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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김부겸 "정치할 때가 제일 마음 편했다…이제 정치인생 마무리단계"

"마지막 총리 소명…코로나 어떤 형태로든 정리해 일상회복"
"대구 집 팔고 양평 택지 구입…총리 끝난 뒤엔 사회에 봉사"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2021-09-04 08:44 송고 | 2021-09-04 16:03 최종수정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로 지칭되는 김부겸 총리는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한 자신의 소명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라는 이 역병을 어떤 형태로든지 정리를 해서 국민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 국무총리 접견실에서 진행한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포용적 회복을 기조로 사회적 약자, 청년들을 보호하고 끌어올리고 밀어줄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리는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직 가운데 가장 잘 맞았던 역할'을 묻는 질문에는 "정치를 할 때가 아무래도 (제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총리직 이후 거취에 대해서는 "앞만 보고 뛴 제 정치 인생을 한 번 정리하고 뭔가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며 "이제는 마무리할 단계이지 새로움을 시작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다음은 김 총리와의 일문일답.
-총리로 취임한 지 4개월 정도 됐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발표할 때, 어느 한쪽에서 희생을 하는 분들이 나올 거라는 것이 뻔하지 않나. 그럴 때마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정말 몹쓸 짓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는 것을 제가 모르고 결정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결정해야 하고 국민들에게 요구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어서 힘들었다.

-오늘(3일) 정부가 새로운 방역대책을 발표하면서 4단계 지역에서의 식당·카페 영업시간을 오후 9시에서 10시까지로 연장했는데, 직전에는 9시로 줄였다가 다시 10시로 연장하는 등의 방침이 현장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있다.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엄중하다. 하루 확진자가 많게는 2000명, 적어도 네 자릿수로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기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특히 음식 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식당·카페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정말로 더 주의하셔야 한다'는 신호로 (영업시간을) 제한했던 것인데 실질적으로는 주점 쪽에 너무 피해가 크다고 했다. 9시에 문을 다 닫게 하니까 호프집 등에서 이른바 2차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분들의 고통을 언제까지나 외면할 수 없어서 10시로 다시 돌렸다.

-11월 집단면역 목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나.
▶집단면역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얘기하시지 않나. (웃음) 코로나19가 우리 주변의 감기처럼 보편적인 그런 질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집단면역이라는 말 대신 '중증, 사망위험들을 명확하게 막아내고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라'는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여러 나라 사례를 분석하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방역전략을) 확 전환한 나라도 있고 조심스럽게 상황을 관리하면서 일상에 복귀한 나라도 있다. 그런 사례들을 참고해 다음 단계를 결정하려고 한다.

-감기라는 게 소위 말하는 '위드코로나' 단계인가.
▶위드코로나라는 말을 전문가들은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해서 조심스럽지만, 많은 분들이 이해하고 있는 그 위드코로나 상황에 가려면 우리가 미리 준비 조치를 취해야 하고 국민들이 어떻게 그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위드코로나를 상정한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
▶현행 거리두기 단계만 갖고 확산을 억지하는 방법으로는 어느 정도 한계에 왔다. 그리고 그만큼 접종완료자 숫자가 확실히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

-새로운 방역 단계·전략이 세워지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나.
▶영국이나 이스라엘 심지어 싱가포르를 보더라도 아직도 마스크는 특히 실내에서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편했던 일상'으로 바로 되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조금씩 우리 상황을 국민들이 느끼고 이해하시고 받아들이면서 함께 실천하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 사태 등으로 인해 글로벌 제약사들에 대한 정부 협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가 저자세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저자세는 아니다. 전 세계가 모두 백신을 구하고 있는데 백신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는 지금 아주 제한돼 있다. 백신에 관한 한 우리도 공급자 위치가 아니라 수요자 위치에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정상회담 이후에 우리 스스로 글로벌 백신허브를 만들자, 백신주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바이오에 대해 투자하고 백신 생산능력을 키워내자고 하고 있다. 그에 대한 투자나 전략들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최근 보건의료노조와 정부 협상이 잘 타결됐고, HMM 노조도 마찬가지로 좋은 소식이 들려와서 다행이다. 그 과정에 대한 소회가 있을 듯한데.
▶우선 보건노조에 감사드리고 싶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상황이 만약 파업으로 가게 됐다면 한쪽은 의료대란, 한쪽 물류대란으로 나타났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결단을 해준 노조 측 감사드리고 이번 협상에 관여한 많은 공직자들에게 수고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국민 여러분께도 이렇게 여러 사회적 갈등을 하나하나 풀어가려는 정부 노력에 대해 인내를 갖고 지켜봐주신 데에 감사하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접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9.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정부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도 있지만 국민들이 정부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었다. 올해 LH사태도 그랬고 최근에는 법무부 차관의 우산의전 논란도 있었다. 공직기강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공직기강은 국민의 공복으로서 기본에 속하는 것이다. '항상 정권 말기가 되면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느냐'는 비판과 질책은 아프게 받아들인다. 경위가 어떻게 됐든 공직자가 국민을 실망시켜 드리거나 또는 국민들이 배신을 느끼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 문제만큼은 집권이 얼마 남았냐는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직자의 품격에 관한 문제다. 또 국민들 기대 수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관리해 나가겠다.

-언론중재법으로 국제사회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로서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워낙 첨예한 문제라 국회 논의 기간에 제가 말을 보태는 것이 조심스럽다. 다만 이번 문제가 이렇게 크게 불거질 때까지 사실상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위·가짜뉴스로 인한 피해, 또 그렇게 피해 입은 분들에 대한 아무런 사회적 배려가 없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에 여당 의원들이 입법 속도를 냈던 것인데 국민들이 이 상황을 납득하고 무엇이 쟁점인지를 충분히 이해하는 시간과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싶다).

일단 국회 논의 과정을 지켜보겠다. 선진국은 가짜뉴스나 명예훼손에 따른 책임감이 무겁게 부과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도 그런 식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여당이 다수석인 상황에서 지난 8월 국회에서도 사립학교법 등 여러 법안들이 상임위 단계에서 제대로 된 합의를 거치지 못하고 여당 단독으로 처리되는 일이 발생했다. 입법 독주라고도 비판받는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입법 독주라는 말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의회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여러 세력들이 모여서 끈질기게, 자신이 대표하는 국민들의 이해와 입장을 놓고 의견을 좁혀가는 것이다. 조금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공동체 전체, 국가 전체를 위해 타협하고 미래로 가는 길을 찾아내야 한다. 입법 독주라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은 기본적인 의회 운영의 원칙이 돼야 할 것 같다. 만약 법 시행과 적용 과정에 무리가 있다면 또 언제든지 국민의 대표인 국회 내에서 다시 문제가 제기될 것이고 현장에서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개정도 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난지원금 문제를 두고 작년부터 여러 번 재정당국과 여당 간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 당정이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기본적으로 의회를 통해서 국민의 최종적 승인을 받는 것인 만큼 당과 의회가 전체적인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이 맞다. 다만 정부는 집행하는 입장에서 재정의 한계 등 실질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어려움을 책임져야 한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주는 것이 옳으냐, 아니면 피해를 크게 본 분들에게 더 두텁게 주는 것이 옳으냐의 논쟁은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88%라는 비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위기 때 누구에게 더 초점을 두고 지원해야 하느냐'의 문제였고 이번에 당과 정부가 현실적인 선에서 타협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일까.
▶코로나19라는 이 역병을 어떤 형태로든지 한 단계 정리를 해서, 국민들이 다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회복도 (이전 방식과 완전히 다른) 'K자형 회복'이 될 것이라고 한다. 포용적 회복을 기조로 사회적 약자, 청년들을 보호하고 끌어올리고 밀어줄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19 이후에 다시 건강한 대한민국의 모습으로 회복될 수 있다.

새로운 신산업이나 신문명에 대한 준비를 우리가 해놓지 않으면 다음 세대, 청년 세대가 미래 먹거리를 챙기거나 전망을 세울 수 없다. 그에 대한 준비는 이 정부 마지막까지 계속 챙겨 나가겠다. AI(인공지능)나 바이오, 디지털에 관한 국가 R&D 예산이 내년 예산안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다.

-최근에 나온 청년특별대책에 대해 정치권에서 '내년 대선을 앞둔 선심성 매표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이 뭐라고 하든 간에 우리 부모 세대들이 져야할 기본 의무다. 젊은이들이 세상에 나왔는데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살 집이 없고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다. 어찌보면 소소한 문제일지 모르지만 청년 한사람 한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예를 들어 임대료 지원이나 심리지원 프로그램, 대학등록금 지원 등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

총리로서 다음 주부터는 주요 기업들과 청년 일자리에 관한 사회적 협약을 만들어가려고 한다. 기업들도 미래 세대에게 기회를 주고 그들에게서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공급받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기업들과 정부가 파트너를 이뤄서, 정부는 청년들에 대한 다양한 교육훈련을 지원하고 기업들은 자신들이 필요한 인재들을 키워서 쓸 수 있도록 방법을 만들겠다.

-국회의원과 장관, 총리 중 어느 역할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다고 느끼나.
▶제가 정치인이라 그런지 정치할 때가 아무래도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국회에 있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의 호흡은 잘 맞나.
▶노무현 대통령 때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 인연으로 2012년에는 문재인 후보 선대본부장, 2017년에는 공동선대위원장을 했다. 그런 신뢰로 저를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지금은 마무리 총리로서의 책임을 주신 듯하다. 저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이 제 인생의 성공이라는 각오로 소임 의식을 갖고 일하고 있다. 대통령께서 저보다 더 큰 범위에서 국정 민심을 살피시기 때문에 제가 부족한 부분들은 주례회동 때 항상 지적을 해주시고 그렇게 일을 해나가고 있다.

-총리 자리에서 내려오면 다시 여의도로 돌아오나.
▶대구에 있는 집을 팔고 아내와 상의해 경기도 양평 소재 전원주택 택지를 구입했다. 총리직이 끝나고 나면 앞만 보고 뛰었던 제 정치 인생도 한번 정리하고 뭔가 사회에 봉사를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한다. 이제는 마무리할 단계이지 새로움을 시작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대담=진성훈 정치부장/정리=박혜연 기자)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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