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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걸테크 시대②]'3분'만에 내용증명서 뚝딱…판례 검색 '인기'

법무법인-IT기업 협업해 새로운 서비스 개발 확산
리걸테크 선진국에 비해 뒤떨어져…"ICT 최강국 무색"

(서울=뉴스1) 최현만 기자, 정혜민 기자 | 2022-03-21 14:01 송고 | 2022-03-21 21:02 최종수정
편집자주 인공지능(AI)이 판사를 대신해 판결을 내리고 변호사 대신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해 고소장을 직접 작성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금융이 IT 기술과 접목하면서 핀테크(FinTech) 서비스로 발전한 것처럼 법률서비스 역시 리걸테크(LegalTech)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리걸테크 산업은 각종 규제와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으로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면 해외의 경우 막대한 투자에 힘입어 우리와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뉴스1>은 리걸테크 산업의 현주소와 리걸테크가 국내에서 조화롭게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들여다 봤다.
리걸테크 기업 '로폼'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통해 작성한 내용증명서 일부© 뉴스1

#. 근무를 마치고 교대역으로 가면 옛 직장동료 A씨가 매일같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A씨는 나 때문에 회사에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이 아닌데도 말이다. A씨는 교대역에서 나와 마주치면 사람들이 보는 와중에도 허위 사실을 말하며 욕을 한다. 너무 당혹스럽다. A씨가 이런 일을 그만뒀으면 좋겠다.

이런 가상의 상황을 전제로 리걸테크 기업 '로폼'의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활용해 명예훼손 중단 내용증명서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명예훼손을 당한 날짜, 내용, 수신인 정보 등을 입력하니 3분도 채 되지 않아 내용증명서가 만들어졌다.

내용증명서를 변호사의 상담을 거쳐 만들었다면 약 30만~50만원이 들었을 테지만, 해당 리걸테크 기업 사이트를 통해 작성하니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이렇게 작성한 내용증명서를 살펴본 한 변호사는 "형식이 잘 갖춰진 내용 증명서"라고 평가했다.

로폼은 내용증명서, 고소장, 각종 계약서와 합의서 등 다양한 법률 문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률문서 자동 작성 서비스 이용 횟수가 30만회를 넘을 정도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다만 법률문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통해 작성한 고소장을 변호사에게 전달하니 "전문가의 검토를 받는게 필요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서비스 특성상 이용자가 무고죄 등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내용이 작성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 리걸테크 서비스의 업무 영역이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로톡 등 익히 알려진 변호사 소개 서비스뿐만 아니라 △판례·법령 검색 △법률문서 분석·관리 △법률문서 자동작성 등 리걸테크 분야도 관심을 받고 있다.

◇변호사 돕는 판례검색 서비스…AI 적극 활용하기도

일반 국민들에게는 변호사 소개 서비스가 가장 익숙하지만, 변호사들은 변호사 소개 서비스보다는 판례검색 서비스를 더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었다. 업체가 많아지면서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서초동에서 근무하는 차지현 변호사(가명)는 "변호사들은 판례 검색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며 "어디가 하급심 판결문이 더 많고 싸다는 비교 광고도 나오고 있어 어떤 사이트를 이용할지 고민하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엘박스, 케이스노트 등 리걸테크 기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엘박스의 경우 60만건이 넘는 판례를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는 종합법률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 법원의 판례를 제공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의 판례만 선별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판결문을 열람하려면 사건번호를 알아야 하고 판결문 당 1000원의 열람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 다소 번거로운 절차 때문에 변호사들은 리걸테크 기업의 판례 검색 서비스를 더 애용하는 실정이다. 

판례 검색에 AI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AI 기업 인텔리콘 연구소는 일상용어로 검색해도 AI가 법령과 판례까지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학교폭력'이라고 검색하면 왼쪽에 고등교육법,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등 법령 정보가, 오른쪽에는 각 법령에 해당하는 다양한 판례가 나타난다.

로톡도 지난 1월 '빅케이스'라는 판례 검색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로톡은 빅케이스가 '서면으로 검색'이라는 기능을 탑재해 장문의 법률 문서를 바로 입력해도 연관성이 높은 판례와 법령을 자동으로 찾아준다고 설명한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소장, 준비서면 등 문서 관리 시스템도…법무법인-기업 함께 개발

법률 문서를 관리해주는 AI 기반 리걸테크 서비스도 활용되고 있다.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인텔리콘 연구소와 협업을 통해 지난해 12월 '도큐브레인'을 개발했다. 

도큐브레인은 변호사들이 송무나 자문 등 과정에서 작성한 소장, 준비서면 등 다양한 법률문서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도큐브레인에 등록된 문서만 벌써 20만건이 넘는다.

대륙아주 소속 김정동 변호사는 "구성원들이 도큐브레인을 통해 다른 구성원들의 업무사례를 조회할 수 있어 도움을 받고 있다"며 "업무 처리의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큐브레인에 법률 문서를 등록하면 법령이나 판례를 자동으로 분리해 보여주는 AI 기술도 탑재됐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이처럼 법무법인들은 실제 리걸테크 서비스 개발에 직접 나서고 있다. 법무법인 디라이트 역시 자회사인 코메이크와 함께 계약서 자동작성 서비스를 개발했다.

법무법인 강남은 지난해 11월 소장 자동작성 서비스 '소장이지'를 개발해 리걸테크 시장에 진입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리걸테크 전문팀 e율촌을 설치하고 리걸테크롤 통한 법률서비스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동인은 2020년 6월 인텔리콘 연구소와 업무협약을 맺고 리걸테크를 도입했다.

◇리걸테크 미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아직 시장 작아"

다만 우리나라 리걸테크 서비스는 미국 등 '리걸테크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크게 뒤떨어졌다는 평가다. 미국의 리걸테크 기업 수는 이미 1000개가 넘을 정도다.

법안 데이터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피스컬노트의 주요 고객은 미국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과 사우스웨스트 항공, 테슬라 등 대기업들로 알려져 있다.

이미 미국에서는 판사가 재범률 산정 AI의 도움을 받아 형을 선고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변호사에게 사건의 승소율을 예측해 알려주는 서비스까지 제공되도 있다. 로톡이 출시한 형량예측 서비스가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 끝에 종료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리걸테크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ICT 최강국이고 핀테크도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리걸테크만 최하위 레벨에 있다"면서 "미국의 산업규모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최소 150곳은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40~50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리걸테크 시장이 작으니 투자가 안 되고, 투자가 안 되니 시장이 크질 못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chm646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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