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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먹는 코로나 치료제, 미접종자 틈새시장 노린다

머크·화이자 알약 속속 출시 임박…스위스 로슈 홀딩스AF 등도 알약형 치료제 개발중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11-08 11:12 송고 | 2021-11-08 15:02 최종수정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북미 외 법인명 MSD)와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미국 제약사 머크앤컴퍼니(북미 외 법인명 MSD)와 릿지백 바이오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몰루피라비르. © 로이터=뉴스1 자료 사진 

백신에 이어 알약형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국면전환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머크의 '몰루피라비르(molnupiravir)'가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승인된 데 이어 미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사용 개시를 목전에 두고 있는 데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후보 물질 '팍스로비드(PAXLOVID)'도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다.  
먹는 치료제는 알약형으로 복용이 쉽고, 감염 예방보다 중증화 억지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백신의 '보완재' 기능을 갖는 동시에, 백신 기피층엔 '대체제'까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머크 "입원·사망 확률 '50%' 낮춰"…화이자 "90%"

화이자는 자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 팍스로비드가 입원·사망 확률을 최대 90%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난 자체 임상 결과를 지난 5일 공개했다.
임상은 1219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구체적으로는 증상 발현 3일내 투약 시 90%, 5일 내 투약 시 85%까지 중증화 예방 효과를 보인다고 밝혔다.  

이는 먼저 개발 과정을 완료한 머크의 임상 효과보다 크게 앞서는 것으로, 머크는 지난달 발표한 임상 결과를 통해 몰루피라비르의 입원·사망 효과가 50%(775명 환자 참가)라고 밝힌 바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머크의 몰루피라비르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에 오류를 주입하는 뉴클레오사이드 유사체 역할을 하는 반면,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바이러스가 증식하는 데 필요한 효소를 차단하는 억제제 기능을 한다.

두 약물 모두 복용 기간은 5일로, 몰루피라비르는 아침 저녁 각 4알씩 하루 8알을 먹고, 팍스로비드는 아침 저녁 각 3알씩 하루 6알을 먹게 된다.

부작용과 관련해선 두 제약사 모두 안전성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잠재적인 우려는 있다. 팍스로비드와 함께 투여되는 항바이러스제 리토나비르 역시 다른 약물의 효과를 저해하거나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화이자는 임상 결과 팍스로비드 투여자와 위약 투여자의 약 20%가 경미한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팍스로비드 투여자 1.7%는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머크는 몰루피라비르 투여자 12%와 위약 투여자 11%가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다만, 영국 식품의약품 규제당국은 지난 4일 몰루피라비르를 승인하면서 "DNA와의 상호 작용이 광범위하게 연구됐고, 인간에게 위험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 AFP=뉴스1 자료 사진

◇영국, 세계 최초 승인…각국 확보전 치열

영국이 지난 4일 세계 최초로 머크의 몰루피라비르를 승인한 데 이어,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문가단도 오는 30일 몰루피라비르의 효과와 안전성을 논의한다. 전문가단의 권고를 바탕으로 FDA가 긴급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한 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승인하면 미국내 사용이 개시된다. 캐나다 보건부도 현재 머크의 데이터를 검토 중이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화이자 역시 머크의 성공을 낙관하고 있다. 화이자 이사를 맡고 있는 스콧 고틀립 전 FDA 국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머크의 연구 결과는 지금껏 나온 호흡기 병원체 치료 관련 경구용 항바이러스제 중 최고의 치료 효과를 보여준다"며 "몰누피라비르가 출시되면 (코로나 방역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각국의 확보전도 치열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물루피라비르 300만 회분(course) 이상 선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도 수백만 회분(doses) 확보했다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일 밝혔다. 한국을 포함해 태국, 호주, 필리핀, 대만,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가 몰루피라비르 선구매 계약을 맺거나 협의 중인 가운데, 화이자도 현재 90개국과 팍스로비드 공급 계약을 협의 중이라고 앨버트 불라 화이자 대표가 지난 5일 전했다. 

가격은 국가별로 다르다. 머크는 국가별 소득 기준에 따라 상이한 가격 정책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초기 170만 회분 선구매 계약 체결 당시 적용된 가격은 1회분(course)당 700달러(약 83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계보건기구(WHO)는 저개발국 배포용으로 1회분당 10달러에 대량 구매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화이자는 머크를 기준으로 가격을 책정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경구용 치료제가 상용화되면 백신과 보완·대체 관계에서 코로나 방역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퀸즈대 의대 교수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경구용 치료제는 감염 자체를 막는다기보단, 감염 뒤 중증 발현을 예방하는 '약'"이라며 "백신의 보호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틈새시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 백신 완전 접종률은 58.3%, 영국의 완전 접종률은 58.2%다. 끝까지 백신을 맞지 않고 버티는 이들을 중심으로 중증·사망 환자가 줄지 않는 가운데, 이 문제를 해결할 핵심 키로 경구용 치료제가 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스위스 로슈 홀딩스AF 등 다른 제약사들도 알약형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어 대안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시오노기제약은 마시는 형태의 경구용 액상 치료제 후보 물질 개발에 착수, 임상을 진행 중이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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