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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령' 맞은 우크라 사태…푸틴 '묵묵부답' 속 긴장 해법 찾을까

러·우, 노르망디 회담서 휴전 노력 입장 확인…美·나토, 서면답변 전달
WSJ "美·나토 서면답변, 러 요구에 미치지 못할 듯"

(서울=뉴스1) 김정률 기자 | 2022-01-27 11:31 송고 | 2022-01-27 15:43 최종수정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2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4자 회담 참석을 위해 파리에 도착해 러시아 대사관저에서 알렉세이 메쉬코프 대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이 26일 (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을 위한 4자 회담 참석을 위해 파리에 도착해 러시아 대사관저에서 알렉세이 메쉬코프 대사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동부 지역 휴전 노력을 이어가자는데 합의하는 한편,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러시아의 안보보장에 대한 서면 답변을 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이런 노력은 실제 무력 충돌이 일어날 경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 병력 집결 등 대치 상황은 여전해 이번 조치들이 긴장 해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독일, 프랑스는 26일(현지시간) 파리에 열린 8시간에 걸린 이른바 '노르망디' 회담에서 2014년 체결한 '민스크 협정'에 따른 휴전 유지를 위한 각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공동성명에는 "러·우 양측이 (동부) 휴전을 무조건 존중"한다는 약속이 담겼으며, 당사국들은 2주 후 독일 베를린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AFP는 소식통을 인용해 휴전 약속 범위는 동부 지역에 한정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문제는 러시아 측이 해빙 신호를 보내고 싶은 것인지"라며 동유럽에 드리운 전운 진화에 러시아의 결정이 중요하다는 점을 짚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어려운 논의가 결국은 어느 정도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면서 "현재 상황에선 좋은 신호"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측 안드리 예르마크 특사는 기자들을 따로 만나 "이번 회담이 쉽지 않았다"며 "지속 가능한 휴전에 대한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 드미트리 코자크 크렘린궁 특사 역시 이번 4자 회담의 주요 성과는 '휴전 유지 합의'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든 해석상 이견에도, 우리 모든 당사국이 합의에 따라 휴전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26일 (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같은 날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의 안보보장 요구에 대한 서면답변을 전달했다. 앞서 러시아는 지난해 12월15일 미국 측에 러시아·미국 간 안보보장 조약안과 나토 회원국 간 안전확보 조치에 관한 협정안 등 2개 문서의 초안을 전달했다. 

러시아는 이들 초안을 통해 미국과 나토에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국가의 나토 가입을 배제하는 나토의 동진 금지와 함께 러시아 인근 국가에 공격무기를 배치하지 않는다는 안보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서면 답변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진지한 외교적 경로'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나토도 이날 오후 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주재 러시아 대사에게 제안서를 전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답변서에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 국가 자신의 안보 협정 및 동맹을 선택할 권리를 포함해 우리가 지키고 수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핵심 원칙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고 밝혀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나토 동진 금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지원하는 탄약과 무기들이 도착해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공항에서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지원하는 탄약과 무기들이 도착해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나토의 답변은 러시아의 요구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측 카운터 파트너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과 회담 전까지 서면 답변 내용을 비공개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사실상 미국 측도 서면 답변 내용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 등을 예상하고 실제 양국 회담에서 추가 논의를 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답변서 전달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가 즉시 사태를 진정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서도 "우리는 물론 좋은 해결책을 위해 노력하고 바라고 있지만 또한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 것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병력 증강은 점점 더 발전된 단계로 가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 인근에서 6000여명의 병력이 동원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서 합동훈련까지 진행하고 우크라이나의 3면을 포위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미국 등의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물품 지원을 두고 "수수방관 하지 않겠다"는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이탈리아 대기업 CEO들과 화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이탈리아 대기업 CEO들과 화상회의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미·러 양국 실무자간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이번 사태 최종 결정권자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어떤 결정을 할지 서방 당국자들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약 한 달 전 기자회견에서 나토의 동유럽 주둔 철회를 마지막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 푸틴 대통령 개인에 대한 제재 가능성과 우크라이나에 서방 전략 물자 반입 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에도 푸틴 대통령의 침묵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푸틴 대통령이 대외 활동을 안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날 이탈리아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화상 회담을 진행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러시아 싱크탱크인 카네기 모스크바 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푸틴 대통령의 침묵에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노바야 연구원은 푸틴 대통령은 서방 국가의 강경한 입장에 속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보는 측면과 가능한 거래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품은 채 당분간 그것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싶어하는 측면, 아니면 이미 군사적 행동 방침을 정하고 공식적인 답변을 기다리면서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해왔을 수 있다고 했다.


jr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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