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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 '혐오 콘텐츠' 처벌 강화해야…호기심 소비도 공범

반복되는 인터넷 괴롭힘으로 극단선택…기존 처벌 높여야
악플방지법 만들어도 차단 어려워…사용자 인식개선 중요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2022-02-08 06:00 송고 | 2022-02-08 11:27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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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프로배구 선수 김연혁씨(27)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고 5일에는 인터넷방송 스트리머 잼미님(본명 조장미·27)이 극단적 선택 끝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두 사람 모두 생전에 유튜브와 SNS 등을 통해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루머에 시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두 사람은 생전에 이 같은 악성 댓글과 루머에 고통을 호소해왔다. 조씨는 유족을 통해 살아생전 악성 댓글과 루머로 인해 우울증을 심각하게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고 김씨도 지난해 자신의 SNS를 통해 "악플 이제 그만해주세요. 버티기 힘들어요"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일명 ‘사이버불링’이라고 불리는 온라인 괴롭힘을 두고 문제 해결을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복돼 온 온라인 괴롭힘…악플방지법이 해결책 될 수 있나

사실 김씨나 조씨의 사례와 같은 온라인 괴롭힘이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가수 설리씨(본명 최진리)와 구하라씨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해 악플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었다.
아울러 유튜버 BJ박소은(본명 박소은), 배구선수 고유민씨 등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악성 댓글과 루머로 인해 우울증 등 고통을 겪다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악성 댓글과 루머의 피해는 이 같은 유명인에게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20년에는 한 대학생이 대학 익명 커뮤니티에 글을 적었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악성 댓글과 근거 없는 루머로 인한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20대 국회에서 복수의 악플방지법이 발의됐다. 인터넷 이용자의 아이디와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함께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악플방지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문제는 이 법이 통과돼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악성 댓글과 인터넷 괴롭힘을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악플방지법은 일종의 준실명제로 불린다. 이유는 이미 인터넷 실명제가 지난 2012년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봤고 인터넷 실명제가 가지는 이득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인터넷 실명제가 실행된다고 악성 댓글이 의미 있게 감소했다는 증거는 없었다.

즉, 인터넷 실명제도 효용성이 크지 않은데 준실명제가 얼마나 효과를 낼 것인가에 의문이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악플방지법 역시 악성 댓글이나 인터넷 괴롭힘을 저지르는 개인을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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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렉카 규제…현재로서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온라인 명예훼손, 모욕죄의 특징은 다수가 유튜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장미씨의 경우도 지난 2019년 ‘남성혐오 제스처’를 했다는 이유로 사이버 렉카들(이슈가 터지면 짜깁기 영상 혹은 자극적인 루머를 담은 콘텐츠로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에게 일명 저격을 당한 이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문제는 조씨를 괴롭힌 악성 댓글과 루머를 퍼뜨린 사람들의 작성글, 아이디 등을 알아도 처벌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을 고소한다고 해도 회원정보나 로그기록을 받기 어려운데 그 이유가 바로 유튜브 본사가 외국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튜브뿐만이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대다수 SNS 본사가 외국에 있다 보니 범죄 혐의가 있는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강제 수사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플랫폼들은 회원의 개인정보 보호와 게시물의 자유가 결국 돈과 직결되는 만큼 수사에 더욱 비협조적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단체들이 지난달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유튜브 채널을 방치하는 구글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며 성명을 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례는 이 같은 큰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불법 촬영과 각종 합성 사진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워마드 사태가 대표적인 예이다. 당시 해당 사이트에는 수많은 명예훼손과 모욕죄 혐의가 있는 게시글이 올라왔지만 영장이 제대로 집행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독일이 도입한 '네트워크 집행법'을 우리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네트워크 집행법은 이용자 200만이 넘는 SNS는 특정 대상에 대한 혐오 콘텐츠가 올라오면 플랫폼 사업자가 24시간 이내에 이를 차단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지난 3일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나라도 이처럼 강력한 규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시민과 이용자들도 유튜브 콘텐츠를 그저 누리는 게 아니라 심각한 문제라는 걸 인지하고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네트워크 집행법에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독일에서도 "언론을 감시하는 사설 경찰이 등장했다"고 할 정도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혐오 콘텐츠를 삭제하고 차단하는 권한을 사실상 민간 기업에 위임해 놓으면서 법을 자의적으로 집행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 개선과 기존법하에서 처벌 강화

전문가들은 법과 제도 정비 이전에 인식 개선이 먼저라고 강조한다. 사이버 렉카들이 위법을 무릅쓰고서라도 인터넷 괴롭힘을 계속하는 이유는 바로 돈이 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사용자가 이 같은 혐오 콘텐츠를 스스로 소비하지 않고 악성 댓글이 가지는 위험성을 스스로 인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인식 개선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일권 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이용자가 선하게만 콘텐츠를 이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실질적인 법적 처벌이 이뤄져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법원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특정인을 상대로 23차례나 모욕적인 댓글을 단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의 처벌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에 대한 규제도 중요하지만 현행법 하에서도 처벌이 가능한 만큼 온라인 괴롭힘에 대한 문제점을 더 크게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sanghw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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