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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3법' 상정 1년 지났지만…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지지부진'

법정근로시간 줄어왔지만, '미준수' 또는 '미적용'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위한 정부, 국회 의지 필요"

(서울=뉴스1) 강수련 기자 | 2021-11-13 06:30 송고 | 2021-11-13 10:00 최종수정
양대 노총과 전태일재단 등 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일기장 육필 원본 공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1.4.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양대 노총과 전태일재단 등 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태일 일기장 관리위원회'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 일기장 육필 원본 공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2021.4.2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51년 전, 고(故)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전 열사의 뜻을 받아 지난해 9월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일컫는 '전태일 3법'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성립기준인 10만명의 동의를 받아서다.

이중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환경노동위원회에 회부된 근로기준법과 노조법 개정안 논의에 진전은 없었다. 두 법안은 지난해 9월 회부돼 같은 달 11월12일 상정된 이후에는 논의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전태일 열사가 그토록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는 51주년이 지났지만 요원하다. 노동계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모두가 적용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정 근로시간은 줄었지만…근로기준법 준수는 아직
1953년 최초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여러차례 재제정·개정됐고, 시간이 지날수록 법정근로시간은 줄어들었다.

제정 당시 법정근로시간 주 48시간, 최대 주 60시간이었던 근로기준법은 1989년 한 차례 줄어든다. 법정근로시간이 주 44시간으로 단축된 것이다. 당사자 합의에 따라 휴일근무 포함 최대 주 64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었지만, 실근로시간은 대폭 단축됐다.

1997년에는 근로기준법이 재제정되며 선택근로제·탄력근로제가 도입됐다. 당시 주5일 근무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2003년이 돼서야 주5일제(주 40시간 근무)가 도입됐다. 다만 최대 주 68시간까지 일할 수 있고 소규모사업장에 적용되지 않거나 특례업종도 광범위해 장시간 노동이 근절되지는 못했다.

이에 문재인정부는 2018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주 40시간,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제한을 못박았으며, 근로시간 특례업종도 축소했다.

직장갑질119 제공 © 뉴스1
직장갑질119 제공 © 뉴스1

그럼에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이 지난해 전태일 50주기에 맞춰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는 "현재 근로기준법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여성이며 비정규직이고 노조 밖 직장인일수록 지켜지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5인미만 사업장은 사각지대…"국가가 차별 용인"

노동계에서는 근로기준법이 모든 근로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외친다.

현행 근로기준법 11조에는 '상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라고 하고 있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이 조항에 따라 차별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기준을 확대하도록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약 503만명(2019년 기준)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의 15% 안팎을 차지하지만, 이들은 근로기준법의 일부 규정만 적용받는다.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해고 등을 당해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고, 주 52시간 이상 일하고도 연장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한다. 대체공휴일에도 유급으로 쉬지 못한다.

이에 81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5인 미만 차별폐지 공동행동'은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의원들의 입장을 확인하는 질의서를 보내며 국회를 압박했다. 당초 5일까지 답변을 받으려 했지만 답변율이 저조해 1~2주간 답변을 추가로 받기로 한 상황이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답변을 아직 주지 않은 의원실이 많아 기간을 늘려 조금 더 답변을 받을 예정"이라며 "11월말쯤 근로기준법 논의에 반대하는 의원들의 명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에 함께하는 정진우 권리찾기유니온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조율을 시도하고 있다"며 "정부나 여당에서 책임 있게 5인미만 사업장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진행해달라 얘기했고, 11월 중에 법안소위에서 다루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노동자 발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5인미만 차별폐지 집중 행동주간 노동자 발언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0.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필요 목소리…국회·정부 '의지' 중요

노동단체들은 모든 노동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정 사무총장은 "올해 중대재해법 제정, 대체공휴일법 제정 때도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계속 차별이 있었다"며 "정치권에서는 근로기준법에서의 차등 적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 아니며 핑계를 대왔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국민들에게 성의있게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입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부가 먼저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인격모독을 당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명확한 차별을 국가가 용인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5인 미만 사업장 내의 갑질, 공휴일 유급휴일 미적용, 해고, 중대재해 등 4대 중대 차별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이를 규정한 대통령령만 개정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전태일 열사의 동료이자 노동운동가 임현재씨(73)도 "1970년대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인권적으로도 많이 신장됐지만 아직도 5인 미만 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 등 노동법 사각지대가 있다는 건 분통이 터지는 일"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전태일기념관은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전태일 문화거리 축제를 진행해왔다. 민주노총은 13일 서울 도심에서 1만명 규모의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노동자대회'를 열 예정이다.


traini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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