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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사람 살리는 간호사가 정작 고통 속에 죽어가고 있다

(의정부=뉴스1) 이상휼 기자 | 2021-11-24 08:00 송고
숨진 23세 간호사를 옭아맨 근로계약서 © 뉴스1
2년째 지속된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의 간호사 등 의료인력들이 피로도 누적과 열악한 처우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6일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기숙사에서 사회초년생인 23세 간호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과도한 업무와 선배들로부터 혼나는 것을 두려워했던 그는 '퇴사'를 거부 당하자 '벗어나기 어렵다'는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숨지기 전 23명의 환자를 혼자 담당했으며 3교대로 근무하면서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못해 수개월 사이 10㎏ 가량 체중이 줄었다고 한다.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병원 위주로 작성됐으며, 고인은 '을의 입장'에서 '여차하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압박감을 잠재적으로 받고 있었다. 퇴사를 거절 당하자 극단 선택에 내몰린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사회경험이 없는 새내기 간호사를 이렇게까지 혹사시켰어야만 했을까 거듭 의문이 든다.

고인이 숨진 직후 취재를 시작했을 때 병원 측은 '태움이나 업무 스트레스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을지재단 관계자는 "이번 사건 관련 다수 선량한 현직 간호사들의 명예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면서 경찰의 수사가 끝날 때까지 보도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난 현재 과중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명백함이 드러나고 있다. 병원 측의 초기 대응은 '사건의 파장을 최소화'하는데 급급했던 것이다.

유족의 고발에 따라 '괴롭힘 정황' 등에 대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간호사 사회 고질인 이른바 '태움'을 근절해 더 이상 이 같은 비극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K방역의 주역이고 코로나 시대의 영웅이라고 아무리 찬사를 보내도 의료현장, 방역현장에서 간호사와 의료진들의 처우 및 피로도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전세계에서 한국처럼 간호사에 대한 처우가 낮은 곳이 드물다고 한다.

아픈 사람을 보살피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는 이들이 정작 극심한 고통 속의 하루하루를 감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약자이면서 큰 희망을 키워나가야 할 23살 신규 간호사가 '을의 지옥' 같은 현장에서 눈물 흘리다가 안타깝게 숨졌다.


daidalo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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