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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포커스] 원팀 꿈꾸던 서남원 감독, 7개월 만에 '잔인한 경질'

선수·코치 무단 이탈에 구단은 감독·단장 해임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2021-11-22 12:11 송고
IBK기업은행과 서남원 감독의 동행이 7개월 만에 끝났다. 2021.8.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IBK기업은행과 서남원 감독의 동행이 7개월 만에 끝났다. 2021.8.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이하 IBK)의 서남원 감독이 최근 불거진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경질됐다. 지난 4월 지휘봉을 잡은지 7개월 만이다.

IBK의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태를 감안하더라도 항명에 가까운 조송화의 이탈에 따른 팀 내 불화를 서 감독이 혼자 책임지는 모양새라 구단의 '꼬리 짜르기'에 가까워 보인다.
IBK는 지난 2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팀 내 불화와 성적 부진 등 최근 사태의 책임을 물어 서남원 감독과 윤재섭 단장을 경질한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3위로 봄 배구를 경험한 IBK는 국가대표 김희진과 표승주, 김수지가 버티고 있어 올 시즌에도 무난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1라운드 6경기에서 전패를 하더니 2라운드 첫 경기까지 지면서 7연패의 늪에 빠졌다. 22일 현재 1승8패(승점 2)로 여자부 7개 팀 중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종목을 막론하고 프로스포츠에서 성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감독이 진다. 이에 표면적으로 서 감독의 경질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런데 IBK의 문제는 단순히 부진한 성적만이 아니었다. 주전 세터이자 주장인 조송화가 지난 16일 페퍼저축은행전(3-2 승) 이후 숙소를 나가면서 선수단이 크게 흔들렸다. 이 때 김사니 세터 코치 또한 구단 측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이 문제는 언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구단 측은 조송화의 '무단 이탈'이라는 표현에 대해 난처한 입장을 보이면서 "선수가 조송화가 감독과 구단에 입장을 전하고 나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송화는 감독과 구단을 향해 일방적 통보를 남긴 채 팀을 떠났다. 이후 은퇴를 고민한다면서 감독, 구단과 소통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돼 프로선수로서 무책임한 행동을 보였다. 

조송화는 서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불만을 느껴 팀을 떠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사이에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조송화가 팀을 위한 마음이 있었다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할 일이다. 이렇게 갑작스레 팀을 떠나는 돌출 행동은 팀과 동료들에게 해만 끼칠 따름이다. 

하지만 구단은 엉뚱한 방향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이유 불문하고 팀을 떠난 선수와 코치의 복귀를 위해 계속해서 설득을 하는 동안 서 감독의 경질 시기를 저울질했고, 결국 20일 현대건설전(1-3 패)이 끝난 뒤 해임을 통보했다.

구단은 팀을 떠났다 돌아온 김사니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올렸다.

조송화의 팀 이탈로 IBK기업은행 선수단 분위기가 흐려졌다. (KOVO 제공)
조송화의 팀 이탈로 IBK기업은행 선수단 분위기가 흐려졌다. (KOVO 제공)

지난 4월 IBK의 3대 감독으로 취임한 서 감독의 취임 일성은 "소통으로 원 팀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IBK는 지난 시즌에도 일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간 불화설이 있었다. 이에 '덕장' 서 감독이 IBK에서 스타급 선수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부임 초기 팀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나의 일화로 서 감독은 IBK 취임 후 첫 공식 경기였던 2021 도드람컵 대회 현대건설전에서 작전타임 도중 팀명을 IBK 대신 자신이 이전에 맡았던 팀인 인삼(KGC인삼공사)이라고 외치는 실수를 했다. 

잠시 당황한 듯 했던 선수들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고, 서 감독도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조송화는 서 감독의 바로 옆에서 활짝 웃기도 했다. 감독과 선수 간 수직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면 나오기 힘들 모습이었다.

그러나 시즌 중 연패가 이어지자 팀의 활력이 사라졌다. 경기력이 저조한 일부 선수들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선수들의 표정은 어두워져만 갔다.

그럼에도 서 감독은 공식석상에서 선수 탓을 하지 않으려 애썼다. 대신 "선수들이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훈련을 통해 경기력을 끌어올리겠다", "교체보다 안고 가는 길을 택하겠다"라는 등 선수단의 사기를 올리려 했다.

실제로 16일 페퍼저축은행전에서 7연패를 끊고 나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고, 20일에는 선두 현대건설을 상대로 시즌 가장 좋은 경기력을 펼쳐 남은 경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다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훈련의 강도가 높아지는 것을 조송화 등 일부 선수들이 반발한다는 소문이 구단 안팎으로 퍼졌고, 결국 지금의 사태에까지 이른 것으로 보인다.

서 감독은 현대건설전을 앞두고 조송화 사태와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조송화가 내 말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나와 얘기하기 싫은 가보다"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거취를 묻는 질문에 차분한 어조로 "아직 들은 바 없다"며 그 이상의 말을 아꼈는데, 이날이 IBK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됐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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