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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외교' 구상하는 북한…문재인 정부 '대북 정책'도 사실상 종료

文 정부 출범과 함께 시작한 비핵화 협상 '종결'
'긴장 후 대화' 가능성은 여전하지만 차기 정부 과제일 듯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2022-01-21 06:30 송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문재인 대통령.©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북한이 새로운 대미 외교의 판을 짜는 수순으로 들어가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대북 외교도 사실상 종결된 것이라는 평가가 21일 나온다.

북한은 전날 공개한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정치국 회의 결과 보도에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의 관계를 '총화'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이 합의와 다르게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자위권을 '거세'하려고 했다며 "미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한마디로 미 행정부의 변화 여부와 무관하게 미국과 상대하기 어렵다는 일종의 선언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한미에게 대화의 조건으로 국방력 강화에 대한 이중기준 및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이 올해 북한의 네 차례 미사일 발사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하자 두 요구조건이 모두 '거부'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새로운 북미관계'의 상징적 조치로 여겨졌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와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이라는 '모라토리엄'(유예) 선언까지 철회 가능성을 시사한 북한은, 이번 정치국 회의를 계기로 북미관계를 지난 비핵화 협상과 더 이상 연계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수립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 같은 구상은 나름 장기적인 관점으로 도출된 흔적이 북한의 보도문에서 드러난다. 노동신문은 전날 보도에 "미 제국주의와의 장기적인 대결에 보다 철저히 준비돼야 한다는 게 대채 정치국 회의는 일치하기 인정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국방력 강화 정책 이행에 있어 미국을 의식하고 견제하는 수준으로 무력시위를 이어갈 것임을 시사함과 동시에 한동안은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 발전을 이어갈 의지를 밝힌 셈이기도 하다. 물론 북한의 뒤에는 최근 2년여만에 물자교류를 재개한 중국이라는 '지원군'이 있다.

지난 4년간의 비핵화 협상은 남북미 3자 구도로 진행됐다. 그리고 북미 간의 평화 국면 전개가 협상의 추동력에 '부스터'를 달게 했고, 반대로 북미 협상이 결렬되자 교착이 장기화됐다.

때문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미국에 대해 '대결전'을 선언한 이 상황에서 임기가 반년도 남지 않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은 사실상 완전히 힘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핵단추' 언쟁 등 극도의 긴장 국면을 거쳐 전개됐다는 점, '긴장 후 대화'라는 이 같은 패턴은 대북 대화에 있어 과거에도 반복된 패턴이라는 점에서 언젠가 대화가 다시 전개될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다만 북한이 지난 4년의 대화판을 '원점'으로 회귀시키려 하고, 미국과의 장기적 대결전을 언급한 시점에서 대화는 한국 정부가 차기로 넘어간 시점에서야 여지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이 '도발에는 제재'라는 전통적인 외교 방식을 구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전략 수립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 때는 정상 간의 전격적인 합의로 대화와 협상이 가능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방식을 추구하는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

전통적 외교를 구사하는 미국의 행정부를 상대하면서 경제적으로는 자력갱생을 해야 하는 북한은, 한동안은 중국에 경도된 외교를 전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면 전환 시점에 대한 예상은 현재로선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남한 정부의 교체 이후 정책 기조에 따라 대화를 타진할 가능성,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즈음 기조 변화를 표출할 가능성이 동시에 나온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일 광명성절 80년(2월16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태양절(4월15일), 김정은 총비서의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 추대' 10년 기념일(4월11일, 13일) 등 기념일이 밀집된 2~4월 사이 북한의 행보에 따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기간동안 북한이 집중적인 결속을 위해 '레드라인'을 넘는 무력시위를 한다면 '극단적' 긴장 국면이 장기화되고, 반대의 경우 긴장은 유지되면서도 제각기 신경전을 이어가는 상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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