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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항모는 남한으로, 축전은 김정은 앞으로

노동신문이 실은 영국 여왕 명의 축전 두고 진위 논란도
北, 英 인권·항모 등 비난하면서도 '정상국가' 과시 의도

(서울=뉴스1) 이설 기자 | 2021-09-15 10:37 송고
북한의 정권수립 73주년 기념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열병종대를 향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뉴스1

북한이 정권수립일(9.9절)을 기념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받은 축전을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서구권 국가와의 대외 정세와는 별개로 '정상국가'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2일 정권수립일을 맞아 각국의 정상들이 보낸 축전을 2면에 실었다. 특히 '대브리텐 및 북아일랜드연합국(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명의의 "나는 국경절을 경축하고 있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의 앞날을 축원한다"라는 내용의 축전이 관심을 모았다.

영국 여왕 명의의 축전이 북한에 전달된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해당 축전에 대한 '진위' 논란도 있었으나 영국 왕실은 축전을 보낸 게 맞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미국 언론사 데일리비스트는 14일(현지시간) '그렇다, 여왕이 진짜 김정은에게 축전을 보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 왕실 대변인에게 확인한 내용이라며 "엘리자베스 여왕이 북한의 지도자에게 메시지를 보낸 게 맞다"라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영국 왕실 대변인은 "이런 메시지는 여왕을 대신해 영 외교·영연방·개발부(FCDO)가 보내며 통상 외무부의 조언에 따라 여왕의 이름으로 전송되며 여왕이 직접 메시지를 작성하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북한과 2001년 수교해 대사관을 개설, 유지하고 있는 영국이 의례적으로 축전을 보낸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최근 영국의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호(6만 5000톤급)'가 한영 연합 해상훈련에 등장한 것을 두고 반발했던 것과 달리 영국 여왕의 축전을 매체를 통해 선전한 것은 대비되는 행보라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달 3일 홈페이지에 조선-유럽협회 연구사 최현도 명의 글을 싣고 퀸 엘리자베스호의 한반도 접근은 자신들을 향한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지난 5월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출발해 남중국해 등에서 미국, 일본과 각각 연합훈련을 했고 지난달 말에는 한영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최 연구사는 "머나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군함들까지 들이밀면서 정세를 격화시키고 있는 영국이 그 구실을 우리의 '위협'에서 찾고 있는 것은 적반하장 격으로서 우리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 아닐 수 없다"면서 "가뜩이나 예민한 지역 정세를 긴장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 연구사는 지난 7월에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결승전 실축을 계기로 벌어진 잉글랜드 내 인종차별에 대해 "남을 걸고들 체면이 있느냐"면서 조롱하기도 했다. 이는 서구권 국가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한 반발이었다.

다만 북한은 대외 상황과는 별개로 세계 각국과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정상국가 모습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6년 국무위원장에 추대된 김 총비서는 이 직함으로 북미, 남북 정상회담에 나서는 대외 행보를 보였다. 영국 왕실이 보낸 축전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으로 전달됐다.

그간 영국은 대외적으로 북한의 수반이었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통해 의례적인 축전이나 서신을 교환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따르면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생일 관련 축전을 보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은 총비서가 국가정상화를 지향하면서 이번 9·9절도 성대하게 기념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대외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김여정 부부장과 리선권 외무상이 외교 공관들에게 무조건 축전을 받아들이게끔 지시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내다봤다.


sseo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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