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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물적분할'에 개미들 분노…기업들 '긴장'

금융당국·대선주자 "물적분할 규제안 만들 것"
기업들 "당분간 상장 계획 없어"…주주들 달래기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2022-02-10 06:05 송고 | 2022-02-10 08:30 최종수정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기업들의 잇단 물적분할에 개미(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금융당국과 대선주자들이 무분별한 물적분할을 규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은 물적분할 계획을 철수하거나 분할된 자회사 상장 절차를 중단하는 등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물적분할이란 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100%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모회사가 100% 지분을 유지한다면 주주들은 종전과 다름없는 지분가치를 누릴 수 있지만 물적분할한 자회사의 기업공개(IPO)가 진행되면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돼 모회사의 할인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장 마감 이후 물적분할 계획을 발표한 LS일렉트릭은 전일 대비 5000원(-10.21%) 하락한 4만3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LS일렉트릭은 단순·물적분할의 방법으로 EV릴레이 생산 부문을 담당하고 있는 엘에스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 주식회사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진행됨에 따라 분할되는 회사의 최대주주 소유주식과 지분율의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또 EV릴레이 사업의 분리를 통해 기존 존속회사는 전력, 자동화 사업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급락의 요인은 엘에스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의 상장 우려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물적분할을 결정한 만큼 신설 자회사의 IPO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LS일렉트릭이 보유한 엘에스이모빌리티솔루션(가칭)의 지분 가치는 감소한다. EV릴레이 부문의 성장성을 보고 LS일렉트릭에 투자한 주주들은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반면 물적분할 계획을 철회한 CJ ENM은 이날 9.52% 급등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결정을 반겼다. 앞서 CJ ENM은 지난해 11월 19일 물적분할을 통해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멀티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설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발표 이후부터 지난 8일까지 주가는 30.2% 떨어졌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자 소액주주의 반발은 커졌다. 게다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규제 움직임까지 나오면서 CJ ENM은 물적분할 계획을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IPO 시장 투자 열기에 힘입어 상장사들이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나섰다.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해 상장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8월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해 SK온을 설립했고, 만도도 자율주행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불만은 커졌다. 기존 주주들은 물적분할 후 탄생하는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 심지어 자회사가 상장까지 하면 모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회사의 지분 가치가 할인돼 모회사 주식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물적분할 후 신설 자회사 상장은 가장 손쉽게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선후보들은 일제히 물적분할에 대한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물적분할에 반대한 주주의 주식을 되사 주는 매수청구권을 부여하거나, 물적분할한 회사가 유상증자를 진행할 때 모회사 주주에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식, 물적분할 자회사 IPO 진행 시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청약권을 부여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물적분할 규제 의지를 밝혔다. 정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기관 전용 사모펀드 운용사(PEF)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물적분할과 관련해서)소액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뿐만 아니라 상법도 개정될 수 있어 관련 부처하고도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역시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은 '물적분할 눈치보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CJ ENM은 아예 물적분할 계획을 철수했고, SK이노베이션은 SK온의 상장은 당분간 검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역시 물적분할을 통해 세운 카카오 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섣불리 기업을 물적분할을 하거나 신설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것"이라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물적분할 규제가 만들어질 거고 기업들은 규제 이후에 절차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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