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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해지는 배터리 전쟁"…보완·대체제로 떠오른 비나텍 '슈퍼커패시터'

배터리와 커패시터 장점 합친 '비나텍 슈퍼커패시터'
부품 기업 넘어 '소재'까지…'강소100'에도 선정 쾌거

(전주=뉴스1) 조현기 기자 | 2021-10-12 07:19 송고 | 2021-10-12 09:28 최종수정
편집자주 2019년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을 제한하자 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간판 기업들의 공장이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사실상 힘으로 우리나라를 굴복시키겠다는 '경제침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일본만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일본의 무력 시위를 무력화한 원동력 가운데 하나가 바로 국산화에 매진한 '강소기업'이다. 일본 보복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더 탄력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기술보증기금, 이노비즈협회와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히든챔피언'을 만나봤다.
비나텍 슈퍼커패시터 (비나텍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비나텍 슈퍼커패시터 (비나텍 홈페이지 갈무리) © 뉴스1

"탄소에 대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겠다는 구상이 2013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현실화 됐습니다. 우리는 소재(탄소) 관련 기술이 있어 제품을 커스토마이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지난 8일 전주 비나텍 본사에서 만난 성도경 대표는 "'슈퍼캐패시터'는 배터리의 저장, 커패시터의 힘(출력)을 모두 갖춰 전기와 수소차에서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성이 밝다"며 이같이 말했다.
슈퍼커패시터는 순간적으로 강한 출력이 필요한 블랙박스, 수도·가스 검침기, 전기차, 수소차, 풍력발전, 태양열발전소 등에 쓰인다.

슈퍼커패시터 시장은 크기에 따라 △대형 △중형 △소형으로 나뉜다. 대형의 경우 지난해 테슬라가 인수한 미국 맥스웰, 소형은 파나소닉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형 슈퍼커패시터 시장에서는 비나텍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성 대표는 "전기차 이후 수소차 시대에선, 보조전원이 2차 전지에서 슈퍼커패시터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사와 슈퍼커패시터의 성장성이 밝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 대표의 이같은 자신감에는 20년 동안 슈퍼커패시터에 한 우물을 판 집념에 있다. 성 대표는 지난 2001년 슈퍼커패시터의 미래를 밝게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각종 보고서에는 슈퍼커패시터가 훗날 배터리 시장을 없앨 거라는 청사진이 제시됐다.

하지만 슈퍼커패시터 개발은 쉽지 않았다. 당시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008~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회사의 캐시카우(돈줄)를 담당했던 전자 부품 무역이 큰 타격을 받았다. 이로인해 회사 직원들의 급여가 밀리고 회사의 존폐 위기까지 서게 됐다.

하지만 성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연구개발을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 노력의 결과 비나텍은 2010년 세계 최초로 3.0V 슈퍼커패시터 양산에 성공하는 등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형 슈퍼커패시터의 경우에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다. 중형 슈퍼커패시터 분야에서는 세계 최대 생산 능력도 보유했다.

성 대표의 설명에도 '배터리와 다른 것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얼핏 생각할 땐, 배터리와 슈퍼커패시터는 거의 흡사해보였다. 저장장치에 에너지를 모아놓고 필요한 순간에 이용하는 원리가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보니, 배터리와 커패시터는 △출력 △온도 △저장 등에서 차이점이 분명했다. 출력 측면에선 커패시터가 배터리보다 월등했다. 커패시터는 순간적으로 강한 힘(고출력)을 낼 수 있지만,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약한 힘(저출력)을 낸다.

온도도 커패시터는 아주 낮은 온도부터 고온까지 버틸 수 있지만, 배터리는 온도에 취약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커패시터가 들어간 블랙박스는 저온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그렇지만 저장 능력에선 커패시터가 배터리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같은 치명적인 한계 때문에 커패시터는 그동안 전력량이 많이 필요없지만 순간적으론 힘이 필요한 블랙박스와 검침기 등에 많이 쓰였다. 반면 대용량을 보관할 수 있는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 쓰이고 있다.

슈퍼커패시터와 슈퍼커패시터 쓰이는 곳 (비나텍, 기술보증기금 제공) © 뉴스1
슈퍼커패시터와 슈퍼커패시터 쓰이는 곳 (비나텍, 기술보증기금 제공) © 뉴스1

◇ 비나텍 슈퍼커패시터는 뭐가 다른가?…"배터리와 커패시터 장점 합쳤다"

비나텍의 슈퍼커패시터는 다른 커패시터보다 더 강하고 더 많은 저장용량을 갖췄다. 업계 최초로 기존(2.8V) 대비 저장량을 40% 개선한 3V 전기이중층 커패시터(EDLC)을 생산하고있다.

비나텍의 3V 커패시터는 일반 커패시터와 달리 탄소나노튜브(CNT)를 이용해 에너지밀도를 끌어 올렸다. 전극과 전극이 아닌 전극과 전해질층 사이에서 대전(electrification)이 일어나도록 해 기존 커패시터 대비 저장량이 많다.

이같은 기술력은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더 주목 받고 있다. 비나텍이 개발한 슈퍼커패시터가 기존 전기차 동력원이 배터리를 보완하거나 혹은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커패시터 시장 자체가 형성 단계이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완전한 주동력원으로 사용하긴 힘들다.

성 대표 역시 "시장 자체에 슈퍼커패시터가 나온 지 얼마 안 된 만큼, (아직 기술적으로) 슈퍼커패시터가 완전히 배터리를 대체할 수준까진 아니다"라며 "그래도 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나텍은 계속 기술 개발을 통해 슈퍼커패시터를 2차 전지(배터리) 정도의 저장을 하면서 파워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전기차 이후 수소차 시대에선, 보조전원이 2차 전지에서 슈퍼커패시터로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전북 전주 '비나텍'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6.2/뉴스1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2일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에 선정된 전북 전주 '비나텍'을 방문,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1.6.2/뉴스1

◇ 비나텍, 부품 기업 넘어 '소재'까지…'강소100'에도 선정

비나텍은 지난 1999년 설립돼 커패시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회사다. 20년 이상 한 우물을 파온 기업이다. 특히 물리적 반응을 이용해 순간 출력을 극대화하는 슈퍼커패시터에 특화돼 있다.

비나텍은 현재 슈퍼커패시터를 중심으로 한 부품 생산을 넘어 '소재' 자체에도 관심을 갖고 소재·부품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사업 체계를 갖추고 있다. 제대로 된 부품을 만들기 위해선 소재도 확실히 알아야 된다는 성 대표의 소신이 작용한 대목으로 여겨진다.

실제 비나텍은 지난 2013년 전자부품업체 썬텔의 소재사업부를 인수해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의 핵심인 지지체, 촉매, MEA(막전극접합체)을 일괄 생산하고 있다.

비나텍은 이같은 노력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강소기업 100'에 선정됐고, '이노비즈 인증'(강소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강소기업100은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게 부여된다. 이노비즈 인증은 기술 경쟁력, 미래 성장성, 고용창출 능력 등을 갖춘 기업혁신형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국가 인증제도다.

특히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비나텍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일 비나텍을 찾은 권 장관은 "대단한 기술력을 갖고 있다"며 "많은 중소기업들이 비나텍처럼 꿈과 비전을 갖고 도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윤모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앞으로도 강소100처럼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훈 이노비즈협회 회장 역시 "협회는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사이의 가교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뉴스1 조현기 기자
© 뉴스1 조현기 기자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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