인앱결제 강행…콘텐츠 가격 줄줄이 인상

구글 인앱결제 정책 고수로 국내 OTT 서비스 가격 인상 예고
콘텐츠 업계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소비자 불만 창작자 향할 것"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2022-03-25 07:23 송고 | 2022-03-25 07:31 최종수정
편집자주 "Don't be Evil(악해지지 말자)"이 모토인 구글이 '갑질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애플과 달리 개방형 생태계를 강조하며 급성장한 구글은 2년전 '앱마켓 통행세'를 강제한다고 발표했다. 업계는 반발했고 정치권까지 나서 전세계 최초로 '구글갑질방지법'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을 비웃듯 구글은 당초 계획대로 구글내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방침을 오는 4월부터 강행한다. 모바일 생태계의 최상단에 있는 '플랫폼 위의 플랫폼' 구글의 민낯이다.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는 안드로이드 앱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웨이브 공지사항 갈무리)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고수하면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는 안드로이드 앱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웨이브 공지사항 갈무리)

"구글인앱결제 의무화 적용으로 인해 '시즌' 안드로이드 앱에서 제공하는 상품 가격 및 콘텐츠 구매 방식이 변경될 수 있습니다."

"구글플레이 정책에 따라 '웨이브' 안드로이드 앱 신규 결제 시 구글플레이 결제를 의무적으로 적용합니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 앱에서 판매하는 이용권 및 개별구매 영화의 가격 및 구매/환불 방식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고수로 콘텐츠 가격 인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 KT '시즌'(seezn)은 최근 공지를 통해 안드로이드 앱 가격 변동을 예고했다. 가격은 최대 4000원 가량 인상된다. '티빙' 등 다른 국내 OTT 서비스를 비롯해 웹툰·웹소설 서비스도 도미노식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구글이 자사 정책을 따르지 않을 경우 앱을 내리겠다는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가격 인상의 도화선 '수수료'…구글갑질방지법에도 피할 길 없어
콘텐츠 가격 인상 가능성은 지난 2020년 하반기부터 제기돼 왔다. 구글이 그동안 게임 앱에만 적용해왔던 인앱결제·30% 수수료 정책을 콘텐츠 앱 전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공식 발표하면서다. 앱 안에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결제를 강제하고 이에 대한 수수료를 30% 떼어 가겠다는 내용이다.

이후 업계의 반발로 구글은 해당 정책의 적용 시기를 늦췄고, 국회에서는 지난해 8월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내용의 '구글갑질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9월14일부터 시행됐고, 실질적인 법 위반 여부 조사 및 처분에 필요한 세부 법안 정비를 거쳐 시행령이 마련돼 지난 1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나 구글은 구글갑질방지법 시행령이 시행된 직후인 17일 기존에 예고한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4월부터는 앱 업데이트를 차단하고 6월부터는 구글플레이에서 앱이 삭제된다고 공지했다.
구글은 국내법에 따라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추가했지만, 기존보다 4%포인트(p) 인하에 그친 수수료를 요구해 수수료 문제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이번 공지를 통해 앱에서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 결제 경로까지 막겠다고 못 받으면서 구글의 수수료 징수를 피할 길이 사라졌다.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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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에게 전가되는 수수료 비용, 현실화된 가격 인상

수수료 비용은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업체들은 이미 30% 수수료가 붙는 인앱결제를 강제해 온 애플 iOS용 앱에는 인앱결제 가격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예를 들어 국내 OTT 서비스 웨이브는 프리미엄 이용권 기준으로 안드로이드 앱에서는 1만3900원, iOS 앱에서는 2만원의 비용을 청구해왔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유료 웹툰을 보기 위한 쿠키 구매에 안드로이드는 100개 구매당 1만원, iOS에서는 1만2000원이 든다.

또 아웃링크 방식의 외부 결제가 막히면서 앱 내에서 웹 결제 방식을 제공해온 서비스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카카오톡의 경우 현재 이모티콘 플러스, 톡서랍 등 일부 구독 서비스를 웹 결제 방식으로 제공 중이다.

네이버웹툰 애플 iOS용 앱(왼쪽)과 구글 안드로이드 앱의 유료 웹툰용 재화 '쿠키' 가격 비교. (네이버웹툰 앱 갈무리)
네이버웹툰 애플 iOS용 앱(왼쪽)과 구글 안드로이드 앱의 유료 웹툰용 재화 '쿠키' 가격 비교. (네이버웹툰 앱 갈무리)

실제 웨이브는 구글에 추가 부담해야 하는 15%의 수수료를 반영한 가격을 오는 29일부터 안드로이드 앱에 적용할 예정이다. 요금제별로 △베이직 7900원→9300원 △스탠다드 1만900원→1만29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1만6500원으로 오른다. 개별 VOD 구매의 경우 30%의 수수료를 반영해 가격이 인상된다. 웹 결제는 가격 변동이 없다.

웨이브 관계자는 "구글플레이에서 웨이브 앱을 설치한 신규 이용자가 앱에서 결제하면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며, 기존 정기 구독자나 국내 앱마켓 원스토어, 웹 결제의 경우 가격이 유지된다"고 밝혔다.

국내 대형 모바일 콘텐츠 개발사 관계자는 "방통위 쪽에선 3월 초 시행령에 대해 설명하면서 외부결제·(아웃링크 방식의) 웹 결제가 허용되는 것처럼 얘기했지만, 구글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은 것이 문제"라며 "현재 웹 결제 방식으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인앱결제를 붙여야 하는 상황으로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콘텐츠 업계, "뻔히 예상된 결과…안타깝고 참담한 심정"

업계에서는 현실로 벌어진 구글의 규제 우회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OTT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애플은 절대적인 존재로, 앱마켓 정책으로 앱 업데이트가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서비스사가 해당 문제를 푸는 건 불가능하다"며 "넷플릭스처럼 결제 수단을 앱에서 아예 제거하는 방식은 넷플릭스 만큼의 인지도와 이용자 규모를 갖춰야 가능하며 일반 콘텐츠 사업자(CP)가 웹 결제 방식만 제공할 경우 매출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앱결제 문제에 목소리를 내온 한국웹툰산업협회 서범강 회장은 "구글의 꼼수 행위에 대해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났고, 이를 명확하게 제재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며 "심각한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고,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의 화살이 구글이 아닌 국내 서비스와 창작자들이 받게 될 것"이라며 "불만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고 성장 과정에 있는 웹툰 산업, 콘텐츠 시장이 위축돼 창작자들의 창작 의지 꺾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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