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사회 > 사건ㆍ사고

[사건의 재구성] 인형사업 실패에 잘못된 선택…'주식대박' 동기 흉기 살해

2개월 치밀한 준비…사무실 앞에 USB 두기도
1심 징역 40년…"사과" 뒤늦은 후회 소용없어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2022-01-13 07:00 송고 | 2022-01-13 09:10 최종수정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에서 옛 직장동료를 살해한 피의자가 마포경찰서를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 2021.7.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어리석은 행동으로 한 가족의 행복을 깨 죄송합니다. 저의 죄가 너무 큽니다. 저로 인해 고통받은 저희 가족에게도 사죄합니다. 제 두 아들에게 가난을 물려줬고 살인자의 아들이라는 굴레를 물려주게 돼 고통스럽습니다."

2021년 11월 법정에 선 서모씨(41)가 최후진술을 했다. 검사는 서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서씨는 주식 투자에 성공한 옛 직장 동기의 돈을 뺏기 위해 그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방청석의 피해자 아내는 눈물을 흘렸다.

서씨는 최소 2개월 이상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증권맨이었던 서씨는 회사를 나온 뒤 인형 판매 사업을 했지만 사업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2021년 총 4억5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대출 돌려막기를 하던 서씨는 옛 직장 입사동기 박모씨(생전 42세)가 주식 투자에 성공해 30억~40억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빌려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박씨가 거절하자 서씨는 박씨의 돈을 훔친 후 해외로 도망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씨는 2021년 5월부터 인터넷에서 '전기충격기 기절' 등을 검색하고 식칼, 망치, 전기충격기, 중고 화물차 등을 준비했다. 박씨 증권계좌에 있던 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하기 위해 '증권계좌 초기화 방법' '증권계좌 비밀번호 변경방법' 등을 검색하기도 했다.

심지어 서씨는 '살인 형량' '살인 후 해외도피' '돈 때문에 살인' '살인 시체 못찾는 경우' '파나마 이민형량' '정화조 사체유기' 등도 검색했다.

서씨는 박씨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재차 부탁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그해 7월12일 범행도구를 화물차에 싣고 자신이 살던 경북 경산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박씨의 오피스텔 사무실에 침입하려던 서씨는 이전에 알아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박씨가 번호를 바꾼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 서씨는 박씨를 만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사무실 출입문에 USB를 놓았다. 

서씨의 계획대로 박씨는 다음날 아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서씨의 USB를 발견하고는 'USB를 가져가라'는 문자를 보냈다. 연락을 받은 서씨는 그날 오후 박씨의 사무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씨는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박씨를 기절시키려 했으나 박씨는 정신을 잃지 않고 저항했다. 서씨는 둔기와 흉기로 박씨를 살해했다.

이날은 박씨가 증권사를 퇴사하고 개인투자자로 새 출발을 한 지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서씨는 락스를 뿌려 핏자국을 지우고 박씨의 컴퓨터로 10억원 상당의 박씨 주식을 매도 주문했다. 또 박씨의 신분증과 신용카드, 증권사 OTP 카드, 휴대전화, 컴퓨터, 현금 등을 챙겼다.

그는 박씨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에게 박씨의 차를 대구 종합경기장 주차장으로 몰고 가도록 시키고 박씨의 아내와 지인에게 "횡령으로 조사를 받게 돼 지방에 숨어야 한다"는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씨는 박씨의 시신을 큰 여행가방에 넣어 미리 준비한 화물차에 실은 다음 자신이 운영하는 경산의 인형 창고로 운반했다. 14일 새벽 창고에 도착한 서씨는 박씨의 시신과 범행도구를 창고 밖 정화조에 버렸다.

같은 날 아침 박씨 가족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박씨의 마포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혈흔을 발견하고 서씨를 쫓기 시작해 15일 오전 경산에서 서씨를 검거했다. 서씨는 매도 주식을 현금화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씨는 강도살인, 방실침입, 재물은닉,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지난달 서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공포와 고통을 느끼며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 특히 피해자의 어린 자녀가 향후 성장 과정에서 마주할 충격과 상처는 쉽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다만 "피고인은 과다한 채무 등으로 경제적 곤궁을 이기지 못하고 강도살인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고 실질적으로 취득한 이익도 미미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씨는 항소를 포기했지만 검사는 항소장을 제출했다.


hemingwa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