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대통령 한마디에 생업 접으라고?"…칠성 개시장 상인들 반발

식용금지 검토에 "내년 선거 염두에 둔 것" 목소리 높여
"전업에 대한 보상 없이 생계 막막"…동물보호단체선 "환영"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2021-09-29 06:00 송고 | 2021-09-29 08:26 최종수정
정부가 개 식용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 개시장 골목의 인적이 뜸하다. 2021.9.28© 뉴스1/남승렬 기자
정부가 개 식용 금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8일 오후 대구 칠성 개시장 골목의 인적이 뜸하다. 2021.9.28© 뉴스1/남승렬 기자

"뜬장 철거해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킨 대로 다 해줬지. 안해준 것 뭐가 있느냐. 대통령이 돈 많으면 우리 생활비 다 대주면 장사 안하지."

"이 장사로 이 골목 집집마다 자식들 다 시집, 장가 보내고 했는데, 도둑질하지 말고 다 하면 되지.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장사 접으라면 우린 어떡하란 말이고."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할 때'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이후 대구 칠성개시장 골목의 상인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8일 오후 찾은 이 일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개시장'으로, 건강원 10곳과 보신탕 업소 4곳 등 14곳에서 개를 식용으로 판매한다.

동물권이 공론화되기 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약 20곳이 영업하고 있었다.
개시장 안에 있는 도살장 2곳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 차례로 폐쇄됐으며, 최근에는 개를 가두는 이른바 '뜬장'도 철거됐다.

업소 14곳 중 칠성시장 정비사업 구역에 포함된 보신탕 업소 2곳과 건강원 1곳 등 3곳은 4년 이내 사라질 것으로 전해졌다.

60대 한 상인은 "여기서 40년 넘게 장사했는데, 어제(27일)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장사 접어야 할 판"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개 식용을 금지하자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보신탕 업주 등은 코로나19 탓에 자영업자들은 "전업에 대한 보상이나 제도적 지원은 미비한데 무조건 금지하라고 한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칠성 개시장의 한 상인은 "대통령 발언 이후 오늘도 기자들 몇명이 이곳을 찾았다"며 "개 식용을 제도적으로 막았을 때 우리가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기자들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또다른 한 상인은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칠성시장을 찾지만 개 식용과 관련해서는 말 한마디 꺼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지금 개 식용 찬반 논란이 이는 것도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동물권행동단체인 '카라' 등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환영하고 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카라 회원 김모씨(33)는 "세계적으로도 개 식용은 금지 추세에 있다"며 "대통령 발언 이후 개 식용 금지 법안이 확실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카라 회원 등은 전국 개시장 전면 폐쇄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이 유명 전통시장을 돌며 '개 식용 금지' 목소리를 높이면서 개시장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국내 3대 개시장 중 하나인 경기 성남시 모란 개시장은 개 식용 반대 움직임 속에 처음 문을 닫은 사례다.

성남시와 모란시장 상인회는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2018년 모란시장 안에 있는 모든 개 도살장을 없앴다.

부산 구포시장도 2019년 7월 동물보호단체와 상인 등이 협의해 가축시장을 폐쇄한 바 있다.

한편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인들의 칠성시장 방문 일정이 줄줄이 예고되면서 이들이 개 식용 관련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pdnamsy@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