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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재명 만남, 대장동 없었다…靑 "野도 요청시 만남 검토"(종합)

이재명 후보 선출 16일 만에 첫 만남…靑 상춘재서 50분 차담
"기후위기 시급 대응" 공감대…李 "대선 때 모질었던 것 사과"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김상훈 기자, 박혜연 기자 | 2021-10-26 15:55 송고 | 2021-10-26 21:07 최종수정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차담을 위해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차담을 위해 상춘재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 후보 선출 16일 만인 26일 청와대에서 첫 만남을 가졌다.

지난 14일 '균형발전 성과와 초광역협력 지원전략 보고' 행사에서 '대통령과 경기도지사' 자격으로 대면하긴 했으나 '대통령과 여당 후보'로서의 만남은 이날이 처음이다.
당일 회동에 유일하게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의 브리핑 등을 종합하면 두 사람은 오전 10시57분부터 11시47분까지 50분간 청와대 상춘재에서 차담을 나눴다.

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 및 양측 사전 협의와 따라 정치적 주제는 철저히 배제됐고, 이에 따라 이 후보가 얽힌 대장동 사건이나 해당 사건을 연상케 하는 부동산 관련 문제도 언급되지 않았다.

대북(對北) 문제 또한 차담 주제로 오르지 않았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 대통령이 '이 짐은 다음 정부가 져야 할 것 같다'는 취지로 언급하자 이 후보는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1위 경선 후보였던 문 대통령을 날선 공격을 가했던 일들을 사과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번 당 대선 경선 당시 선두 후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선출된 것을 축하하며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것이 중요한데 그런 면에서 지난 일요일(24일) 이낙연 전 대표님과의 회동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제(25일) 제가 국회에서 마지막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했는데 내년 예산은 다음 정부가 주로 사용할 예산이라는 점을 많이 감안해 편성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후보가 새로운 후보가 돼 여러모로 감회가 있다"며 "겪어보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같다. 대선 과정에서 좋은 정책을 많이 발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후보는 이에 "어제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을 하신 내용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 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갔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이어 문 대통령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존경하는 것으로 아는데, 본인도 루스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고 있어 거기에서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이 후보는 이날 기후위기 대응을 주제로 주로 대화를 나눴다. 이 후보가 먼저 최근 기후위기 의제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이번에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 대통령이 참석하는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오는 28일 7박9일간의 유럽 순방 일정 중 COP26에 참석한다.

이 수석은 "대통령과 후보가 '기후위기 대응은 선도적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기업에만 맡겨놓지 말고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지원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코로나 위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이 빨라졌고 기후위기 대응도 가속화되는 역사적 위치에 우리가 처해있는데,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짐이 더 클 것 같다"고 하자 이 후보는 농담을 섞어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들 외 작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고 이 후보에게 권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이 아닌 그 아래 있는 작은 기업들은 힘들다"며 "그러니 자주 현장을 찾아보고 기업들을 어떻게 도와줄지에 대해 많이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 후보 초청 차담에서 이재명 후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1.10.26/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이 후보가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안 가본 데를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문 대통령에게 마음에 담아둔 얘기가 있다면서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편히 답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후보는 또 "민주당의 가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인데 대통령께서 잘 수행하셨다고 본다. 도지사도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끝까지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끝까지 잘 도와달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우리 민주정치사에 유례없이 높은 지지율, 전례없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참 놀랍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웃으면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이 후보가 "지난번에 뵀을 때에 비해 얼굴이 좀 좋아지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제는 피곤이 누적돼 도저히 회복되지 않는다. 지금도 이 하나가 빠져있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일종의 극한직업이라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하고 일 욕심을 내면 한도 끝도 없더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50분 차담 중 대장동 관련 발언은 없었다. 대장동의 '대'자도 안 나왔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전에 이 후보 쪽과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체 안 하는 것으로 하자고 양해를 구했다. 그래서 그렇게 오해될 수 있는 발언은 아예 두 분이 피하려고 노력하시는 것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런 발언들은 일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어떤 주제를 막론하고 검찰이나 수사라는 얘기도 없었고, 단어 자체가 안 나왔다. 제 기억에 없다"고도 언급했다.

이 수석은 홀로 배석을 한 배경에 대해서는 "오늘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라 야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양해를 구해 참석했다. 통상은 비서실장도 참석하는 것이 맞다"며 "또 전례에 비추어보면 참석자가 많으면 말을 서로 다르게 듣고 다르게 해석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 같아 아예 그런 오해를 피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어제(25일) 오후 늦게 대통령께서 한-아세안 정상회담 등 본인 일정을 고려했을 때 오늘(26일) 오전이 (이 후보를 만나기) 좋겠다고 했고, 이 후보도 마침 오늘 오전 일정이 비어있어 만남을 정했다"며 "형식은 제 판단으로 식사의 경우, 필요 이상의 과한 의미 부여가 있지 않을까 싶어 차담으로 대통령께 건의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이번 만남이 과거에 비해 늦어진 배경에는 "자연스럽게 서로 일정을 맞추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4월29일,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가 여당 대선 후보로 확정(2002년 4월27일)된 지 이틀 만(3일째)에 만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후보 확정(2012년 8월20일) 13일 만(14일째)인 2012년 9월2일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오찬을 함께했다.

내달 5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는 가운데 이 수석은 문 대통령이 야권 후보도 만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후보가 요청을 하면 검토는 해볼 생각"이라며 "지금 저희가 한다, 안 한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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