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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변이로 집단면역 없다"…힘받는 '고위험군 우선접종' 전략

집단 면역은 허상…전체 접종률 높이기 보다 고위험군 접종 급선무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2021-08-11 10:42 송고 | 2021-08-11 11:25 최종수정
2021년 4월 20일 미국 코네티컷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 AFP=뉴스1
2021년 4월 20일 미국 코네티컷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는 모습.  © AFP=뉴스1

작년 말 영국 등 선진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을 때 세계는 안도했다.

'인구 70% 접종'·'집단면역'을 달성하면 팬데믹을 극복할 것이란 기대 속에서 백신 확보 '전쟁'이 시작됐고,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갈렸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승자 그룹은 대체로 약 60%의 접종을 달성했고, 패자 가운데에는 아직 접종을 시작도 못 한 국가가 많다.

그러나 집단면역이 가시화된 승자 그룹은 최근 6개월 전으로 회귀하는 것과 다름없는 확진세를 보이고 있다. 패자 그룹 중 한 곳에서 출현한 강력한 변이주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로 세계 각국이 백신 전략을 바꾸지 않으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실패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인도발 델타 변이는 이미 백신 접종자들을 감염시키고 있으며, 다음에 출현할 변이주는 돌파감염을 더 잘 일으키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봄 인도를 강타한 델타 코로나19 변이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 백신 접종자들까지 감염시키는 돌파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백신 접종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세계에서 '제2의 인도', '제2의 델타'는 언제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이다. 사진은 2021년 5월 13일 인도 벵갈루루 한 공동묘지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올봄 인도를 강타한 델타 코로나19 변이는 이제 전 세계로 확산, 백신 접종자들까지 감염시키는 돌파감염을 일으키고 있다. 백신 접종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는 세계에서 '제2의 인도', '제2의 델타'는 언제 어디서든 출현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이다. 사진은 2021년 5월 13일 인도 벵갈루루 한 공동묘지에서 코로나19 관련 사망자의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   © 로이터=뉴스1

◇영·美·이스라엘, 다시 확진자 속출: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 한 주간 코로나19 확진 건수는 일 평균 19만6047건으로, 전주 대비 7% 늘었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2만3510명으로, 평균 수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사망자 수도 146명으로 3월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6만 명 확진, 2000명 사망하던 올초 '생지옥'과 비교할 순 없지만, 인구 59.3%(이하 9일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가 백신을 완전히 맞은 지금 확진·사망 모두 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 시계'도 반 년 전으로 돌아갔다. 블룸버그 통신은 존스홉킨스대 데이터를, 로이터 통신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발표를 활용해 앞다퉈 "미국의 지난주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10만 명대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인구 50.8%가 백신을 완전히 맞은 8월 감염 추세가, 접종률 5% 안팎에 불과하던 2월 상황과 비슷해진 것이다. 미국의 주간 평균 사망자 수도 297명으로 최근 한 달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900만 인구의 59.6%에 백신을 맞혔지만, 이날 6275명이 확진돼 2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증 환자도 394명 발생, 전주보다 162명 늘었다.      

집단면역을 목표로 그 어떤 국가보다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온 이들 국가의 감염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델타변이 때문에 집단면역 불가능": 영·미 등 선두 접종국의 코로나19 재유행 원인으로는 델타변이가 꼽힌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영국의 델타변이 검출률은 99%에 달하고, CDC에 따르면 미국의 델타변이 검출률은 93%에 달한다.

이스라엘 보건부가 매달 화이자 백신 접종 후 예방효과를 분석한 결과, 델타변이가 신규 확진자의 90%를 차지하기 시작한 6월부터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94%에서 31%로 급감했다.

델타변이가 확산하는 한 집단면역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이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처인 옥스퍼드대 산하 옥스퍼드 백신그룹 앤드류 폴라드 연구원장은 이날 영국 의회에 출석해 "델타변이는 이미 백신 접종자도 감염시키고 있다"며 "집단면역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통상 홍역 같은 전염병도 인구의 95%만 백신을 맞으면 감염을 멈출 수 있는데, 코로나19 델타 변이의 경우 이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폴라드 원장은 "아마도 다음에 출현할 변이주는 백신접종자들 사이에서 더 잘 퍼질 수 있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며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는 백신접종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할 더 큰 이유"라고 했다.

◇선진국 아동보다 개도국 고위험군 접종 급선무: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10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백신의 전 연령대 집단면역 전략을 추진한 결과, 고위험군인 고령층에 접종을 완료하고 나니 중증·사망 위험이 젊은층만큼 줄었다"면서 고위험군을 보호하기 위해 젊은층까지 접종하는 '간접 보호' 전략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그런데 집단면역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인지, 접종 역량이 고령층이 아니라 아래쪽으로 계속 내려가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전 연령대 1차 접종률이 높아지는 사이 정작 고위험군인 고령층 2차 접종이 지연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오 위원장의 인터뷰는 국내 접종 정책과 관련해 진행됐지만, 고위험군 접종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전 세계적인 백신 전략에도 시사점을 준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2021년 6월 25일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2021년 6월 25일 백신 접종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진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현재 미국과 유럽 여러 선진국에서는 '집단면역'이라는 퍼센티지를 달성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목표에 치중, 감염되더라도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예후를 보이는 아동·청소년에게까지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저개발국에선 아직 고령층 접종도 마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의 높은 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백신을 완전히 맞은 인구는 전체의 15.7%에 불과하다. 이 비중은 과테말라(2.3%), 이라크(1.3%), 나이지리아(0.7%) 등에선 처참하게 무너진다.    

백신개발사들이 비싼 가격에도 기꺼이 백신을 대량 구매해줄 선진국의 아동·추가 접종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폴라드 원장은 "아동 접종이 성인(고령층)도 보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동에게 백신을 맞힌다고 해서 감염을 완전히 멈출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성인 접종을 끝내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페루 아레키파에 위치한 오노리오 델가도 종합병원에서 한 중년의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치료를 받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페루 아레키파에 위치한 오노리오 델가도 종합병원에서 한 중년의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치료를 받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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