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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없다"…탈레반 폭압과 항거하는 아프간 여성들

대변해주는 부처 사라지고, 여성 채찍질했던 도덕경찰 부활
자유 맛본 여성들, 거리서 저항 계속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2021-09-20 10:00 송고
8일 (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에서 부르카를 입은 여성들이 '국부'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사진이 걸린 건물 옆을 지나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지 이제 막 한 달이 넘었다. 그리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아프간의 여성 인권은 뒷걸음질쳤다.

탈레반은 재집권 후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겠다고 예고했으나 실상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탈레반이 이달 초 발표한 과도정부 내각은 남성 일색이었다. 직장인 여성들의 일터 복귀도 무산됐고, 여성이 남성과 한 곳에서 일하는 것도 전면 금지됐다.

지난 17일에는 아프간 전 정부의 '여성부' 건물의 간판이 떨어졌다. 그 자리에는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권선징악부는 2001년 이전 탈레반 1기 집권 당시 도덕 경찰로 활동하며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로 사회를 엄격하게 통제한 악명 높은 정부 부처다.

여성들의 이익을 대변할 부처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고, 그들을 채찍질하던 부처가 부활했다. 이처럼 점점 열악해지는 아프간 여성들의 상황에 국제 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 인권 존중한다더니…사회에서 지워졌다

탈레반은 아프간 장악 이후 집권 1기(1996~2001년)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거듭 강조해왔지만 이를 믿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당시 여성들은 교육받을 수도, 일을 할 수도 없었다. 남성 친족을 동반하지 않는 한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갔다.

권선징악부의 도덕 경찰들은 길거리에 혼자 다니는 여성들을 발견하면 가차없이 채찍질을 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그 당시 아프간 여성 노동 참여율은 사실상 0%였다. 이후 탈레반 정부가 물러나고 미군이 들어오면서 아프간 여성의 노동 참여 기회는 점차 확대돼 지난해 23%까지 올랐다.

그리고 탈레반이 정권을 재탈환한 현재 과거의 악몽이 점점 되살아나고 있다. 탈레반 재집권 후 직장인 여성들은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여성이 남성과 함께 일하는 것도 전면 금지됐다. 정부를 비롯한 은행, 언론사 등 각 기관에서 여성 고용 역시 불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탈레반은 또한 민간 대학에 다니는 여학생들에게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리는 '니캅'과 목 아래 몸 전체를 덮는 '아바야' 착용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는 모든 여성에게 부르카 착용을 강제하고 근로와 교육을 아예 금지한 집권 1기와 비교하면 진보한 결정이지만, 지난달 15일 카불을 점령한 뒤 "히잡을 쓴 여성의 교육과 근로를 허용할 것"이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는 후퇴했다.

이밖에도 탈레반은 남성을 대상으로 400개의 스포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여성의 스포츠 참여 허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묻지 말라"며 답을 피했다. 수도 카불에 새로 부임한 시장은 여성 공무원들에게 '출근 금지령'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국제사회 한목소리로 우려 "약속과는 다르다"

이렇게 탈레반이 과거로 회귀하는 정책들을 내놓으면서 국제사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18개국은 지난달 아프간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깊은 우려와 함께 이들의 안전 보장을 탈레반에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내각 명단 발표 후에는 이런 우려가 더 심각해졌다.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탈레반이 여성의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는 약속과는 다르게 지난 3주 동안 여성을 공공 영역에서 점차적으로 배제해왔다고 지적했다. 탈레반이 꾸린 새 과도정부와 관련해서도 여성이 없었고 파슈툰족 남성으로만 구성됐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카타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탈레반이 발표한 새 정부 구성에 오직 측근들만 있고 여성이나 비탈레반 사람들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 또한 아프간의 내각 인선에 여성이 전무함을 언급하며 이같은 국제적 고립은 탈레반 뿐 아니라 아프간 국민들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음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경제가 완전히 붕괴한 국가는 결코 안정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일(현지시간)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가니스탄의 헤라트에서 여성들이 딸들이 학교에 갈 수 있다면 부르카 착용을 받아들이겠다며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그럼에도 저항은 계속된다

하지만 한 번 변화를 체험한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과거 집권 1기 당시 탈레반에 심한 박해와 피해를 당했던 아프간 여성들은 20년 간의 아프간 전쟁 기간 중 미국 등 서방의 지지와 원조 아래 교육과 직업의 사회활동에서 큰 변화와 진전을 몸소 체험했다. 그동안 여성 인권에 대한 의식 수준도 높아졌다.

이들은 탈레반 재집권으로 자신들의 상황이 과거로 돌아가게 될까 우려하며 직접 저항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목숨을 걸고 직접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프간 제3의 도시인 서부 테라트에서는 지난 2일부터 여성 50여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19일 아프간 여성들이 여성부 건물 앞에서 여성 인권 옹호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FP=뉴스1

탈레반은 7일 헤라트에서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격을 가해 2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카불에서의 여성시위 진압 과정에서도 탈레반이 터뜨리고 경고 사격을 가하면서 머리에 피를 흘리는 사진이 소셜미디어(SNS)에 퍼지기도 했다.

시위에 나선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 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쳤다.
온라인 캠페인도 활발하다. BBC에 따르면 아프간 여성들은 '내 옷에 손대지 말라' '아프가니스탄 문화'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다양한 전통 의상 사진을 공유하며 탈레반의 엄격한 여성 복장 규정에 항의하고 있다.

탈출을 꿈꾸는 여성도 있다. 이름을 잘라라고만 밝힌 카불 공항의 여성 직원은 최근 집에 머무는 동안 불어를 배웠다. 그는 AFP통신 인터뷰에서 서툰 불어로 기자에게 "안녕하세요. 저를 파리로 데려가 주세요"라고 말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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