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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일제 조선인 전범 피해자 헌소 각하…"위안부 범주 아냐"(종합)

제기 7년만에 각하 결정…"국제전범재판소 판결 유효"
"불법 강제동원은 전범재판과 관련없어" 반대의견도

(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2021-08-31 15:00 송고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1.8.3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으로 징집됐다가 '전범' '대일협력자' 낙인이 찍힌 피해자들이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며 낸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2014년 헌법소원이 제기된 지 7년만이다.

헌재는 31일 고(故) 이학래씨 등 전범 피해자와 가족들이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의견으로 각하했다.
유남석 소장과 이선애·이영진·문형배 재판관은 이날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은 인정되지만,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은 국제법적으로 유효하다"며 "따라서 국제전범재판소 판결에 따른 처벌을 받아서 생긴 한국인 B·C급 전범의 피해 보상 문제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나 원폭피해자등이 가지는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인한 배상청구권의 문제와 동일한 범주로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인해 입은 피해의 경우에는 일본의 책임과 관련해 협정의 해석에 관한 한·일 양국 간의 분쟁이 현실적으로 존재하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한국과 일본 사이에 이 사건 협정의 해석상의 분쟁이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외교부가 그동안 외교적 경로를 통해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에 관한 전반적인 해결 및 보상을 일본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이상, 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종석 재판관은 "헌법과 협정에 따라 외교부가 외교상의 경로를 통해 한국인 B·C급 전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구체적 작위의무가 생긴다고 볼 수 없다"는 내용의 각하의견을 냈다.

반면 이석태·이은애·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일제강점기 한국인 B·C급 전범들은 태평양 전쟁 당시 10대 후반 내지 20대의 어린 나이에 반인도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강제동원되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명령에 복종한 채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정신적·육체적 피해를 입었다"며 "한국인 BC급 전범들은 일본에 불법적인 강제동원으로 입은 피해에 청구권을 가지고, 이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와 일제강제동원 피해자들이 가지는 청구권과 그 성격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또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는 국제전범재판과는 관련이 없으므로 외교부가 분쟁해결 절차에 나선다고 해서 국제전범재판의 판결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재판관 등은 "일제의 불법적인 강제동원으로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청구권의 실현을 가로막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의 침해와 직접 관련이 있다"며 "외교부가 전범 피해자들을 위한 분쟁해결 절차에 나아가지 않은 부작위는 청구인들의 중대한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이씨 등 전범 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에 징병돼 일본군 병사가 돼 연합국 포고 관리 등을 담당한 특수부대에 배속됐다. 이후 연합군 군사재판에서 B·C급 전범으로 처벌받았다.

1945~1951년 전범재판을 통해 동남아 각지 교도소에 수감됐던 조선인 B·C급 전범들은 일본의 스가모형무소로 이송돼 구금돼있다가 1957년쯤까지 만기 또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들은 출소 후에도 전범이라는 낙인이 찍혀 한국으로 귀국하지 못한채 차별 등 피해를 받다가 도쿄지방재판소에 일본 정부의 사죄와 국가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으나 1~3심 모두 패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간의 재산 및 청구권에 관한 문제의 해결과 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 이후 일본 정부와 조선인 B·C급 전범 처리 문제에 대해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방치한 것이 위헌이라며 2014년 헌법소원을 냈다. '마지막 전범 피해자'로 불린 이씨는 올해 3월 별세했다.

헌재 관계자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B·C급 전범들이 겪었던 불행한 역사적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을 함께 하면서도, 그러한 역사적 상황과 함께 한국인 B·C급 전범들에게만 존재하는 위와 같은 특수한 사정들을 깊이 있게 고려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결과 국제전범재판에 따른 처벌로 인한 피해 부분은 사실상 재판관들의 의견을 같이 하되, 일제의 강제동원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의견을 달리하는 결정을 도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전쟁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고(故) 이학래씨.<출처=NHK플러스>
태평양전쟁 한국인 BC급 전범 피해자 고(故) 이학래씨.<출처=NHK플러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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