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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지정헌혈' 해보니…확인하고 주의하고 조심해야

직접 대상 선정해 혈액을 전달하지만 주의사항도 많아
지정헌혈 확대 논란도 있어…결국 전체 헌혈 확대되야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21-09-20 05:01 송고
지난 17일 기자가 방문한 헌혈의집 대방역센터. 성분채혈기가 바쁘게 돌아가며 혈액에서 혈소판과 혈장을 여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7일 기자가 방문한 헌혈의집 대방역센터. 성분채혈기가 바쁘게 돌아가며 혈액에서 혈소판과 혈장을 여과하고 있다.© 뉴스1

뉴스1은 이번에 지정헌혈을 통해 시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를 나누고 있는 시민들의 사연을 보도했습니다. 기자는 지정헌혈이라는 제도 자체를 몰랐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서 상당히 많은 환자 분들이 절실하게 '피'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취재하면서 동시에 저도 직접 수혈이 필요한 환자 분에게 혈액을 전해드릴 수 있게 지정헌혈을 해보았습니다. 사실 일반적인 헌혈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독자분들께도 지정헌혈이 무엇인지,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지정헌혈의뢰서 작성 준비해야…대부분이 '성분헌혈'

먼저 지정헌혈은 말 그대로 혈액을 수혈 받는 당사자를 지정해서 하는 헌혈입니다. 헌혈자가 수혈자를 지정하는 경우와 환자가 헌혈자를 지정하는 경우 모두 지정헌혈에 포함됩니다. 

지정헌혈을 원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검색 포털에 '지정헌혈'을 검색하기만 해도 헌혈자를 구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사연이 줄을 이었습니다. 또 SNS와 온라인 헌혈카페 등에서도 쉽게 수혈을 원하는 사람들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취재한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세상을 구하는 헌혈자 모임'을 통해 헌혈을 필요로 하는 환자의 가족을 알게 됐고 헌혈을 약속했습니다. 헌혈을 요청한 A씨는 자신의 오빠가 급성 백혈병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수혈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마침 혈액형이 저와 같은 A형이라 헌혈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16일 A씨에게 헌혈 계획을 알리고 헌혈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기다리지 않고 헌혈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예약도 했습니다. 저는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을 했는데 대한적십자와 SK텔레콤이 협업해서 만든 '레드커넥트'라는 앱을 사용하면 모바일에서도 쉽게 예약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예약을 하고 17일 오전 헌혈의집을 방문했습니다. 헌혈 과정은 일반 헌혈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먼저 신분증을 확인하고 사전 문진표를 통해 헌혈을 할 수 있는 상태임을 체크합니다. 이어 혈액 전 검사를 통해 혈압, 맥박, 혈액형, 혈액비중, 혈소판 수치 등을 검사합니다.

이외에 지정헌혈의 경우 한가지 더 해야 할 것이 있는데 '지정헌혈 의뢰서'를 작성하는 일입니다. 지정헌혈 의뢰서에는 헌혈일, 환자가 머물고 있는 의료기관명, 환자이름, 헌혈자 이름, 혈액형, 환자와 헌혈자의 관계 등을 적게 됩니다. 혈액이 제대로 전달 될 수 있도록 환자 혹은 가족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고 헌혈을 하러 가셔야 합니다.

지난 17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헌혈의집 대방역센터 © 뉴스1
지난 17일 오전 기자가 방문한 헌혈의집 대방역센터 © 뉴스1

헌혈에는 크게 전혈 헌혈과 성분 헌혈 두 가지가 있는데. 전혈 헌혈은 백혈구를 제외한 적혈구와 형장 등을 여과 작업 없이 그대로 뽑는 것을 말합니다. 일상에서 하는 대부분의 헌혈이 전혈 헌혈이라고 보면 됩니다. 성분 헌혈은 뽑아낸 혈액 중에 혈장이나 혈소판 등 필요한 성분만 여과해 채집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혈관으로 주입하는 헌혈입니다.

혈액을 받으시는 A씨가 '혈소판' 헌혈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헌혈의집에서 혈소판과 혈장 헌혈을 동시에 하는 것이 시간이 덜 소요된다는 이야기를 들고 둘 다 하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일반적인 전혈 헌혈의 경우 보통 10분이내면 채혈이 끝났지만 혈소판·혈장 헌혈은 혈액에서 필요한 성분을 따로 채집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걸렸습니다. 헌혈의집 직원은 "혈소판만 채혈할 경우 1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는데 혈장을 같이하면 40분 정도면 끝난다"라고 설명해줬습니다.

지정헌혈을 원하시는 분들의 상당수가 성분헌혈, 즉 혈소판 헌혈을 구하는 분들입니다. 전혈의 경우 헌혈자가 많고 보관기관이 길지만 혈소판의 경우 보관기간이 짧고 헌혈자도 많지 않아 수량이 충분치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정헌혈에 참여하실 분은 이점을 참고하시고 헌혈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일부 헌혈 장소에는 성분헌혈을 위한 기기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헌혈 장소를 찾아보실 때 미리 확인해 보시는 게 좋습니다.

성분헌혈의 경우 그냥 피가 빠져나가는 전혈 헌혈과는 다르게 피가 다시 들어와야 하기 때문에 혈관에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직접 채혈을 해보니 피가 빠져나가는 것은 별다른 느낌이 없었지만 피가 다시 들어올 때는 뻐근하고 서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가 들어올 때마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있었지만 그래도 참지 못하는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40분의 시간을 가만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헌혈을 마치고 나면 확인을 위해서 수혈자나 보호자에게 헌혈 사실을 통보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헌혈을 끝내자마자 휴식 소파에 앉아 헌혈을 했다는 메시지를 A씨에게 보냈습니다. 

부끄럽게 11회 밖에 되지 않는 헌혈 횟수가 1회 더 늘었습니다. 레드커네트 앱으 사용하면 헌혈 횟수를 한번에 볼 수 있고 헌혈 예약도 가능합니다. © 뉴스1
부끄럽게 11회 밖에 되지 않는 헌혈 횟수가 1회 더 늘었습니다. 레드커네트 앱으 사용하면 헌혈 횟수를 한번에 볼 수 있고 헌혈 예약도 가능합니다. © 뉴스1

◇환자 정보 제대로 확인해야…대가 받으면 안 돼

지정헌혈을 할 때는 수혈 당사자와 개별적으로 연락을 하기 때문에 유념해야 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혈액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수혈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인지한 뒤 헌혈을 해야 합니다. 더불어 전달을 받은 수혈자의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온라인에 게시된 글만 보고 헌혈을 하기보다는 실제로 환자가 지정헌혈을 구하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작업도 필요합니다. 시간이 지나 헌혈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상황일 수도 있고 허위로 지정헌혈자를 구하는 글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헌혈을 해준 대가로 금품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국내에서는 피를 사고파는 매혈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금지하고 있습니다. 혈액관리법 제3조(혈액 매매행위 등의 금지)은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헌혈증서 포함)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지정헌혈을 해온 경험자 중에는 "헌혈을 하고 나면 환자나 보호자들이 감사한 마음에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있어 거절을 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연락을 하기 때문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혹시나 좋은 마음에라도 선물을 주고받으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이런 점은 충분히 설명을 하고 거절을 해야 합니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정헌혈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정헌혈이 너무 많아지면 중앙의 통제를 받는 일반 헌혈이 줄어들게 되고 시급하게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돌아갈 혈액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지정헌혈을 통해 갖게 된 헌혈에 대한 관심을 일반헌혈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결국 환자와 가족들이 지정헌혈을 찾는 이유는 전반적인 혈액량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헌혈자가 더 줄어들면서 지정헌혈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추세입니다.

코로나에 더해 추석 연휴 기간 휴무로 혈액 보유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보도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연휴 동안 가족들과 나눴던 정을 연휴가 끝난 뒤 헌혈을 통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에게 나누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천드려 봅니다. 저도 이번 지정헌혈을 마치고 2주 후 헌혈을 다시 예약했습니다.



potgu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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