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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순항미사일 시험…한미일 모두 '실시간 탐지' 실패한 듯

美 '이례적' 성명 발표…일본은 "사실이라면 위협"
우리 군은 "한미 간 공조 하에 분석 중" 입장 반복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2021-09-13 18:04 송고 | 2021-09-13 21:28 최종수정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국방과학원이 지난 11일과 12일 새로 개발한 신형 장거리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우리나라와 미국·일본의 군사·정보당국이 북한이 지난 11~12일 발사했다는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데 모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이 미사일은 발사 후 2시간 넘게 북한 상공을 날았다. 그러나 순항미사일 특성상 비행고도가 낮아 레이더 등 주요 대북 탐지자산엔 즉각 식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13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방과학원은 지난 11일과 12일 "전략무기"인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북한은 이번에 시험발사 장소나 미사일 수 등은 공개하지 않은 채 "우리 국가(북한)의 영토·영해상공에 설정된 타원 및 8자형 비행궤도를 따라 7580초(2시간6분20초)를 비행해 1500㎞ 계선(경계를 나타내는 선)의 표적을 명중했다"고 밝혔다. 지상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수 차례 선회비행 등을 하다가 바다 위 목표물을 맞혔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 보도와 관련해 "한미 정보당국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분석 중"(김준학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이라고만 밝혔을 뿐 다른 구체적인 사항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군 당국은 그동안에도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외신에 보도되거나 미국 측이 먼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해줬을 때만 '제한적으로' 공개해왔다.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 결의를 통해 금지한 사항이 아니란 등의 이유에서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올 3월21일 북한이 평안남도 온천 일대에서 순항미사일 추정 발사체 2발을 서해상으로 쏜 사실이 같은 달 2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파장이 일자, 뒤늦게 "우리 군은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련 사항을 포착했다"(3월24일)고 밝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좀 달라 보인다. 당장 우리 군 당국의 발표에서 북한의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했다'는 표현이 빠졌다. 

아울러 미국 측은 '이례적으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를 통해 "북한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단 보도를 알고 있다. 우린 상황을 계속 주시하며 동맹·우방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미군은 그동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선 여러 차례 성명을 냈지만, 순항미사일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이날 성명을 두고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가 '위협적'임을 인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북한의 이런 행동은 그들이 무기 개발에 계속 집중하고 있고, 그것이 주변국과 국제사회에도 위협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과 일본 방어에 대한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소식통은 "한미 당국이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긴 했지만 처음부터 보진 못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땐 미사일이 곧바로 정점고도를 향해 치솟아오르기 때문에 우리 군의 레이더 등 탐지자산에 그대로 노출된다. 그러나 순항미사일의 경우 일반적으로 발사 뒤에도 고도가 그리 높지 않은 상태로 계속 비행하기 때문에 탐지·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측 발표대로 이번에 발사한 순항미사일의 비행거리가 1500㎞에 이른다면 한반도는 물론, 일본 전역도 사정권에 들어간다. 그러나 일본 정부 역시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탐지하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 대변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500㎞를 항행하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사실이라면"이라고 전제하며 "일본을 둘러싼 지역의 평화·안전을 위협하는 것인 만큼 일본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도 아직 북한의 이번 순항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에서 봤을 때 북한이 남쪽이 아닌 동쪽으로 쏜 미사일은 지구 곡률 때문에 일정 고도 이하를 날면 레이더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이 생긴다.  일본에서 봤을 때도 같은 이유로 서쪽 지평선 너머에서 날아가는 미사일은 탐지가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북한이 이틀 간이나 이번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하고, 이 같은 사실을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사실을 두고도 "한미 당국으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군사 소식통은 "북한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순항미사일 시험을 한다면 군사분계선(MDL) 주변에 조기경보기를 계속 띄워놓지 않는 한 실시간으로 파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ys417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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