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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後스토리]美 원조로 탄생한 50살 카이스트…'美 역진출의 꿈' 이룰까

"미국 하버드, MIT보다 모자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꿈의 크기"
카이스트, '뉴욕 캠퍼스' 구상 발표…지원·협력 확보 노력 이어 나갈 예정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1-12-21 07:25 송고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왼쪽부터) 이광형 KAIST 총장, 배희남 글로벌 리더십 파운데이션(GLF) 회장 (KAIST 제공) /뉴스1

한국이 이공계 교육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1970년 초, 미국의 지원을 받아 카이스트가 개교할 수 있었다. 그랬던 카이스트가 한국 인재들이 더 넓은 곳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은 미국 뉴욕에 글로벌 캠퍼스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지난 9일 발표했다.
뉴욕에 캠퍼스를 세워 학생에는 국제 경험을 제공하고, 교수·연구진에는 국제 교류를 촉진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강조하는 '창업'의 기지 역할도 부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과 자수성가한 미국 교포 사업가 배희남 BIG투자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뉴욕 캠퍼스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배 회장이 뉴욕에 1만 평 상당의 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제공하기로 하여 첫 걸음을 내딛었지만,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공계 교육 불모지에서 피어난 카이스트, 이제는 미국으로
"국제적인 명망을 가진 이공계 교육 기관으로 성장해 학계의 본보기가 되는 학교"

50년 전 카이스트 설립 차관 지원을 위해 한국에 방문한 미국 실사단이 예견한 카이스트의 미래다.

한국의 전자제품과 문화 상품이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2021년 현재에는 큰 감흥이 없을 수 있는 문구지만, 카이스트가 설립될 당시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당시 이공계 대학원 정원은 1386명으로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661명의 대학원생이 한국 대학원생의 전부였다. 게다가 석·박사 교육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었고, 대학원 진학자의 많은 수가 해외 유학길에 나섰다. 그리고 유학 간 사람들의 귀국 비율은 10% 아래였다.

1969년 미국 뉴욕공과대학교 부교수로 일하던 정근모 박사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 내에 석·박사 양성을 위한 질 좋은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그는 사업 제안서를 미국 국무부과 주미 한국대사관에 제출했다.

이 제안은 한국의 '경제과학심의회의'에서 다뤄지게 된다. 이때 문교부는 기존 대학들의 반발을 우려, 반대 입장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쟁 끝에 생긴 지 몇 년 안 된 신생 부처 '과학기술처'가 카이스트 설립을 맡기로 결정됐다.

카이스트는 처음부터 한국 교육에서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문교부 소속이 아닌 과학기술처 소속일 뿐 아니라,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학원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고 한국과학원(KAIS)으로 불리게 됐다.

이후 카이스트는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대기업 박사급 인력의 25%, 대덕연구단지의 박사급 인력의 25%, 국내 이공계 대학의 교수 중 약 20%를 배출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이러한 지원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대학이 아닌 대학'이라는 카이스트의 특수성이 작용, 다른 대학들과의 형평성 논란에서 비켜날 수 있었던 점도 작용했다.

카이스트의 성과는 국내에만 머물지 않았다. 다른 국가에 카이스트를 모델로 한 이공계 교육기관 설립을 돕고 있다. 케냐는 카이스트를 벤치마킹해 케냐 과학기술원(Keny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KAIST) 설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카이스트가 설립 컨설팅을 맡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위한 원조로 세워진 과학기술원이 새로운 대학 설립을 돕는 것이다.

KAIST 정문 전경 (KAIST 제공) /뉴스1

◇첫발 뗀 미국 진출의 '꿈'…이제는 계획을 다져나가야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 카이스트는 미국이라는 더 큰 학술계·시장에서의 인적·학술적 교류, 기술이전, 창업 거점을 갖게 된다. 이광형 총장은 총장 선임 후 지속적으로 세계 10위권 대학, 세계 일류 대학이라는 목표를 제시해왔다. 이번 계획은 국제 무대에 진출하려는 이 총장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첫 걸음인 셈이다.

다만 갈 길이 구만리다. 이번에 카이스트와 배희남 회장이 교환한 양해 각서(MOU)는 카이스트 뉴욕 캠퍼스의 부지와 건물, 건물 리모델링 등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이상의 구체적인 계획은 불투명하다.

카이스트 이사회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이사회에서 이광형 총장은 '출장 보고' 형식으로 이번 업무협약 및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 알렸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이 총장은 "카이스티안(KAISTian·카이스트 구성원)이 미국 하버드, MIT보다 모자란 것은 실력이 아니라 꿈의 크기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교육과 연구, 창업 활동에 있어 국내 시장만 목표로 하기보다는 세계로 뻗어 나가도록 글로벌 시각과 경험을 독려하고 지원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운영 계획 수립 △미국 행정 당국의 인허가 △내부 구성원 설득 등의 지난한 작업과 막대한 재원 확보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총장은 앞으로 기업인들과 동문, 사회 리더들의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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