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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자율 주행차' 되려면 성별 특성 고려해야"

남성 위주로 만들어진 차량충돌 실험용 더미…여성 중상 증가로 이어져
GISTeR,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 개최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1-08-19 19:32 송고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가 개최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에서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포럼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1.08.19 /뉴스1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가 개최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에서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발표하고 있다. (포럼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1.08.19 /뉴스1

안전뿐 아니라 자율주행 자동차 및 서비스의 확산을 위해서라도 성별을 비롯한 다양한 특성이 고려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GISTeR)는 19일 오후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을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는 차두원 차두원모빌리티연구소장이 '자율주행 자동차의 젠더 이슈 현황과 과제'를, 정승은 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 연구교수가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따른 사용자경험 변화와 성별 특성 고려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남성 위주의 차량 충돌 테스트 인형, 여성 중상 확률↑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남성과 여성, 젠더간 특성이 반영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정승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자동차 충돌실험용 인형(더미)은 1997년까지 평균 치수의 남성을 기준으로 한 실험 인형이 사용되었다. 또, 1996년 미국 미시간 대학교에서 임산부 더미를 만들었으나, 2012년까지 차량 안전 테스트에서 임산부 더미 사용이 의무화되지 않았다.

이점은 차두원 연구소장도 동일하게 지정했다. 차 연구소장은 "1998년에서 2015년 사이의 정면 충돌사건 2만3000여건을 버지니아 대학에서 분석했다. 실제로 여성의 분석확률이 높았다"며 "체격이 작고, 운전대에 근접한 자세로 운전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까 중상 및 치명적 부상발생이 높았고, 다리 척추 복부 부상 확률이 남성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현상은 (주로 백인) 남성을 표준으로 과학기술이 개발돼, 여성 등 다른 집단이 과소 반영되는 '젠더 데이터 공백'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지난 6월 미국 상원의 개리 피터스(Gary Peters)와 뎁 피셔(Deb Fischer)는 이러한 차량 충돌 테스트의 더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 중이다.

자동차 안전 측면에서는 자율주행 이슈로 나아가기 전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는 셈이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가 개최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에서 정승은 이화여대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포럼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1.08.19 /뉴스1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가 개최한 '자율주행 자동차와 젠더' 포럼에서 정승은 이화여대 연구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포럼 생중계 화면 갈무리) 2021.08.19 /뉴스1

◇자율주행 자동차·서비스, 생리적·해부학적 특성뿐 아니라 다양한 수요도 고려돼야

이날 포럼에서는 안전뿐 아니라 기술 확산, 기술 수용성 제고를 위한 젠더 문제에 대해서 다뤄졌다.

차두원 연구소장은 "과거 자동차 관련 젠더 이슈는 디자인·감성, 안전 분야에 자율주행 분야가 추가됐다"며 "자율주행차 윤리가이드라인, 수용성 연구 등은 진행됐으나 젠더관련연구는 미흡한 실정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설계 및 수용성 확보를 위한 매우 중요한 이슈로 기존 자동차 분야 이슈들과 함께 접근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승은 교수는 좀 더 구체적인 격차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시각·청각 등의 감각 수용 특성, 자기 수용 기능, 근육 긴장도 등에서의 여성과 남성 간 생리학적·해부학적 차이를 반영하는게 필요하다"며 "여성의 자율 주행 기술 수용도가 낮은 것은 여러 연구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우려가 높기 때문으로 나타난다. (기술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그룹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산업은 자율주행차뿐 아니라 이를 플랫폼으로 활용한 각종 서비스 구상·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 '돌봄'과 같은 요인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면, 전체 소비자 그룹의 수요 파악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

이날 포럼에서 소개된 스페인에서 이뤄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한 이동 같은 '돌봄' 개념의 이동성을 추가해 분석하자 이용자의 이용 수요가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과거 분석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돌봄 목적의 대중교통 이용이 실제로는 전체 대중교통이용의 25%가량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사용자의 다양한 수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제대로 설계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정승은 교수는 "기업에서 서비스나 제품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많이 사용하는 기능, 서비스가 무엇인지 보고 제공하거나 개선한다. 데이터가 특정한 사용자에게 편향되면, 개발 방향이 그쪽으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GISTeR는 "다양한 수요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과정에서 기준과 표준을 평균의 남성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남녀노소는 신체적 차이뿐만 아니라 선호도나 취향 차이도 다르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더 편리하고 유용한 행복한 기술로 개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은 GISTeR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GISTeR는 알코올 정책, 스마트 시티 등 과학기술 관련 '젠더혁신 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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