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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②英·이스라엘·싱가포르 등 '진통' 속에서도 "후퇴없다"

뉴질랜드·호주·일본부터 네덜란드·덴마크·칠레 등도 가세
선도입 국가들 성공 시 더 늘어날 듯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10-07 04:20 송고 | 2021-10-07 17:55 최종수정
편집자주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공존을 뜻하는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를 모색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방역체계가 확진자 차단을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걸 막고,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규제 일변도였다면, 위드 코로나는 조인 건 풀고 막힌 건 뚫어줌으로써 코로나19 이전(까지 가능할지 모르겠다)의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취지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은 있기 마련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고,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위드 코로나로 가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돼 있는 걸까. 뉴스1이 미리 점검해 봤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스페인의 6세 여아 나이델린(사진, 왼)에게도 마스크 착용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나라별로 강도는 다르지만 2년이 가까워지는 억제적 방역 정책에, 감염 관련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일상 일부를 회복하려는 '위드 코로나'가 새로운 대응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스페인의 6세 여아 나이델린(사진, 왼)에게도 마스크 착용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됐다. 나라별로 강도는 다르지만 2년이 가까워지는 억제적 방역 정책에, 감염 관련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일상 일부를 회복하려는 '위드 코로나'가 새로운 대응 모델로 자리잡을지 주목된다. © AFP=뉴스1 자료 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퇴치'가 요원하다는 비관론이 자리 잡을 때쯤, 이 지독한 바이러스를 피할 수 없더라도 '공존'을 모색할 순 있다는 희망이 떠올랐다.

인도가 델타 변이의 터널을 막 지난 올해 6월 말,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가 발표한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 로드맵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면서다.
싱가포르의 구상은 획기적이었지만 강력한 '감염 제로' 정책을 펴온 터라 당장 시행은 어려웠다. 일단 백신 보급을 서두르며 단계를 밟아가는 가운데, 위드 코로나 실험은 이미 높은 접종률을 달성한 영국과 이스라엘에서 먼저 시작된 뒤 각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나라별로 강도는 다르지만 2년이 가까워지는 억제적 방역 정책에, 감염 관련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일상 일부를 회복하려는 위드 코로나가 새로운 대응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선 먼저 '실험'에 나선 국가들의 성패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영국, 7월 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 선언
영국은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작년 말 세계 최초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까지 자율에 맡기며 대대적으로 방역 수준을 완화,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영국은 자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으로 작년 말 세계 최초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까지 자율에 맡기며 대대적으로 방역 수준을 완화, 사실상 '위드 코로나'를 선언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7월 19일부터 모든 코로나19 관련 강제적인 거리두기 규정을 철폐했다. 마스크도 실내외 관계없이 모든 공간에서 착용 여부를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며 확진자가 늘기 시작했지만, 큰 틀은 바꾸지 않았다. 9월 중순부터는 백신 여권 도입 계획까지 철회했다. 당시 사지드 자비드 보건장관은 "일상 활동을 하기 위해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야 하는 백신 여권 구상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제약 없는 일상, 위드 코로나를 가속화한다는 의미였다. 영국 정부는 출입국 시 유전자증폭(PCR) 검사 등 여행 제한도, 팬데믹 기간 정부에 주어진 '특별 비상 권력'도 폐기한다는 방침이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영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70%에 육박, 한때 '집단면역'으로 불리던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5일(현지시간) 기준 영국의 신규 확진자는 3만3869명, 사망자는 166명 발생했다고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는 집계했다. 총 인구가 6800여만 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수치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 최고 감염병전문가들은 올겨울 코로나19가 또 크게 유행한다면, 백신으로 사망률이 낮아지더라도 의료체계에 큰 부담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지 언론 더내셔널도 "올겨울 코로나가 또 유행하면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다시 이뤄질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의 향방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존슨 총리는 겨울을 앞두고 아동 접종과 취약 계층 부스터샷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간 3차례나 실시한 경제 봉쇄를 올겨울엔 기필코 하지 않겠다는 포부다.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대상 연령이 30세 이상으로 확대된 2021년 8월 24일 수도 텔아비브 인근 리숀 레지온에서 시민 이자크 메스핀(44)이 3차 주사를 맞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이스라엘의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 대상 연령이 30세 이상으로 확대된 2021년 8월 24일 수도 텔아비브 인근 리숀 레지온에서 시민 이자크 메스핀(44)이 3차 주사를 맞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이스라엘, 후퇴 없이 감염 안정세…부스터 접종률 관건

지난 6월 1일 세계 최초로 백신 완전 접종률 50%를 넘긴 이스라엘은 모든 방역 조치 연장을 중단했다. 백신 접종 증명 제도인 그린 패스는 물론 실내외 거리두기가 모두 해제됐다.

이미 백신 접종과 함께 확진자가 급감하자 올봄 텔아비브 해변을 마스크 없이 걷는 자유로운 이스라엘인들의 모습이 전 세계 언론을 통해 전달돼 부러움을 사오던 터다. 이스라엘 당국은 변이 차단을 위한 출입국자 격리·검사는 더 강화하면서, 7월엔 최초 부스터샷까지 실시하며 전의를 다졌다.

그 결과, 이제 코로나 승리 선언이 가까워졌다고 지난 4일 이스라엘 주요 일간 하레츠는 보도했다. 감염세가 안정을 찾고 있으며, 국민과 정부는 더이상 바이러스를 의식하지 않은 채 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주 전만 해도 700명대였던 중증 코로나19 환자 수는 5일 기준 289명으로 감소했다. 중증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떨어진 건 8월 중순 이후 처음으로, 방역 해제라는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소폭의 감염 증가세를 이겨냈다는 평가다.

바이즈만과학연구소 연구팀은 지금의 감소세가 지속된다면 이달 말 중증 환자 수는 250~350명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90여년 역사의 공립 연구대학인 바이즈만연구소의 예측은 지난 8월에도 적중한 바 있다.  

다만 이 같은 예측은 부스터 백신 접종률 달성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를 전제한다. 바이즈만연구소의 예측은 이달 남은 기간 매일 약 2만5000명이 부스터를 맞아 총 425만 명 접종 목표 달성 시 실현될 수 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930만 규모 이스라엘의 전일 기준 신규 확진자는 2003명, 신규 사망자는 12명 발생했다. 인구 전체 대비 백신 완전 접종률은 61.4%로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집계했다.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보이는 공원에서 2021년 8월 9일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 싱가포르 재무··통상·보건 장관 3인으로 이뤄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지난 6월 말 스트레이트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최초로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현재 싱가포르의 방역 수준은 한국보다는 훨씬 엄격하다. © AFP=뉴스1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 보이는 공원에서 2021년 8월 9일 산책하는 시민들의 모습. 싱가포르 재무··통상·보건 장관 3인으로 이뤄진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지난 6월 말 스트레이트 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최초로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발표,해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다만 현재 싱가포르의 방역 수준은 한국보다는 훨씬 엄격하다. © AFP=뉴스1

◇싱가포르, 일일 3000명 확진에도 "후퇴 없다"

유럽 국가들이 시민의 요구에 부응해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는 것과는 달리, 싱가포르에선 시민들이 오히려 강력한 방역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백신 완전 접종률이 80%를 넘어선 뒤, 위드 코로나 로드맵에 따라 모임 제한을 2명에서 5명으로 푸는 등 아주 초기 단계의 방역 완화에도 확진자 수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3486명으로 팬데믹 이래 처음으로 3000명대를 돌파했고, 사망자도 9명이었다고 싱가포르 보건부는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590만 정도인 도시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모든 해외 여행자에 대한 의무 격리를 다시 시행하라는 청원이 이어지고 있으며, 싱가포르 시민 25%는 재봉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대병원 수석 감염병 컨설턴트는 "상황이 빠르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방역 해제를 지나치게 약속하는 건 삼가는 게 좋다"며 세계적으로는 아직 백신 미접종자가 많은 점도 변수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당국의 위드 코로나 로드맵 실시 방침은 여전하다.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3인 장관 중 한 명인 로렌스 웡 재무장관은 "우리는 더 이상 일일 확진자 수가 낮게 유지되는 이전의 시나리오로 돌아갈 수 없다. 위드 코로나를 배우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재개방 계획도 실시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를 실시하면 확진자 수 자체는 감염 제로 방역을 실시하던 이전보다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증)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감수하는 법을 배우면서 중증 환자 관리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게 정부의 메시지다.

다만, 싱가포르 당국은 일단 오는 24일까지는 모임 제한을 다시 2명으로 강화하고,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을 실시하는 방역 강화 조치를 일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저신다 아던(사진) 뉴질랜드 총리는
저신다 아던(사진) 뉴질랜드 총리는 "이제 백신이 생겼가 때문에 코로나 대응을 '퇴치'에서 '공존'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의 연내 종식은 어려워지면서 경제·사회·행정적 일상과 보건적 조치를 병행하기 위한 '고육책' 차원에서라도, 전대미문의 위드 코로나 실험에 뛰어드는 국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아시아·태평양에선 뉴질랜드와 호주, 일본, 태국이, 유럽에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덴마크가, 남미에선 칠레가 이미 위드 코로나를 시행하거나 시행을 준비 중이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백신이 없었을 때는 퇴치가 중요했지만, 이제 백신이 있기 때문에 (코로나를) 다루는 방법을 달리할 수 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선택권이 주어졌고, 미래를 더 긍정적으로 느낄 좋은 동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발표되고 있는 미국 제약사 머크(Merck, MSD)의 알약형 항체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임상 결과도 고무적이다. 머크는 내부 임상 결과 자사 치료제가 "델타 등 변이에도 효과가 있으며, 경·중증 환자의 입원·사망률을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을 비롯해 위드 코로나를 준비하는 싱가포르와 호주, 태국 등이 구매 협약을 맺거나 협상 중이다.  

이 밖에 화이자와 로슈 홀딩스AG도 경구용 치료제를 개발 중으로, '선택권'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상당수 보건 전문가들이 여전히 "코로나는 절대 독감이 될 수 없다"고 우려하는 점은 위드 코로나 정책의 보다 세심한 설계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고 의료기관인 미국 마요 클리닉에 따르면 경증 코로나 감염 후 회복된 환자들도 나이와 기저질환을 불문, 장기 후유증을 호소한다.

가볍게는 △피로와 △관절통 △기억력 감퇴 △심박 수 증가 △후각 또는 미각 상실부터, 심한 경우 △폐 손상이나 △심장과 △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아동과 성인 다수가 코로나 감염 후 다기관염증증후군(MIS-C)에 걸렸는데, 이는 조직과 장기 일부가 염증에 걸렸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경고했다.  

코로나19 감염의 장기적 영향을 알 수 없는 만큼, 중증·사망을 줄이는 것 못지않게 감염 자체 예방도 여전히 중요하다는 의미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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