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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가 없어서"…'간병 비극' 대구 20대 청년 형량, 대법원이 최종 판단

'존속살해' 혐의 징역 4년 선고 받은 A씨 상고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1-11-17 07:28 송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News1 DB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전경. 뉴스1 © News1 DB

병원비가 없어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집에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대구의 20대 청년 A씨(22)가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은 A씨의 최종 형량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1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A씨 측은 지난 15일 대구고법 형사2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일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징역 4년을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살인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항소를 제기했지만 2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인 부친의 연명 입원 치료 중단과 퇴원을 결정하게 된 후 병원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투여하지 않은 점과 자백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점,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표면상으로는 존속살해라는 폐륜범죄지만, 그 이면에 경제적 자립능력이 없는 20대 청년이 병원비가 없어 중병을 앓는 아버지는 어쩔 수 없이 퇴원시킨 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간병 비극', '간병 살인' 등으로 불리며 A씨의 감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외동아들인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56·사망)와 단둘이 지내다 지난해 9월 아버지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간병 비용 등으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A씨는 결국 지난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집에서 혼자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1일부터 8일까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를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퇴원한 아버지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해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경관 급식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으며 폐렴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나지 않는지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A씨는 퇴원 당일에는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10번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병원비가 없어 절망에 빠진 A씨는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아들아, 아들아"라는 아버지의 도움을 모른 척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설립된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은 이 사건이 복지에서 소외된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A씨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자"는데 뜻을 모으고 장학금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수호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이사장은 최근 뉴스1과 통화에서 "아직까지 (장학금 등 지원 여부를) 결정 짓지 못했지만, 이사회 전체 분위기는 A씨를 도와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허겁지겁 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차분히 진행하자는데 맞춰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지와 교육, 의료 등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도와주자는 재단 설립 취지에 부합되긴 하나, 재단이 설립되고 나서 진행하는 첫 일인 만큼 신중하고 겸손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재 A씨가 구속 상태라서 당장 장학금 얼마를 준다고 해도 실질적 도움이 안되니 출소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 지원하자는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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