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간병 비극 20대 청년 도울 것"

이수호 이사장 "재단 설립 취지 부합…장학금 지원 논의"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1-11-15 11:41 송고
전태일 열사 51주기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 청계천 버들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1.11.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태일 열사 51주기인 지난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 청계천 버들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 앞으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2021.11.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이 생활고 때문에 병세가 깊은 아버지를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대구의 20대 A씨(22)에 대해 "어떤 방법으로든 도와주자"는데 뜻을 모으고 장학금 지원 방안 등 후속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이수호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이사장은 15일 뉴스1과 통화에서 "지난 주말 전태일 열사와 이소선 어머니 합동추도식 등의 일정으로 바빠서 (장학금 등 지원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지만, 이사회 전체 분위기는 A씨를 도와주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허겁지겁 할 일은 아닌 것 같고 차분히 진행하자는데 맞춰졌다"고 밝혔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내부에선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자는 것으로 '내부 정리'가 됐지만 '1호 장학금' 등과 같이 호(號)를 매기는 것은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이 이사장은 "복지와 교육, 의료 등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도와주자는 재단 설립 취지에 부합되긴 하나, 재단이 설립되고 나서 진행하는 첫 일인 만큼 신중하고 겸손하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현재 A씨가 구속 상태라서 당장 장학금 얼마를 준다고 해도 실질적 도움이 안되니 출소하고 나서 어떤 식으로 지원하자는 등의 논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은 금명간 5명으로 구성된 이사진 회의를 소집해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외동아들인 A씨는 약 10년 전부터 아버지(56·사망)와 단둘이 지내다 지난해 9월 아버지가 뇌출혈 증세로 쓰러져 입원하면서 간병 비용 등으로 인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A씨는 결국 지난 4월 아버지를 퇴원시킨 뒤 집에서 혼자 간병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5월1일부터 8일까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를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퇴원한 아버지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는 거동할 수 없었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해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경관 급식으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으며 폐렴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나지 않는지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A씨는 퇴원 당일에는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10번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아들아, 아들아"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도움을 모른 척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A씨 사건의 원인이 복지에서 소외된 사회적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선처를 요구했지만 법의 잣대는 준엄했다.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지난 10일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인 부친의 연명 입원 치료 중단과 퇴원을 결정하게 된 후 병원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투여하지 않은 점과 자백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점,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이자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 이사인 전순옥 전 의원은 A씨의 항소심 재판이 열린 날 대구고법을 찾아 "(재단 차원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개인적 바람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태일·이소선장학재단이 A씨에 대한 지원을 검토 중인 가운데 대구지역 시민사회도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사단법인 전태일의친구들 한 관계자는 "비록 재판부가 고의성을 인정해 존속살해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으나, 간병비 부담 등 사회 구조적 문제에서 빚어진 비극"이라며 "개인적으로는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우리복지시민연합도 성명을 통해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이른바 '간병 지옥', '간병 살인' 문제를 적극 해결해야 한다"며 "이제 간병과 돌봄 책임은 가족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dnams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