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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병 앓던 아버지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항소심도 징역 4년형

"간병부담 홀로 떠안아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했지만 고의성 있어"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1-11-10 12:47 송고 | 2021-11-10 13:12 최종수정
대구고등법원 © News1 DB
대구고등법원 © News1 DB

중병을 앓는 아버지의 간절한 부름을 외면한 채 음식을 주지 않고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남성이 2심에서도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대구고법 형사2부(양영희 부장판사)는 10일 몸이 아픈 아버지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재판에 넘겨진 A씨(22)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8월 1심 재판부가 A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자 A씨는 "존속살해의 고의성이 없었다"며 항소한 바 있다.

A씨는 지난 5월 1일부터 8일까지 치료식과 물, 처방약 제공을 중단하고 아버지 B씨(56)를 방에 방치해 심한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 등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심부뇌내출혈, 지주막하출혈 증세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치료비 부담 등의 사정으로 퇴원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퇴원한 B씨는 왼쪽 팔다리 마비 증상으로 혼자서 거동할 수 없었던 데다 정상적인 음식 섭취가 불가능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코에 호스를 삽입해 음식물을 위장으로 바로 공급해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인 경관 급식 형태로 음식물을 섭취해야 했다.

욕창을 방지하기 위해 2시간마다 체위를 바꿔야 했으며 폐렴으로 인해 호흡 곤란이 나타나지 않는지 등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상태였다.

A씨는 퇴원 당일 병원 안내대로 아버지에게 음식물과 약 등을 제공했다.

하지만 다음날부터 약을 제공하지 않았고, 하루 3회 먹어야 하는 치료식도 일주일에 총 10회만 줬다.

그마저도 아버지가 "배고프다", "목마르다"고 요청할 때만 제공했다.

아버지가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A씨는 "아들아, 아들아"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도움도 모른 척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어린 나이에 경제적 능력이 없어 피해자인 부친의 연명 입원 치료 중단과 퇴원을 결정하게 된 후 병원 처방약을 피해자에게 제대로 투여하지 않은 점과 자백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를 죽게 할 마음을 먹고 죽을 때까지 의도적으로 방치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혼자서는 거동이 불가능한 피해자를 방치해 살해한 점, 패륜성에 비춰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피고인이 어린 나이로 경제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간병 부담을 홀로 떠안게 되자 미숙한 판단으로 범행을 결심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정치권 등은 A씨 사건의 원인이 복지 사각지대라는 사회적 병폐에서 비롯됐다며 A씨의 선처를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 A씨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월세를 내지 못하고 도시가스 등이 끊기는 등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다 비극적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자신의 SNS에 A씨 사건을 언급하며 "국민에게 의무를 요구할 땐 신속한 국가가, 의무를 다해야 할 땐 답답할 정도로 느려선 안된다. 국가 입장에서는 작은 사각지대지만 누군가에겐 삶과 죽음의 경계선"이라며 "묵묵히 현실을 열심히 살았을 청년에게 주어지지 않은 자립의 기회, 자기든 아버지든 둘 중 한명은 죽어야만 끝나는 간병 문제의 실질적 대책을 대련하겠다"고 썼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사회의 외면 속에 아버지와 단둘이 남겨졌던 A씨가 또다시 홀로 남겨지지 않도록 함께 탄원에 동참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다.


pdnam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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