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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기후 보고서…"절망보다는 대책 세울 때" 韓 저자의 호소

부산대 IBS 기후물리연구단 IPCC보고서 설명회 개최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2021-08-13 06:30 송고 | 2021-08-13 08:57 최종수정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교수 (이준이 교수 제공) 2021.08.12 /뉴스1
이준이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 교수 (이준이 교수 제공) 2021.08.12 /뉴스1

기후변화라는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는 '무력감'으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과학적 근거'를 발표한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대해 주요 저자로 참여한 이준이 교수는 "여전히 2100년까지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더 온난화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중요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12일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온라인 보고서 설명회를 개최했다.

발표자로 나선 이준이 교수는 이번 IPCC 제1실무그룹(WG1)의 보고서 작성 과정에 총괄주저자로 참여했다.

◇"절망보다는 대책 세울 때"…"여전히 2100년 1.5도 이하 관리 가능성 있어"
이날 설명회 질의응답 시간에 보고서 발간 후 나오는 '우울과 무력감' 반응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걱정했던 것이 이러한 반응이다. 과학자로서 평가 결과를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이미 늦었거나 절망적이라는 부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고민했다"며 "여전히 2100년까지 1.5도 이하로 제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대응을 하지 않으면 더 온난화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 (보고서의) 중요한 메시지로 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100년까지 1.5도 이내 상승으로 하는 전제는 당장 온실 기체를 줄이기 시작하고,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루고 이후 네거티브 배출을 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절망보다는 기후변화가 더 진행되면 피해가 커지기 때문에 사회적 협의를 통해 대책을 세울 시점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설명회 후 보고서를 보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교수는 "지금의 관심이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에게 지금 닥친 문제다"라며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이루어져야지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난항겪은 보고서 집필, "늦추더라도 질 낮출 수 없었다"

이번 IPCC WG1의 보고서 작성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변수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본래 계획으로는 올해 4월에 WG1의 보고서가 출판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대면회의가 온라인으로 바뀌며) 어려움을 겪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저자들이 온라인으로 회의를 했는데 오후 10시 해야했다. 거의 3년동안 매주 새벽 1,2시까지 회의했다"며 "코로나 감염으로 집필이 힘든 저자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 보고서의 중대성을 저자들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늦추더라도 보고서의 질을 낮추는 건 안된다고 저자들이 노력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며 보고서 작성뿐 아니라 소통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을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 전문가들과 논의가 이뤄졌다.

당초 IPCC의 다른 실무그룹 보고서도 2021년 이내에 나올 예정이었지만, 2022년 발간으로 미뤄졌다. 이번 WG1의 보고서가 현재 상황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초점을 맞췄다면 차후 나오는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영향 및 적응(WG2) 그리고 완화(WG3)에 대한 내용이 담기게 된다. 

IPCC 보고서 구성 및 한국과학자의 기여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온라인 설명회 화면 갈무리) 2021.08.12 /뉴스1
IPCC 보고서 구성 및 한국과학자의 기여 (부산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온라인 설명회 화면 갈무리) 2021.08.12 /뉴스1

이번 보고서는 지난 보고서에 비해 한국 과학자들의 기여도 늘어났다. 지난번(IPCC 5차 보고서)에는 한국과학자가 1명이었으나 이번에는 11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총괄주저자는 이준이 부산대 교수(WGI), 정태성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연구관(WGII), 정태용 연세대 교수(WGIII)가 선정됐다. 국내 전문가가 총괄주저자로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외에도 민승기 포항공과대학교 교수, 안진호 서울대학교 교수,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권원태 APEC 기후센터 원장,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김용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 윤경숙 부산대 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 연구단 연구위원, 김연희 포항공대 환경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준이 교수는 "과학자들이 기초연구부터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연구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서 할 수 있어야지만, 탄소중립으로 가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과학이 기여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기후 과학이 더욱 성장하고 저변을 확대해 국제적 활동에 더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seungjun24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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