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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푸틴의 폭압 철퇴'…스페인 내전 때처럼 '국제여단' 결성된다

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 모병에 英·美·加·日 퇴역 군인 '자원' 움직임
'푸틴=히틀러' 구도…"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 지키는 싸움"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2-03-02 18:33 송고
스페인 내전(1936~1938) 당시 공화국 정부군 지원을 위해 의용군 격으로 참전한 국제여단. 사진 출처는 영국 국제여단 기념회(international-brigades.org.uk).
스페인 내전(1936~1938) 당시 공화국 정부군 지원을 위해 의용군 격으로 참전한 국제여단. 사진 출처는 영국 국제여단 기념회(international-brigades.org.uk).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와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는 모두 작가 개인이 군인으로서 스페인 내전(1936~1938)에 참전했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소련이 지원하던 스페인 공화국 정부군이 독일 히틀러와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는 프랑코 반군을 상대로 수행한 전쟁에 헤밍웨이와 오웰이 참전한 이유는 뭘까.
당시 공화국 정부를 지키려는 스페인 인민 의용군을 돕기 위해 조직된 '국제여단'에는 미국인 수천 명 등 53개국 3만~5만여 명이 참전한 것으로 추산된다.  

90년 전 스페인 내전이 소환된 건 '민주정부를 사수한다'는 대의에 국제사회가 힘을 보태던 장면이 바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재현되고 있어서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외국인도 러시아와의 싸움을 좀 도와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일부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한 채 부응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현상을 소개했다.
미 웨스트체스터대의 리사 키르센바움 역사학 교수는 "우크라이나의 호소는 (스페인 내전과) 이념적 유사성은 없지만, 당시 스페인과 현재 우크라이나의 외국인 모병에는 '명백한 유사점'이 있다"며 "심지어 사용되는 언어까지 (그렇다)"라고 말했다.

키르센바움 교수는 "히틀러와의 전쟁과 푸틴과의 전쟁을 동일시하는 모병 요청 프레임은 보다 상징적인 역할이나 선전 목적을 시사한다"며 "외국인 자원병의 참전은 우크라이나의 명분을 '문명 세계의 명분'으로 치환하는 효과를 누린다"고 했다.

◇우크라 국제의용군, 스페인 내전 이후 최대 규모 외국인 모병 될 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국제사회를 향해 "국제영토방위군단을 창설하겠다"면서 "우크라이나와 유럽, 세계의 방어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누구든 관심 있는 사람은 자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연락하면 된다"면서 "함께 히틀러를 물리쳤듯 푸틴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크름)반도 점령 이후 지난 8년간 계속된 동부 돈바스 친러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간 교전에 외국인이 참전한 전적이 있다.

다만 이번 국제 의용군 모병이 본격화하면,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 동부 전선과는 규모가 다를 것이란 게 오슬로대 극단주의연구센터의 카퍼 레카웨크 포스트닥터 연구원의 분석이다.    

참여국 스펙트럼도 비교가 안 될 전망이다. 동부 전선에 참여한 외국인이 조지아나 벨라루스 등 옛 소련 국가에서 왔다면, 이번엔 영국과 서유럽, 미국, 아시아의 일본까지 꿈틀대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캐나다와 미국의 퇴역 군인이 소셜미디어로 우크라이나 참전 의사를 밝히는가 하면, 전직 특수부대 요원들로 구성된 나토 퇴역 장병 십여 명이 폴란드에 집결해 참전을 준비 중이라는 미 온라인 매체 보도도 나왔다.

이날(2일) 마이니치 신문은 전직 자위대원 50명과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 20명 등 일본 남성 약 70명이 의용군에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군대 직접 파병 안 하는 나토국가 속속 "민간인 참전 막지 않겠다"

2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TV 방송 타워 주변에서 경찰이 행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일(현지시간) 러시아 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TV 방송 타워 주변에서 경찰이 행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비롯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수장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은 하더라도 직접 파병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대신 폴란드와 발트3국,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인근 나토 회원국에 자국군을 파병하고 미사일 배치를 늘리는 식으로 억지에 초점을 맞춰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미군의 우크라이나 직접 파병은 없다.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총질을 하면 그건 세계 대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간 시민이 의용군 형태로 참전하는 건 별개로 평가되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는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입국을 막고 있지만, 영국과 라트비아, 덴마크, 캐나다 등 서방 국가는 속속 '자국민 참전 시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로 떠나는 영국인을 지지한다"고 말했고,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캐나다인 참전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개인적 선택"이라고 했다.

라트비아 의회는 이날 만장일치로 자국민의 우크라이나 참전을 승인했고,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참전하는 시민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시리아 내전 속 유럽 시민들이 이슬람국가(IS) 같은 극단주의단체에 가입해 쿠르드민병대와 싸운 사례처럼, '그저 전쟁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이 '테러에 가담하듯' 참전할 우려도 제기된다.

앤서니 드워킨 유럽외교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러 가는 사람들 중에는 흥분을 찾거나 싸움을 즐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환영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각국은 이를 장려하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리아 내전에서 외국인의 역할을 집중 연구한 애런 젤린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겠다고 자원한 외국인은 런던 중심부나 파리, 브뤼셀에서 테러를 저지르고 싶어하는 이데올로기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 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2.2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관계자들이 28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즉각 중단, 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2.2.28/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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