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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친일논란' 김동인 문학비, 철거되나

'김동인 문학비' 친일행적 안내판 설치 이어 이전 검토
"공원 오래된 탓에 안 맞는 동상·기념비 많아 이전 추진"

(서울=뉴스1) 이밝음 기자 | 2021-09-20 07:00 송고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김동인 문학비'. QR코드 안내판 설치 이전 모습이다(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의 '김동인 문학비'. QR코드 안내판 설치 이전 모습이다(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 위치한 '김동인 문학비'를 앞으로 대공원에서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2월에는 일부 단체들이 소설가 김동인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으면서 김동인 문학비 옆에 친일행적 안내판이 설치되기도 했다.
20일 어린이대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에 따르면 어린이대공원 재조성 사업 과정에서 김동인 문학비를 포함해 공원 정체성과 맞지 않는 동상과 기념비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인 문학비' 외에도 공원과 안 어울리는 동상 많아…이전 검토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김동인은 소설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을 발표해 한국 근대 단편소설의 양식을 확립했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 최초의 문예 동인지 '창조'를 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1938년 '매일신보'에 '국기'를 쓰며 내선일체와 황민화를 선전하고, 조선총독부의 어용문인단체인 조선문인협회에 발기인으로 참여해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렸다.

광복회는 김동인의 친일행적을 문제 삼으며 어린이대공원 김동인 문학비에 '친일행적 안내판' 설치를 요구해 왔다.

지난 2월 공단은 김동인 문학비 앞에 QR코드 형식의 안내판을 설치했다. QR코드를 연결하면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접속해 김동인의 문학적 역할과 친일행위 내용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

공단은 어린이대공원 재조성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동인 문학비를 비롯해 공원 성격에 맞지 않는 동상과 기념비를 이동시킬 계획이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1973년에 공원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성격에 안 맞는 동상과 기념비가 많다"며 "5년간 어린이대공원 재조성 작업을 하면서 (공원) 성격에 안 맞는 것들은 관련 단체가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73년 문을 연 어린이대공원은 시설 노후화, 콘텐츠 부족 등을 개선하기 위해 2019년부터 재조성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이대공원 곳곳에는 을지문덕 장군 동상, 유관순 의사 동상 등 30여개의 동상과 기념비가 있다. 호국 관련 동상이 많은 편인데 위락형 시설인 어린이대공원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따라 성격에 맞지 않는 동상과 기념비는 전쟁기념관이나 독립기념관 등 더 관련성이 높고 역사적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다.

김동인 문학비 역시 관련 단체 등에서 가져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전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철거를 검토했다"면서도 "(김동인 문학비 외에) 동상이 많아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설치 기관 및 단체와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철거해라" "철거 반대"…친일 논란 기념비에 공원들 난감

광복회는 김동인 문학비 외에도 전국 30여개 친일반민족 행위자 시설물 철거와 친일행적 안내판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공원들은 보유하고 있는 기념비나 동상의 친일행적이 논란이 될 때마다 난감한 상황이다. 한 공원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념비를 설치한 곳과 철거를 합의하지 않는 이상 해당 기념비를 강제로 철거할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한쪽에서는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을 넣고, 역사적 해석을 달리하는 쪽에서는 철거에 반대하는 민원을 넣기도 한다.

앞서 지난해 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인촌 김성수 동상 앞에 '친일행적 안내판'을 설치했다가 안내판이 여러차례 훼손되기도 했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탓에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시민단체와 안내판 철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의견이 충돌한 것이다.

공단도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김동인 문학비 안내판에는 직접 친일행적을 명시하지 않고 QR코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공단 관계자는 "(김동인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QR코드 안내판을 설치했다"며 "(동상과 기념비 이전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여러 단체의 의견을 듣고 동상 자체의 예술성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들과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brigh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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